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동근·김다은, 안양대 이준서 연구팀, AI로 산재 '이중 결핍' 사각지대 밝혀 대학생 IT논문경진대회 대상...노동자 1명 기준으론 작고 고령 많은 공장이 가장 위험한데 안전 로봇은 대기업의 14분의 1, 행정자료 두 변수로 새 예산 없이 선별
고려대·안양대 연구팀이 AI로 산재 사각지대를 밝혀 대상을 받았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동근·김다은 연구자와 안양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이준서 연구자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2026 하계 대학생 IT논문경진대회 AI융합응용 트랙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 논문의 제목은 '산업재해 사각지대 규명 및 위험 기반 타겟팅 모형 구축'이다. 연구팀은 정부가 이미 가진 행정 자료 속 두 가지 정보만으로, 위험은 가장 크지만 안전 지원은 가장 적게 받는 사업장을 새 예산 없이 골라낼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산업재해, 줄여서 산재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제7차 작업환경실태조사의 사업장 2만262곳 자료를 다시 분석했다. 국어국문학과와 환경에너지공학과가 함께한 학제간 연구로, 인공지능(AI)의 한 갈래인 인과 추론 기법을 사회 정책 문제에 적용했다.

노출 보정하니 순위 역전...위험은 최고, 로봇은 최저인 '이중 결핍'
연구의 출발점은 흔히 쓰는 산재 지표가 작은 공장의 위험을 실제보다 낮게 본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동근 연구자는 "20명이 일하는 공장과 200명이 일하는 공장에 사고가 났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큰 공장에서 더 자주 났다고 나온다"며 "그런데 이건 더 위험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더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질문을 '일하는 사람 한 명 기준으로 얼마나 위험한가'로 바꿔 다시 계산했다. 그러자 순위가 뒤집혔다. 사업장 단위로만 보면 영세하고 고령 노동자가 많은 공장은 안전한 축에 속했지만, 노동자 수를 감안한 인당 밀도로 따지자 1000명당 8.15명으로 가장 위험한 자리로 올라섰다. 이는 전체 평균의 1.37배다. 이동근 연구자는 이 결과를 처음 봤을 때 "코드가 틀린 줄 알고 세 번 다시 돌렸다"고 했다.
문제는 이 공장들이 안전을 돕는 로봇을 가진 비율이 1.21%로 가장 낮았다는 점이다. 큰 공장(17.02%)의 14분의 1 수준이다. 위험은 가장 크지만 도움은 가장 적게 받는 이 공간을 연구팀은 '이중 결핍'이라고 불렀다.

"예측을 아무리 잘해도 못 닿는다"...엇갈리는 두 축
연구팀은 산재 연구가 대부분 '누가 다칠 것인가'를 잘 맞히는 데 집중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측을 잘하면 자원을 잘 배분할 수 있다는 전제였다. 연구팀은 이 전제 자체를 시험했고,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같은 자료로 재해자를 잘 맞히는 예측 점수와, 인당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짚어 내는 신호를 나란히 계산해 보니 두 점수의 순위상관이 −0.07로 나타났다. 순위상관은 두 순위가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1에서 1 사이로 나타낸 값으로, 0에 가까우면 서로 무관하다는 뜻이다. 연구자는 "위험한 곳은 대체로 위험하니 어느 정도 겹칠 거라 예상했는데 사실상 엇갈렸다"며 "예상이 빗나간 것이 오히려 논문의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두 축은 서로 다른 사업장을 지목하기 때문에 경쟁 관계가 아니라 함께 쓰면 보완이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재해자 총량을 잡는 데는 기존 예측이 낫지만, 그 방식은 자원을 큰 사업장에 몰아주고 인당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을 방치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축을 반반씩 섞은 명단을 쓰면 총량 포착을 3.7%포인트만 내주는 대신 사각지대를 살피는 범위가 7.3배로 넓어진다고 밝혔다.

두 변수로 오늘 배치 가능...개입점은 '안전 리더십'
연구팀은 이 선별이 새 예산 없이 오늘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규모와 고령 노동자 비중이라는, 행정 자료에 이미 있는 두 정보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분석 방법을 여러 가지로 바꿔 봐도 골라내는 사업장이 사실상 그대로였고, 어떤 방법에서도 무작위로 고르는 것보다 최소 1.4배 이상 잘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개입 지점에 대한 발견도 있었다. 연구팀이 요인을 분해해 보니, 고령과 안전 리더십이 맞물린 효과가 고령과 영세성이 맞물린 효과를 크게 앞섰다. 연구팀은 "바꿀 수 없는 조건인 규모나 나이가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조건인 안전 리더십에 개입점이 있다는 뜻이라 실무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두 변수로 사업장 4251곳을 우선 추린 뒤 현장에서 작업 안전 절차와 관리자의 안전 관리를 진단·지원하는 2단계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2024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가 전체 재해는 유의하게 줄였지만, 고령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 대한 추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규제 확대만으로는 고령과 결부된 격차가 닫히지 않아 별도의 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법을 기여로 팔지 마라"...심사평이 바꾼 제목
연구팀은 이번 성과의 결정적 전환이 심사 이후에 일어났다고 했다. 7월 17일 우수논문으로 선정되며 받은 심사평에는 최신 기법을 썼다는 점 자체는 새로움이 아니라는 지적이 담겼다. 당시 논문 제목에는 방법론 이름인 '인과 숲 이중 기계학습(CF-DML)'이 들어가 있었다. 연구팀은 "제목이 곧 지적당한 지점이었다"며 "심사평이 가장 값지다고 평가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조정 후 신호가 예측 점수와 엇갈린다는 발견이었고, 그렇다면 그 발견을 제목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감 6일 전에 제목과 서론을 전부 다시 썼다.

핵심 추정치가 흔들린 것도 고비였다. 연구팀의 신호는 조건을 더 통제하자 크게 줄었고, 로봇을 가진 영세·고령 사업장이 60곳뿐이라 근거가 얇았다. 연구팀은 "한동안은 이걸 어떻게 감출까 고민했다"며 "감추지 말고 결론의 근거를 옮기자고 판단한 뒤, 분석을 어떻게 바꿔도 유지되는 사실 위에 결론을 다시 세웠다"고 했다. 그는 이를 "주장하는 논문에서 보증하는 논문이 됐다"고 표현했다. 식별이 어려운 분석 하나는 쓸 수 없다고 판정해 진단 용도로만 남겼는데, "결과를 버리는 문장을 쓰는 게 결과를 얻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고 말했다.

연구는 4월 29일부터 7월 23일까지 약 12주가 걸렸고 원고 버전만 100개 가까이 쌓였다. 이동근 연구자가 연구 설계와 분석, 집필을 총괄했고, 이준서 연구자는 선행연구 검토와 산업안전 정책 해석을, 김다은 연구자는 표·그림 시각화와 최종 검증을 맡았다. 연구팀은 모든 수치가 하나의 통합 문서를 거치게 하는 '단일 출처' 방식과, 서로 상대의 논문을 공격하는 심사위원 역할을 문서로 주고받은 방식이 협업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동근 연구자는 "문서 형태로 오가니 감정이 아니라 논점만 남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산업안전 분야에서 데이터로 위험이 어디에 몰리는지를 근거를 갖고 말하는 일을 이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8.15라는 숫자는 통계량이 아니라 1000명이 일하는 동안 여덟 명이 다쳤다는 뜻이었고, 그 여덟 명이 하필 로봇도 안전관리자도 없는 작은 공장에 몰려 있었다"며 독자에게 이런 한 문장을 남겼다. "평균은 분배를 말해 주지 않는다. 데이터가 안전하다고 말할 때, 그 지표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디지털인문학분과 남유리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