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나스닥 입성…자본시장 심장부에 서다…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 대거 참석 '오프닝 벨' 타종, 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저변 넓히고 'AI 핵심 파트너' 입지 강화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고 공식 거래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10일(미국시간) 오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Nasdaq MarketSite)에서 ADR 상장을 기념하는 '오프닝 벨'(Opening Bell) 타종 행사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꼽히는 나스닥에 발을 들이며 '글로벌 컴퍼니'로서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이 상장돼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증권시장으로, AI 산업의 흐름을 가늠하는 무대로도 통한다.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회사가 AI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세계 투자자에게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s)는 우리말로 미국주식예탁증서라고 부른다. 외국 기업의 주식을 예탁기관이 대신 보관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서를 말한다. 외국 기업은 본국 증시 상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 자본시장에 진출해 현지 투자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고, 투자자는 환전을 하거나 한국에 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고도 미국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곧 SK하이닉스는 한국거래소 상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투자자에게도 문을 연 셈이다.

타임스스퀘어서 타종…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 총출동
이날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그룹과 회사의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함께 종을 울리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렸다. 이 밖에 유정준 SK㈜ 미주총괄 부회장 등도 행사에 함께했다.
오프닝 벨은 나스닥이 하루 거래 시작을 알릴 때 울리는 종으로, 새로 상장하는 기업이나 주요 협력사를 초청해 이 종을 함께 치는 행사를 여는 것이 오랜 관례다. 세계 각국의 언론과 투자자가 지켜보는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서 열리는 만큼, 상장 기업으로서는 자사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자 저변 넓히고 'AI 핵심 파트너' 입지 강화"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장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이 있다.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이를 뒷받침할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란 수많은 서버 컴퓨터를 한곳에 모아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대규모 시설을 말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요구하는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위로 층층이 쌓아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를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D램은 컴퓨터가 작업을 처리하는 동안 데이터를 잠시 저장해 두는 기억 장치를 말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은 미국의 대형 AI·클라우드 기업으로 넓어져 있다. 회사가 이번에 미국 자본시장을 두드린 것도, 제품을 사들이는 고객과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모두 몰려 있는 곳에 직접 다가서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회사는 이번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AI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상장에 앞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의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했다. 로드쇼란 기업이 상장이나 투자 유치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과 전망을 설명하는 활동을 말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AI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경쟁력과 성장성에 주목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와의 연결을 강화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전략적 협력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란 AI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기업이 서로 얽혀 함께 성장하는 산업 환경을 뜻한다.
곽노정 CEO "신뢰·혁신·성장…AI 있는 모든 곳에 함께"
곽노정 CEO는 기념사를 통해 신뢰(Trust), 혁신(Innovation), 성장(Growth)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 감사하고,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가능성의 경계를 넓혀가며, 함께해준 임직원들이 더 큰 성취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며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 ADR 상장으로 전 세계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과 AI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4일 공모대금 납입…국내 신주는 이달 말 추가 상장
이번에 첫 거래를 시작한 SK하이닉스의 ADR은 미국시간으로 오는 14일 공모대금 납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 이 ADR의 기초가 되는 보통주(신주)는 오는 29일경(한국시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추가로 상장될 계획이다. 공모대금 납입이란 투자자가 청약한 주식의 대금을 실제로 치러 자금이 회사로 들어오는 절차를, 신주란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말한다. 곧 이번 ADR 상장은 이미 발행된 주식을 미국 시장에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절차와 함께 진행되는 셈이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분야여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는 일이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자 기반을 확보한 것은 이런 점에서 회사에 또 하나의 자금줄을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반도체분과 황재섭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