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첫 대학 기반 AI 기술센터 열었다...가자마다대·인도삿·엔비디아 손잡고 족자카르타에 개소, 결핵 진단·정밀 농업·재난 대응 3개 과제 착수
인도네시아가 첫 대학 기반 AI 기술센터를 열고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도네시아에 처음으로 대학 안에 인공지능(AI) 기술센터가 문을 열었다. 인도네시아 통신디지털부(Komdigi)와 가자마다대학교(UGM), 통신사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Indosat),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8월 13일 자바섬 족자카르타에서 'UGM 인도삿 엔비디아 AI 기술센터(NVAITC)'를 열었다. 엔비디아는 8월 14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개소 사실을 알렸다. 센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AI 우수센터(AI Center of Excellence)' 사업의 하나로 설립됐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참여해 자국 현안을 푸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가자마다대학교는 족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이다. 인도삿은 현지 2위권 이동통신 사업자로, 최근 AI 기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기술센터(NVAITC)는 이 회사가 각국 연구기관·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협력 거점을 말한다. 연산 자원과 소프트웨어, 기술 지원을 제공해 현지 연구자들이 AI 연구를 수행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자국이 보유한 연산 자원 제공...'GPU 므르데카' 기반
센터의 핵심은 대학 구성원에게 기업용 수준의 연산 자원을 열어 준다는 점이다. 센터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인도삿이 운영하는 'GPU 므르데카(GPU Merdeka)'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GPU 므르데카는 인도삿이 자국 안에 구축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서비스다. 므르데카는 인도네시아어로 독립을 뜻한다. 이용자가 장비를 직접 사지 않고 필요한 만큼 연산 능력을 빌려 쓰는 방식이며, 설비와 데이터가 자국 안에 놓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센터가 대학 안에 들어섰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각국의 AI 연구 거점은 국책 연구기관이나 기업 연구소에 마련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에 설치하면 재학생이 수업과 연구 과정에서 곧바로 장비를 다뤄 볼 수 있다. 학위 과정을 마친 인력이 그대로 현지 산업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개소 발표문에서 참여 기관들이 연구 성과와 함께 인재 양성을 나란히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가자마다대학교의 연구자와 학생은 가속 컴퓨팅 자원과 AI 소프트웨어, 공개 소프트웨어, 사전 학습된 모델, 개발 도구, 기술 자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사전 학습된 모델은 대규모 자료로 미리 훈련을 마친 AI 모델을 뜻한다. 연구자가 처음부터 학습시키지 않고 자신의 과제에 맞춰 고쳐 쓰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센터는 인도네시아 연구자를 엔비디아의 국제 협력망과도 연결한다.
메우티아 하피드 인도네시아 통신디지털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AI 우수센터는 인도네시아가 AI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개발해 세계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는 장기 구상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업을 통해 AI 주권의 토대를 놓고, AI가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 현안 해결의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바 에밀리아 가자마다대학교 총장은 "이 사업은 고등교육과 연구 성과의 산업화,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 과제를 뒷받침한다"며 "AI 도입을 앞당기고 미래에 대비한 인도네시아 인재를 길러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결핵·농업·재난...현지 현안 겨냥한 3개 과제
센터는 개소와 함께 보건과 농업, 재난 대응 세 분야의 과제에 착수했다.
첫 번째는 결핵 진단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결핵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결핵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발견이 늦으면 사망으로 이어진다. 농어촌과 의료 취약 지역에서는 진단에 필요한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가자마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숨을 분석해 결핵 여부를 가려내는 '이노즈-티비(eNose-TB)'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별도의 전문가나 값비싼 검사실 없이도 외딴 마을에서 빠르고 싸게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숨을 분석하는 방식은 사람이 내쉬는 공기에 섞인 미세한 물질의 조합을 센서로 잡아낸 뒤, AI가 그 특징을 학습한 자료와 대조해 질병 여부를 가려내는 원리다. 가래를 채취하거나 엑스선 촬영 장비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동식 검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를 이끄는 디안 케수마프라무디아 누르푸트라 박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발한 기술이 인도네시아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어 왔다"며 "센터를 통해 확보한 인프라와 전문성이 연구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정밀 농업이다. 농업은 인도네시아 노동인구의 약 30%가 종사하는 분야다. '스마트애그리(SmartAgri)'는 위성 영상과 센서 자료, 현지 농업 지식을 함께 활용하는 다중 모달 AI에 엣지 컴퓨팅을 결합한다. 다중 모달은 사진과 수치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자료를 함께 다루는 방식을, 엣지 컴퓨팅은 자료를 중앙 서버로 보내지 않고 현장 기기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농민이 언제 어떻게 물을 대야 하는지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세 번째는 재난 대응이다. 인도네시아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해 자연재해 위험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테크포디재스터(Tech4Disaster)'는 위성과 센서 자료를 빠르게 처리하는 공간정보 AI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주민과 구조 인력에게 더 이른 경보와 상황 정보, 협조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위성 사진이 도착해도 피해 범위를 사람이 일일이 판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을 AI가 대신 처리하면 대응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구 4위국의 연산 자원 공백 메운다"
비크람 신하 인도삿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에 뒤처지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없어야 한다"며 "센터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을 들여오고 연구자와 학생, 창업기업으로 이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솔루션아키텍처·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보건과 농업, 재난 대비에 이르기까지 AI가 변화를 이끌 여지가 크다"며 "네모트론(Nemotron) 공개 모델과 전문성을 제공해 인도네시아 인재의 잠재력을 혁신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규모가 크고 시급한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와 개발자가 있지만, 연구 결과를 실제 성과로 옮길 연산 자원과 모델,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고등평생교육분과 양윤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