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픈AI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금융보증 25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 미만으로 축소...전체 10GW 중 1단계 5GW만 보증, '순환 거래' 투자자 우려에 위험 노출 줄여
엔비디아가 오픈AI 데이터센터 보증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에 제공하기로 했던 금융 보증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1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들어서는 오픈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보증액을 1200억달러(약 169조원) 미만으로 재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알려진 기존 보증액 2500억달러(약 352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규모다. 로이터는 이 보도 내용을 자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 보증이란 돈을 빌리는 쪽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제3자가 대신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보증인의 신용을 빌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사안에서는 엔비디아가 보증인 역할을 맡아, 오픈AI가 데이터센터 임차료와 건설 자금을 빌리는 데 필요한 신용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10GW 중 5GW만 보증...나머지는 추후 결정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체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가운데 초기 약 5GW에 해당하는 1단계 사업에 대해서만 보증을 제공하는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나머지 5GW에 대한 자금 조달 참여 여부와 방식은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기가와트는 전력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로, 10GW는 미국 일반 가정 약 800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보증 대상은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과 건설에 필요한 부채에 한정된다. 시설에 들어가는 반도체 구입 비용은 보증 범위에서 빠져 있으며, 이 부분은 별도의 금융 계약으로 논의되고 있다. 칩 구매 지원 규모는 최대 3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사업을 단계로 쪼개 보증하는 방식은 엔비디아가 초기에 부담하는 금액을 줄이면서, 이후 단계에 대한 판단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게 해준다. 1단계 사업의 진행 상황과 AI 수요 흐름을 확인한 뒤 추가 참여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의 1단계는 2028년 약 800메가와트(MW) 규모로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양측이 합의에 근접했으며, 이르면 지난 주말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이와 별개로 전체 10GW에 대한 구속력 있는 임대 계약을 맺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모두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경은 '순환 거래' 논란...주가 5% 하락도
보증 규모 축소의 배경으로는 이른바 '순환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지목된다. 순환 거래는 반도체 기업이나 클라우드 사업자가 AI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그 자금으로 AI 기업이 다시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들이는 구조를 말한다. 매출이 실제 수요에서 나온 것인지, 자사가 대준 돈이 되돌아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엔비디아의 보증을 바탕으로 오픈AI가 돈을 빌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구조가 확대되면, 향후 GPU 수요가 둔화하더라도 빚은 그대로 남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경우 고객사의 투자 위험까지 엔비디아가 떠안게 된다.
시장은 이미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2500억달러 규모의 보증 논의가 처음 알려진 날 엔비디아 주가는 5% 하락했다. 자사 대차대조표를 동원해 AI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방식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드러난 대목이다. 대차대조표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갚아야 할 빚을 정리한 재무제표를 말한다.
오픈AI, 852조원 몸값에도 적자...신용등급이 걸림돌
오픈AI가 엔비디아의 보증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자체 신용으로는 대규모 장기 차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채권 시장이 신뢰할 만한 차입자를 가리는 기준인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 가치는 852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약 250억달러의 매출에 140억달러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수천억달러 규모의 건설·임대 자금을 일반적인 경로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갖춘 엔비디아의 재무구조가 이를 대신하는 셈이다. 다만 보증 규모가 줄어들면서 오픈AI는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거나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과 규모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지는 우라늄 농축 시설 터...소프트뱅크 자회사가 개발
오하이오 데이터센터는 미국 에너지부 소유 부지인 파이크 카운티에 조성된다. 컬럼버스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곳으로, 과거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가 가동을 멈춘 자리다. 개발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에너지 자회사인 SB에너지가 맡고 있으며, 전력 공급을 위해 9.2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포함한 발전 시설을 새로 짓는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이 발전 사업에 3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비용까지 포함한 총사업비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금까지 발표된 데이터센터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외부 자금 유치는 확대...투자 축소는 두 번째
엔비디아는 자체 부담을 줄이는 대신 외부 자금 조달 창구는 넓히고 있다. 회사는 8월 10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블랙록,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 6개 금융기관과 손잡고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0억달러 이상의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단일 사업에 대한 직접 보증은 줄이면서 전체 자금 규모는 키우는 방식이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오픈AI가 빌리는 여러 대출에 대해 보증을 논의해 왔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협력사의 데이터센터 임대 채무 8억6000만달러를 보증한 바 있다. 신생 클라우드 업체 람다와는 자사 GPU를 되빌리는 15억달러 규모의 계약도 맺었다. AI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커질수록 반도체 공급사가 고객의 재무 부담까지 나눠 지는 구조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오픈AI 관련 약정 규모를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최소 10GW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최대 1000억달러 투자를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엔비디아는 올해 3월 실제 투자 규모를 300억달러로 낮췄다. 이번 보증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관리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반도체분과 이남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