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E 12단' 샘플 출하...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굳힌다...핀당 16Gbps·단일 스택 3.6TB 대역폭에 48GB 고용량 구현, 2월 HBM4 양산 출하 이어 수개월 만에 차세대 제품 공급 개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한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데 이어, 불과 수개월 만에 다음 세대인 HBM4E 공급까지 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출하로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주도권을 다시 한번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위로 층층이 쌓아 올려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고성능 메모리를 말한다. D램은 컴퓨터가 작업을 처리하는 동안 데이터를 잠시 저장해 두는 기억 장치다.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반도체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AI 연산에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옮기는 일이 관건인데, HBM은 이 AI 가속기에 붙어 데이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AI 메모리'로 불린다. 제품명 뒤에 붙는 '12단'은 D램 칩을 12층으로 쌓았다는 뜻으로, 층을 많이 쌓을수록 한 제품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난다.
HBM4E는 HBM 규격 가운데 HBM4를 한 단계 끌어올린 확장형 제품이다. 제품명 끝의 'E'는 성능을 한층 높였다는 의미의 '익스텐디드(Extended)' 등을 가리키는 표기로, 같은 세대의 기본 제품보다 속도와 용량을 더 키운 버전임을 나타낸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E 공급이 단순한 제품군 확대를 넘어, 앞으로 수년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자사의 공급 역량과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AI 인프라란 인공지능을 돌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통신망 등 기반 설비 전반을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AI 서비스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어, HBM은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핀당 16Gbps·단일 스택 3.6TB...전작보다 속도 20%↑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HBM4E는 설계와 공정을 다듬어 한층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로인 핀 하나당 동작 속도는 초당 14기가비트(Gbps)에서 최대 16Gbps까지 지원한다. 이는 전작인 HBM4보다 20% 이상 빨라진 수치다. Gbps(기가비트 퍼 세컨드)는 1초에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정보를 더 빠르게 전송한다는 의미다.
전체 속도를 가늠하는 대역폭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칩을 쌓아 만든 한 묶음(스택)을 기준으로 초당 3.6테라바이트(TB)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대역폭이란 한 번에 지나갈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도로의 차선 수에 빗댄 개념으로, 폭이 넓을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나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차세대 AI 시스템의 연산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방대한 양의 글을 학습해 사람처럼 문장을 만들어 내는 AI로, 챗봇 등에 쓰인다.
용량 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졌다. HBM4E 12단 제품은 48기가바이트(GB)의 고용량을 구현해 전작보다 용량을 30%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고객사의 다양한 활용 환경에 맞춰 32GB(8단)와 64GB(16단)까지 제품군을 빈틈없이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1c D램에 4나노 로직 다이...수율·양산성 동시 확보
삼성전자가 이번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은 검증된 기술의 조합이다. 전작 HBM4에서 이미 성능이 확인된 최선단 공정의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자체 파운드리(Foundry)에서 만든 '4나노 로직 다이(Die)'를 함께 적용했다. 파운드리는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사업을 뜻한다. 로직 다이는 쌓아 올린 D램들의 맨 아래에서 데이터의 흐름을 지휘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1c나 4나노에서 말하는 나노는 회로의 폭을 가리키는 단위로,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앞선 공정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이미 검증된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초미세 공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불량 없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비율인 수율과 대량 생산 능력을 함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발열을 다스리는 기술도 보강됐다. 삼성전자는 전력을 적게 쓰도록 한 설계와 칩을 한데 묶는 패키징 구조를 최적화해, 전작보다 에너지 효율은 16%,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열 저항 특성은 14% 이상 개선했다고 밝혔다. 패키징은 여러 칩을 하나의 부품으로 조립·포장하는 공정을 말한다. 높은 부하가 걸리는 AI 연산 환경에서 발열은 제품의 수명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해 장기 신뢰성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산 공급으로 이어갈 것"...HBM4도 확대 중
삼성전자는 이번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공급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산은 제품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단계를 말한다. 회사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원스톱(One-Stop) 턴키 솔루션'을 바탕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턴키 솔루션이란 설계부터 생산, 조립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책임지고 제공하는 방식을 뜻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담당 황상준 부사장은 "HBM4 양산 성공에 이어 차세대 HBM4E 샘플 공급까지 차질 없이 완수하며 삼성전자의 독보적인 기술 리더십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며 "앞으로도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와 선제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강력하게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HBM4도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4는 지난해 12월 최종 인증 단계인 SiP(System in Package) 테스트에서 11.7Gbps의 속도를 입증해 최고 등급 평가를 받았다. SiP는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담아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에 출하한 HBM4E가 양산 중인 HBM4와 같은 1c D램·4나노 베이스 다이 조합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HBM4E 역시 양산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발표는 제조사가 자사 제품의 출하 사실과 성능을 직접 알린 것으로, 공급 규모나 실제 양산 일정, 외부의 독립적인 성능 검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차세대 AI 메모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번 샘플이 실제 양산과 고객사 채택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공급 과정을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반도체분과 이남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