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자가 '웰빙' 가장 높았다...직원 7700명 분석, 고립감도 사무실 근무자와 차이 없어
원격근무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웰빙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집에서 일하는 직원은 동료와 단절돼 외롭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그동안 많은 고용주가 품어 온 우려다.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CU Boulder) 연구진의 새 연구는 이런 통념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완전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이 오히려 가장 높은 웰빙(well-being·심리적 안녕감)을 보고했고, 동료나 조직 문화와의 유대가 약하다는 근거도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는 콜로라도대 볼더 리즈 경영대학원의 스테파니 존슨(Stefanie Johnson) 조직리더십·정보분석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지난 7월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한 대형 의료기관 직원 7704명의 설문 자료를 분석했다. 웰빙은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최근 기업의 인사·조직 관리에서 중요한 지표로 다뤄진다.

완전 원격이 가장 높고, 사무실 근무가 가장 낮아
분석 결과 직원들의 웰빙은 완전 원격근무자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자, 마지막이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직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존슨 교수는 이 결과가 뜻밖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근무자가 양쪽의 장점을 모두 누려 가장 행복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이따금 사무실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적인 교류를 얻는 방식이 가장 좋으리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데이터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고 말했다.
"원격근무자가 오히려 유대감 더 커"
이번 연구는 사무실 복귀를 주장하는 대표적 근거인 '유대감'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직원들에게 조직 문화를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원격근무자는 하이브리드·사무실 근무자보다 팀워크와 포용, 지지 같은 단어를 조금 더 많이 사용했다.
존슨 교수는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답을 더 많이 내놨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면 접촉이 관계 형성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게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도움이 된다며 "서로를 알고 난 뒤에는 원격근무가 더 잘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웰빙 높을수록 이직 적어
연구팀은 설문 1년 뒤 실제 이직 여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웰빙이 높은 직원일수록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낮았다. 근무 형태 자체가 이직을 직접 좌우하지는 않았다. 원격근무가 높은 웰빙으로 이어지고, 그 웰빙이 다시 낮은 이직률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존슨 교수는 "웰빙이 높으면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설문은 2023년에 이뤄졌고, 연구팀은 이 응답을 1년 뒤 실제 이직 기록과 견줬다. 조사 대상 가운데 약 절반이 사무실 근무자였고, 나머지는 하이브리드와 완전 원격근무로 나뉘었다.
자율성과 유연성이 열쇠
연구는 원격근무자의 웰빙이 왜 더 높은지까지 파고들지는 않았다. 다만 존슨 교수는 자율성과 유연성에 관한 기존 연구를 근거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원격근무자는 업무 환경과 하루 일정을 스스로 통제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환경을 통제할 수 있으면 대체로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출퇴근을 비롯한 일상의 자잘한 스트레스도 줄여 준다. 존슨 교수는 교통 체증에 오래 시달리는 것이 웰빙에 부정적이라며, 자녀 돌봄이나 반려동물 돌봄 준비, 출퇴근 동선 관리 등 사무실 근무에 딸린 여러 부담을 예로 들었다.
존슨 교수는 이번 연구가 사무실 복귀 논쟁에 놓인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고 봤다. 직원이 '어디서' 일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직원의 웰빙에 투자하는 편이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이 데이터가 아니라 익숙함에 기대어 사무실 복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유연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한 대형 의료기관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일 연구이며, 특정 시점의 설문과 이직 기록을 견준 것이라는 점은 해석에 유의할 대목이다. 원격근무와 웰빙의 관계가 상관관계로 확인됐을 뿐, 원격근무가 웰빙을 직접 끌어올린 원인인지까지는 이번 연구가 규명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존슨 교수와 함께 미국 휴스턴 MD앤더슨 리더십연구소의 알리사 레즈카노, 스테퍼니 자작, 코트니 홀러데이 연구원이 참여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학제간융합분과 김태환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