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AI 모델, '최고 성능' 넘본다...美 리서치사 "앤트로픽 사업모델 흔들릴 수 있어"...무료 공개 '키미 K3'·'큐원 3.8'이 최전선 위협, 데이터센터·전력 안 가진 모델 중심 기업의 수익구조 취약성 지적
오픈 AI 모델의 약진에 모델 중심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모델을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오픈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모델 개발에만 집중해 온 AI 기업들의 사업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리서치 회사 이머징 트래젝토리스(Emerging Trajectories)는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최근 공개된 오픈 모델들이 최고 성능에 근접하면서 특히 앤트로픽(Anthropic)이 제품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글은 회사의 보이치에흐 그리츠(Wojciech Gryc)가 작성했다. 오픈 모델이란 모델의 내부 값인 '가중치'를 외부에 공개해,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내려받아 쓰거나 고칠 수 있게 한 AI 모델을 말한다.

최고 성능 넘보는 오픈 모델들
글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사이 두 개의 최첨단(SOTA) 기반 모델이 공개됐다. 중국 문샷 AI(Moonshot AI)의 '키미 K3(Kimi K3)'가 7월 16일에, 알리바바(Alibaba)의 '큐원 3.8(Qwen 3.8)'이 7월 19일에 각각 발표됐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두 모델 모두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인 '페이블 5(Fable 5)'에 견줄 만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모델의 가중치가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6월 중순에는 또 다른 상위권 오픈 모델인 지식 아틀라스(Knowledge Atlas)의 'GLM 5.2'도 공개됐다.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이란 방대한 데이터로 폭넓게 학습해 여러 작업에 두루 쓸 수 있는 대형 AI 모델을 말한다. 그동안 이 정도의 최고 성능은 막대한 자본을 들인 소수 기업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오픈 모델이 이 '최전선'에 잇따라 다다랐다는 사실 자체가, 모델 성능만으로 앞서 온 기업들에 큰 위협이 된다고 봤다.
모델 회사의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글은 이런 위협을 이해하려면 기반 모델 사업의 비용 구조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반 모델은 만드는 데 큰돈이 든다. 연구 인력의 인건비, 계산을 처리하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돌리는 전기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일단 모델을 다 만들고 나면 가장 큰 비용은 '추론(inference)'에서 발생한다고 짚었다. 추론이란 완성된 AI 모델을 실제로 이용자가 쓸 수 있게 돌리는 과정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모델을 더 학습시키지 않으므로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대신 계산 설비와 전기 요금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은 결국 추론 사업의 관건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으며, 이 '가치사슬'을 많이 소유할수록 매출에 따라 늘어나는 변동비가 고정비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가치사슬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져 이용자에게 닿기까지 거치는 여러 단계의 사슬을 말한다.
세 갈래 전략...누가 전력·데이터센터를 갖느냐
글은 AI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데이터센터를 빌리고 전기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앤트로픽과 GLM 5.2를 만든 지식 아틀라스, 키미 K3를 만든 문샷 AI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둘째는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되 전기는 사서 쓰는 방식으로, 메타(Meta)와 알리바바가 이 길을 택했다고 분류했다. 셋째는 발전 설비와 데이터센터를 모두 직접 갖추는 방식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를 예로 들었다.
이 전략의 차이가 수익성을 가른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데이터센터와 전기를 빌려 쓰는 기업은 이용자가 모델을 쓸 때마다 드는 비용에 이윤을 얹어 돈을 번다. 그러나 이 경우 매출이 늘면 비용도 그만큼 함께 늘어, 이용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윤의 폭이 넓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발전소나 데이터센터를 직접 가진 기업은 추론 비용의 상당 부분이 고정비로 바뀌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윤이 커질 수 있다고 글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프라를 많이 소유한 기업은 성능이 좋은 오픈 모델을 대신 얹어 돌리거나 남는 설비를 빌려주는 식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의 처지가 특히 위태롭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이런 잣대로 볼 때 앤트로픽의 처지가 특히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인프라를 소유하지 않은 기업은 오직 '모델 수요'에만 기댈 수밖에 없어, 모델이 그저 좋은 정도로는 부족하고 가장 뛰어나거나 '충분히 쓸 만하면서 값싼' 모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은 이것이 추론 값을 계속 낮추거나 성능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소모전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글은 앤트로픽이 성능 면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그 모델이 경쟁사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가 인용한 외부 자료에 따르면 페이블 5는 작업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오픈AI(OpenAI)나 오픈 모델의 약 3배에 이른다. 글은 이용자들이 더 나은 모델을 위해 그만한 값을 계속 치를지는 지켜봐야 하며,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 글은 앤트로픽이 규제와 '재귀적 자기개선'에 상대적으로 크게 기대 왔다고 분석했다. 재귀적 자기개선이란 AI가 스스로를 더 똑똑하게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앤트로픽이 안전과 윤리를 강조해 온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지난 6월 페이블 5와 미토스 5(Mythos 5)를 선보인 뒤,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를 지키기 위해 한때 이용을 중단했다가 통제가 풀린 7월 초 다시 열었다.
글은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나 '코워크(Cowork)' 같은 제품에도 투자해 왔지만, 이런 도구 중심 전략에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도구는 이른바 '하니스(harness)'로 불리는데, 하니스란 AI 모델을 실제 작업에 활용하도록 감싸 주는 소프트웨어 껍데기를 말한다. 오픈코드·오픈클로 등 여러 신생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 글의 진단이다. 반면 오픈AI는 소비자 경험과 음성·하드웨어처럼 모방하기 어려운 영역에 투자하고 데이터센터·발전 설비 확보에도 적극적이어서, 길게 보면 더 튼튼할 수 있다고 봤다.
"'딥시크 순간'보다 크다"
이머징 트래젝토리스는 이번 오픈 모델들의 등장이 2025년의 이른바 '딥시크 순간'보다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연구소가 앤트로픽·오픈AI 같은 대형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런 추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지는 흐름임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발전 설비 없이 모델만 파는 기업들이 방어력 면에서 더 취약하며, 지식 아틀라스와 문샷 AI, 앤트로픽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 리서치사의 '전망'...단정은 일러
다만 이번 내용은 한 리서치 회사가 내놓은 분석이자 전망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글에 담긴 앤트로픽의 '해체 위험'이나 순위 하락 가능성은 저자의 예측이며, 글 스스로도 규제 개입이나 진정한 범용인공지능(AGI)의 등장 같은 변수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범용인공지능이란 사람처럼 폭넓은 문제를 두루 해결하는 수준의 AI를 말한다. 실제로 글은 앤트로픽이 현재 모델 성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함께 밝히고 있다.
비교에 쓰인 비용·성능 수치 역시 외부 기관의 값을 인용한 것으로, 시장 상황과 각 기업의 대응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키미 K3와 큐원 3.8이 페이블 5에 근접한다는 평가도 아직 공식 가중치 공개와 외부의 독립적인 검증을 거쳐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AI 기업들의 경쟁 구도가 이 분석대로 흘러갈지는 앞으로 시장에서 지켜볼 부분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권지현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