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BMS, 세계 최강 '생명과학 AI 공장' 짓는다...엔비디아 '베라 루빈'으로 신약 개발 가속...모든 연구원에게 슈퍼컴 개방, 표적 발굴·분자 설계에 AI 전면 도입
BMS가 엔비디아 최신 시스템으로 AI 신약 개발을 대폭 확대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의 대형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대폭 확대한다. BMS는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AI 컴퓨팅 시스템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슈퍼컴퓨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시스템을 생명과학 업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컴퓨팅 설비라고 소개했다. 슈퍼컴퓨터란 보통의 컴퓨터로는 오래 걸리는 방대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초고성능 컴퓨터를 말한다.
이번에 도입되는 설비는 '엔비디아 DGX 슈퍼팟(SuperPOD)'으로, 여러 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묶어 하나처럼 쓰는 대형 AI 컴퓨팅 묶음이다. 이번 슈퍼팟은 엔비디아의 신형 시스템 'DGX 베라 루빈 NVL72' 8대로 이뤄지며, 각 시스템에는 데이터를 계산하는 핵심 부품인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와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간다. GPU는 원래 화면을 그리는 부품이었으나, 많은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강해 오늘날 AI 계산의 핵심 장치로 쓰인다. BMS에 따르면 이 새 설비는 기존에 쓰던 설비와 견줘 전력 1메가와트당 성능이 최대 10배에 이른다.

'슈퍼듀퍼팟'...모든 과학자에게 슈퍼컴 개방
BMS의 연구 사업 통찰·기술 담당 부사장인 에린 데이비스는 이 설비를 '슈퍼듀퍼팟(SuperDuperPOD)'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BMS는 이미 생명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대형 AI 컴퓨팅 묶음을 운영해 왔는데, 여기에 새 설비를 더해 규모를 한층 키운다는 것이다. 이번 도입의 핵심은 단순히 계산 능력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소수의 연구자에게만 슈퍼컴퓨터를 열어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과학자가 제약 없이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순서를 기다리거나 사용량 제한을 통보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새 설비는 연구자들에게 하나로 통합된 AI 플랫폼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생물학 분야 AI를 위한 '엔비디아 바이오니모 에이전트 툴킷' 등이 포함된다. 연구자들은 이 플랫폼에서 실험 결과를 미리 내다보는 예측 계산을 돌리고, AI 모델을 학습시키며, AI가 여러 단계를 스스로 처리하는 이른바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 걸쳐 운영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받아 스스로 여러 일을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을 말한다. BMS가 노리는 것은 이런 접근성이 열어 주는 가능성, 즉 더 빠른 연구 주기와 더 넓은 탐색 범위, 그리고 연구자가 자원을 확보하는 절차가 아니라 과학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3년간 성과...표적 발굴 자동화로 수 주 절약
BMS는 약 3년 전부터 DGX 슈퍼팟을 운영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AI를 활용한 '표적 발굴'이 연구자의 수작업 시간을 몇 주씩 줄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표적 발굴이란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등 약이 공격해야 할 목표물을 찾아내는 신약 개발의 첫 단계다. 이 과정이 빨라지면서 연구자들은 더 중요한 과학적 판단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BMS는 또 AI를 이용해 'CELMoD(셀모드)'라 불리는 화합물의 종류를 넓혔다고 밝혔다. CELMoD는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골라내 분해하도록 설계된 분자로, 혈액암 치료 등에 쓰인다. AI를 활용하면서 더 다양한 질병에 대응할 새로운 목표물과 약물 후보를 찾을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의 또 다른 단계인 '선도물질 최적화'에도 AI가 쓰인다. 지난 1월 치료제 발굴 과학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은 페이얼 셰스는 이를 '예측 우선(Predict First)'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분자를 합성하기 전에 그 성질을 미리 예측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분자를 걸러 낸다는 것이다. 셰스 부사장은 여러 조건을 동시에 따지는 이른바 다중 변수 최적화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자에 귀중한 실험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대규모 예측 작업과 자체 기반 모델 개발로 기존 설비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새 설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반 모델이란 방대한 자료로 미리 학습시켜 여러 용도에 두루 활용하는 대형 AI 모델을 말한다.
전 세계 사업장을 하나로...평문 영어로 예측 실행
데이비스 부사장의 팀은 기존 슈퍼팟과 새 베라 루빈 기반 설비를 하나의 환경으로 통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료가 흐르는 통로가 하나로 이어져, 전 세계 모든 BMS 사업장에서 같은 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생긴 사업장별 제약이나, 시스템을 다루려면 깊은 전산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회사는 이런 장벽을 '엔비디아 미션 컨트롤'로 관리하는 AI 친화적 도구로 대체하고 있으며, 연구자가 복잡한 예측 작업을 어려운 명령어 대신 평범한 영어 문장으로 지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셰스 부사장은 이러한 컴퓨팅 기반이 모든 과학자를 연결하고 연구 성과를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 뉴저지주 로렌스빌에서 진행한 연구의 자료가 모델에 반영되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다른 연구팀이 이를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프로젝트마다 따로 다뤄져 성과가 하나의 지식 체계로 쌓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실험과 임상 결과가 서로 맞물려 더 확신 있는 판단으로 이어지는 '누적 학습'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부서 경계 넘는다"...인간 판단은 '증강'
데이비스 부사장은 AI 에이전트가 부서와 프로그램의 경계를 개의치 않고 자료를 넘나든다는 점을 큰 변화로 꼽았다. 그동안 서로 나뉘어 있던 영역의 판단으로부터 두루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BMS 측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을 더 많은 정량적 통찰과 예측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셰스 부사장은 AI가 인간의 판단을 보강하며, 데이비스 부사장 역시 사람의 두뇌가 여전히 중심에서 방향을 잡고 허점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S는 새 설비에 대한 활용 계획도 이미 세워 뒀다고 밝혔다. 크기가 작은 소분자 약물과 큰 거대분자 약물의 설계부터 임상 적용, 나아가 '디지털 트윈'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나누어 쓴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대상을 컴퓨터 속에 똑같이 본떠 두고 여러 상황을 미리 시험해 보는 기술을 말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이세정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