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력감독원' 신설 추진...22일 국회서 전력 거버넌스 혁신 토론회...하반기 '전기사업법' 개정 앞두고 국회·전문가 공감대 형성, '전기국가' 도약 뒷받침
기후부가 전력감독원 신설을 위한 토론회를 22일 국회에서 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가 7월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서울 영등포구)에서 '전력 거버넌스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이번 토론회는 박지혜·서왕진 의원실과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로, 정부가 추진하는 새 전문 규제기관 '전력감독원' 신설에 대한 국회와 정부, 전문가, 국민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열린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여러 주체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운영·감독하는 관리 체계를 뜻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위한 하반기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에 앞서 마련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14일 '전기화 시대의 전력망 기술기준과 전력감독체계 토론회', 4월 30일 '시민사회단체 연합토론회', 5월 20일 '전력시장 복잡화에 대응한 새로운 전력감독체계 구축 토론회'를 잇달아 열었으며, 이번이 네 번째 자리다.

'전기국가'로의 도약과 세 가지 과제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와 피지컬인공지능(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대전환과 안정적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전기국가(electro-state)'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국가란 산업과 사회 전반이 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를 가리키는 말로, 정부가 내세운 정책 방향이다.
다만 정부는 전기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전력망을 규율하는 기술기준, 이른바 '그리드코드(grid code)'를 앞서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드코드란 발전 설비와 전력망이 지켜야 할 기술 규칙을 말한다. 태양광·풍력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분산자원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으나, 전력시스템의 중심이 회전 방식의 동기발전기에서 전력전자장치인 인버터로 옮겨가는데도 규범은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그 결과 발전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급증해, 정부에 따르면 2025년 출력제어 횟수는 2024년의 3배(27회→82회), 제어량은 9배(12.4GWh→109.4GWh)로 늘었다.
두 번째는 전력시장을 감시하는 체계다. 정부에 따르면 전력시장 참여자는 2001년 19개사에서 2026년 8천여 개로 늘었고,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한국전력공사와 직접 거래하는 설비(한전 PPA)도 18만 개를 넘어섰다. PPA란 전기를 사고파는 쪽이 직접 맺는 전력 구매 계약을 말한다. 여기에 직접전력계약(직접 PPA)과 구역전기사업, 여러 소규모 발전 설비를 묶어 하나처럼 운영하는 통합발전소(VPP), 분산에너지특구 등 새로운 거래 형태까지 등장하며 시장 구조가 복잡해졌다. 반면 이를 감시하는 주체는 전력거래소 내 소규모 조직에 그치고 그마저 장내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장의 공정성이 약해지고 감시의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세 번째는 전력 데이터 관리 체계다. 인공지능 기술이 퍼지면서 전력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기관마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과 공개 주기·방식이 달라 통합과 학습이 어렵다.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고 품질을 검증·표준화하며 안전한 공개 기준을 정할 총괄 주체도 없다. 그 결과 전력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이 더디고 관련 신산업도 출발선에 서기 어렵다고 정부는 봤다.
전력감독원, 세 가지 역할...정책-심의-감독-집행 '4단 구조'
정부는 이 같은 과제에 대응할 전문 규제기관으로 전력감독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기관이란 특정 분야의 규칙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어긋난 부분을 바로잡는 전문 기관을 말한다. 전력감독원의 주요 역할은 ①그리드코드의 선제적 개선과 이행 감독 ②전력시장 불공정행위 감시 및 시장제도 평가 ③전력 데이터 관리·공개 체계 운영 등 세 가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력 분야의 의사 결정을 정책(기후에너지환경부)-심의·의결(전기위원회)-조사·감독(전력감독원)-집행·운영(전력거래소·한국전력)으로 이어지는 4단 구조로 갖춘다는 구상이다. 정책을 세우는 곳, 이를 심의·의결하는 곳, 실제로 조사·감독하는 곳, 집행·운영하는 곳을 나눠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독립 규제기관 필요"...해외 사례도 제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런 진단과 처방을 뒷받침하는 발제가 이어진다. 좌장은 전영환 홍익대 교수가 맡으며, 발제에는 송승호 광운대 교수와 정구형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지효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나선다.
송승호 광운대 교수는 '그리드코드 고도화와 전력 거버넌스 혁신' 발표에서, 국내 그리드코드가 내용의 완성도에 비해 개정 시기와 적용 시점이 어긋나고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 규정이 모호해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전문성을 갖춘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한 관리·이행 체계 확립을 제안한다.
정구형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력신사업 확대와 전력시장 변화 방향'에서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해외 사례를 짚으며, 독립 규제기관 설립과 함께 송전계통운영자(TSO)와 배전계통운영자(DSO)가 협조하는 운영 체계 구축이 전력 신사업 안착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TSO는 넓은 지역에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을, DSO는 가정·기업에 전기를 나눠 주는 배전망을 운영하는 주체를 말한다.
김지효 KAIST 교수는 '전력정보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창구가 흩어져 있고 책임 범위가 불명확해 운영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짚고, 공개 기준을 제도로 정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원칙을 갖춘 '관리된 공개' 체계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낡은 규칙, 의심받는 심판"...전기위원장 진단
김창섭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전기국가로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감당할 규칙과 공정한 심판이 절실하다"며, 시장에 뛰어든 참여자가 수십만에 이르는데도 규칙은 낡고 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리드코드를 앞서 개선하고 시장을 공정하게 감시하며 전력 정보를 투명하게 여는 일을 책임질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며, "전력감독원 신설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하반기 국회 논의를 뒷받침해 전력감독원 설립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전기국가로의 도약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유관기관분과 서우람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