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하이오에 AI 팩토리 부지 선점...오픈AI 입주해 4.25GW 규모 구축
엔비디아가 SB에너지와 손잡고 '토지·전력·건물' 인프라를 확보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연산 시설인 'AI 팩토리'를 지을 부지와 전력, 건물을 직접 확보하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업 SB에너지와 협력해 미국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에 있는 'PORTS-Pike 테크놀로지 캠퍼스'에 토지·전력·건물(LPS·Land, Power and Shell) 인프라 용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부지에는 엔비디아의 연산 장비가 들어서며, 오픈AI가 입주사(테넌트)로 참여한다.
황 CEO는 AI 팩토리를 "컴퓨팅 연산이 에너지와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경제에서는 연산이 곧 매출"이라며, AI 팩토리를 짓기 위해서는 첨단 칩과 패키징, 메모리, 네트워킹뿐 아니라 토지와 전력, 건물이라는 자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PS, 반도체 이어 새로운 전략 자원으로
엔비디아는 그동안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구매력과 장기 공급망 협력 관계를 활용해 왔다. 회사는 이번에 같은 방식을 토지·전력·건물 확보에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 CEO에 따르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나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자금과 인프라 역량, 장기 계약을 갖추고 있어 LPS를 스스로 확보해 왔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네트워킹,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직접 AI 팩토리를 짓고 운영한다. 엔비디아는 이런 방식이 앞으로도 회사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런티어 AI 랩'으로 불리는 첨단 AI 연구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들은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성장 속도가 자체 재무 여력을 앞지르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도 수십 년짜리 인프라 계약이나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 CEO는 "이들의 성장은 알고리즘이나 고객 수요가 아니라 연산 자원의 확보 가능 여부에 점점 더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런 기업일수록 연산 능력이 곧바로 사업 규모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연산이 늘면 더 많은 지능과 제품, 더 많은 사용자와 매출로 이어지고, 그 매출이 다시 더 큰 연산 투자로 순환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자사가 이 순환의 바탕이 되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부지 확보는 반도체 확보에서 시작한 엔비디아의 사업 영역이 AI 팩토리를 짓는 물리적 기반으로까지 넓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년간 장비 교체...초기 4.25GW 규모로 출발
오픈AI는 PORTS-Pike 부지에 대형 AI 팩토리를 짓고 운영한다. 이 시설은 엔비디아의 풀스택 'DSX AI 팩토리' 플랫폼을 활용하며, 여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킹, 인프라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초기 구축 규모는 4.25기가와트(GW)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이 부지에 배치되는 AI 팩토리 시스템이 한 세대당 약 150만 개의 GPU, 매출로는 약 1500억2000억 달러(약 208조27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부지는 20년에 걸쳐 여러 차례 장비 교체 주기를 감당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 지점을 핵심 경제 논리로 제시했다. 토지·전력·건물 확보로 오래 쓸 수 있는 부지를 잡아두면, 그 안의 엔비디아 연산 장비는 세대마다 반복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새 세대 장비가 나올 때마다 더 많은 생산성과 더 나은 경제성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초기 4.25GW를 넘어 나머지 3.75GW까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30년까지 오픈AI 최대 16GW...약 830조원 규모
오픈AI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오픈AI가 현재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물량은 약 12GW 규모이며, PORTS-Pike 계약을 초기 4.25GW 이상으로 확대하면 약 16GW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수준의 물량은 2030년까지 약 6000억 달러(약 830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연산에 해당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초기 4.25GW와 잔여 3.75GW를 합치면 PORTS-Pike 한 곳의 잠재 용량만 약 8GW에 이른다. 이는 단일 부지에 배치되는 AI 팩토리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순환 출자 아니다"...엔비디아의 설명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두고 제기될 수 있는 의문에도 직접 답했다. 회사는 PORTS-Pike의 약 4GW 규모 LPS 인프라를 20년 동안 지원하며, 엔비디아 연산 장비만 독점적으로 배치되는 부지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 범위는 임대료와 전력 요금의 일부, 그리고 정해진 잔존가치 보장에 한정되며, 부지 전체 비용이나 입주사의 모든 의무를 떠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보증은 2028년부터 2030년 사이 데이터센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면서 단계적으로 효력이 생긴다. 오픈AI가 임대료를 내고 용량이 가동을 시작하면 엔비디아가 지는 부담은 줄어드는 구조다.
최근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투자하고 그 고객사가 다시 엔비디아 제품을 사들이는 이른바 '순환 출자'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순환 출자가 아니다"라며 "임대료는 오픈AI가 낸다"고 밝혔다. 회사는 고객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됐을 때 핵심 자원을 미리 잡아두는 공급망 관리 방식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오픈AI가 향후 이 부지를 쓰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엔비디아는 자사 연산 장비가 범용적이고 대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기반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사업자와 기업, AI 랩, 스타트업 등 다른 수요처에 용량을 다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가속 컴퓨팅 칩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 시스템과 네트워킹, 쿠다, 풀스택 AI 팩토리로 사업을 넓혀왔다"며 "이제는 이런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확보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LPS 확보가 "전략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며, 대다수 고객은 앞으로도 자체적으로 LPS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은 AI 산업의 성장 병목이 칩 성능이나 알고리즘에서 전력과 부지 같은 물리적 자원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전력이 기가와트 단위로 커지면서, 전력망 확충과 부지 확보가 AI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급망에 이어 전력·부지 확보에까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이 특정 기업 간 자금 흐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실제 계약 이행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박연호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