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직접 만든 'AI 법령 비서', 14일 시범 개시...법제처·행안부·과기정통부 협업으로 1개월 만에 개발...판례 6만·법령 24만 건 탑재해 중앙·지방 공무원의 법적 질문에 AI가 즉시 응답,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
공무원이 직접 만든 'AI 법령 비서'가 14일 문을 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공무원이 법령과 판례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AI 법령 비서' 서비스가 문을 연다. 법제처(처장 조원철)와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는 이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해 7월 14일 전 공무원에게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법제처의 법제 지식과 행안부·과기정통부의 인공지능(AI)·전자정부 기술력을 한데 모은 결과물로, 대통령 지시 사항을 신속히 이행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AI 법령 비서는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며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마주하는 각종 법적 질문에 AI가 즉시 답을 내놓는 서비스다. 정부는 이 서비스로 공무원의 법령 검토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 처리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전문 개발 인력 없이 공무원이 직접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점, 그것도 단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업무에 바로 쓸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공공 부문에서 AI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외부 전문 인력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업무를 가장 잘 아는 현장 공무원이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범정부 AI 공통기반 위에서 1개월 만에 구현
이처럼 빠른 개발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정부는 '범정부 AI 공통기반'을 꼽았다. 범정부 AI 공통기반은 여러 부처가 함께 쓸 수 있도록 마련한 공용 AI 기반 시설로, 여기에는 이미 법령 정보를 다루는 'RAG'가 구성돼 있었다. RAG(검색 증강 생성)란 AI가 지어낸 그럴듯한 거짓 답변, 이른바 '환각'을 줄이기 위해 내부에 갖춰 둔 정확한 데이터를 먼저 찾아본 뒤 그 자료에 근거해 답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에 법제처가 법령을 만들고 해석하는 전문 업무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점이 더해져, 짧은 기간에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작된 서비스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이용해 답변을 만들어 내도록 개발됐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의 디지털 기반 시설에서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AI 모델을 말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작업에 두루 쓸 수 있도록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시킨 기반 모델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모든 공무원은 '온AI 실험실'을 통해 이 서비스를 자신의 업무에 곧바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온AI 실험실은 중앙·지방정부 공무원이 범정부 AI 공통기반을 거쳐 행정 내부망에서 최신 AI 모델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만든 AI 대화 서비스다. 행정 내부망에서 쓰기 때문에 민감한 업무 자료가 외부로 새어 나갈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정부는 AI가 내놓는 답변이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 법령 비서의 답은 어디까지나 중간 검토 자료로만 활용될 예정이다.
판례 6만·법령 24만 건 탑재…5개 시도 자치법규도 우선 반영
AI 법령 비서는 법령과 행정규칙, 자치법규 및 판례를 근거로 정책 기획·입안·집행 과정의 법적 질문에 답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대법원 판례 6만 건과 법령·행정규칙 관련 24만 건 등 방대한 데이터가 서비스에 탑재됐다. 공무원이 필요한 법적 근거를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AI가 답을 지어내지 않고 이렇게 실제 등록된 법령과 판례에 근거해 답하도록 한 것이 앞서 설명한 RAG 방식의 핵심이다. 행정규칙은 행정기관이 내부적으로 정한 훈령·예규 등의 규정을, 자치법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조례·규칙을 말한다.
자치법규의 경우 당초 2026년 하반기에 데이터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시범 서비스를 서둘러 추진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정부는 서울과 인천, 대전, 세종, 경기도 등 5개 시도의 자치법규 5만여 건을 우선적으로 RAG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자치법규까지 검토 범위에 넣어, 지방 공무원의 업무에도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같은 사안이라도 지역마다 적용되는 조례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자치법규까지 확인 범위에 포함한 것은 지방 행정 현장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 주도 AI 혁신 확산…"절약한 시간, 국민 위해"
정부는 공무원들이 AI 서비스를 더 쉽고 다양하게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에 필요한 AI 지식 데이터를 계속 늘리고 지원 체계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서비스처럼 현장의 공무원이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쓰는 방식을 정부 전반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 데이터를 표준화해 쌓고, 개발 과정을 돕는 교육과 기술 지원도 함께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법의 해석과 집행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업무 중 하나인데, 앞으로는 AI 법령 비서로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AI로 절약한 공무원들의 시간은 국민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는 "우리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행정 현장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독자 AI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공공과 민간 전반으로 활용을 확산하여 국가 AI 생태계가 한층 더 견고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AI 법령 비서 서비스는 공공 AI 전환(AX)을 통한 'AI민주정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온AI 정부 실험실과 함께 모든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사용하는 업무방식의 혁신을 전 정부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AI 전환(AX)은 공공 부문의 일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박정후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