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30년 전 '만화 채팅' 코믹챗 오픈소스로 공개...코믹 산스 세상에 알린 그 프로그램...대화를 만화 컷으로 바꾸던 1996년 IRC 채팅 프로그램, 깃허브에 소스코드 전면 개방하고 AI 현대화 시도까지 함께 담아
마이크로소프트가 옛 채팅 프로그램 코믹챗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마이크로소프트(MS)가 1990년대 인터넷을 상징하던 채팅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 코믹챗(Microsoft Comic Chat)'의 소스코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자사 오픈소스 블로그를 통해, 이용자들의 대화를 자동으로 만화 컷처럼 바꿔 주던 이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개방하고 소스코드를 소프트웨어 공유 사이트 깃허브(GitHub)에 올렸다고 밝혔다. 코믹챗은 삽화로 그린 등장인물과 말풍선, 표정을 활용해 채팅을 한 편의 만화처럼 보여 주던 프로그램으로, 오늘날 널리 쓰이는 글꼴 '코믹 산스(Comic Sans)'를 세상에 처음 알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을 이루는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외부에 공개해, 누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고 자유롭게 고치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동안 기업 내부에만 있던 프로그램의 코드가 공개되면, 개발자와 연구자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배우거나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대화를 만화로 바꾸던 채팅 프로그램
코믹챗은 인터넷 릴레이 챗(IRC)이라는 초기 채팅 기술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었다. IRC는 여러 사람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던 초창기 채팅 방식으로, 지금의 메신저 앱이 등장하기 전 널리 쓰였다. 당시 인터넷 채팅은 대부분 글자가 화면을 따라 위로 밀려 올라가는 단순한 텍스트 형태였다.
코믹챗은 이런 채팅 화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줬다. 대화 참가자들을 삽화로 그린 등장인물로 나타내고, 사람들이 입력한 말을 말풍선과 표정, 몸짓이 담긴 만화 컷으로 펼쳐 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코믹챗은 단순히 채팅 내용에 그림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용자가 입력한 글 속에 담긴 대화의 단서를 읽어 내, 상황에 맞는 자세와 표정, 몸짓과 컷 배치를 스스로 골라냈다. 예컨대 누군가 "마음에 든다"고 쓰면 등장인물이 자신을 가리키고, 화난 기색이 담긴 글에는 인물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팔짱을 끼는 식이었다.
이는 곧 프로그램이 대화를 어떤 만화로 그려 낼지 실시간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시도를 '자동 삽화 구성'에 대한 실험으로 설명했다. 지금이야 이모티콘과 스티커, 움직이는 그림(GIF), 아바타가 흔하지만, 대화 내용을 해석해 그림으로 바꿔 주는 발상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서간 것이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날 온라인 소통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러 요소가 코믹챗 같은 초기 실험에서 그 정신의 일부를 물려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믹 산스의 첫 보금자리
코믹챗은 글꼴 코믹 산스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코믹 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글꼴 디자이너 빈센트 코나레가 1994년에 만든 서체로, 손으로 쓴 듯한 편안하고 격식 없는 느낌이 특징이다. 이 글꼴이 실제로 처음 쓰인 곳이 바로 코믹챗이었다. 말풍선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손글씨 느낌의 서체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코믹 산스는 이후 전 세계로 퍼져,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동시에 사용처를 두고 논쟁을 부르는 대표적인 글꼴로 남아 있다.
만든 사람들
코믹챗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버추얼 월즈 그룹'에서 일하던 데이비드 'DJ' 컬랜더가 대화 기록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그는 1995년부터 개발에 들어갔고, 프로그램은 개발 도구인 비주얼 C++ 4.0과 MFC로 만들어져 1996년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 3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코믹챗을 만든 기술은 1996년 컴퓨터 그래픽 학술대회 '시그래프(SIGGRAPH)'에서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컬랜더와 팀 스켈리, 데이비드 세일신은 이 논문에서 자신들이 만든 것을 만화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배치하는 실험으로 소개했다. 코믹챗 특유의 그림체는 독립 만화가 짐 우드링의 작품으로, 그가 그린 등장인물들이 프로그램에 개성 있는 겉모습을 입혔다. 개발팀은 실제 채팅 기록을 우드링에게 건네 만화로 그리게 한 뒤, 그 결과를 보며 이 발상을 계속 밀고 나갈 만한지 가늠했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했다.
30년 만에 소스코드 여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믹챗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배경으로 소프트웨어 역사의 보존을 들었다. 인터넷이 아직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 정해지지 않았던 시기에 나온 이 프로그램이 온라인 소통의 변화 과정을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사례인 만큼, 코드를 공개해 여러 사람이 살펴보고 배우며 발전시킬 기회를 열겠다는 취지다. 코믹챗은 텔넷과 유즈넷, IRC 같은 초기 기술에서 오늘날의 그림 중심 웹으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공개로 개발자와 역사 연구자는 물론, 옛 컴퓨터를 즐기는 이용자와 색다른 발상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코믹챗의 소스코드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본 코드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 프로그램을 현대 환경에 되살려 본 시도도 몇 가지 함께 담았다고 밝혔다. 1990년대에 작성된 C++·MFC 코드를 요즘의 개발 도구인 비주얼 스튜디오로 다시 빌드하고, 현재의 IRC 서버에 접속하며, 고해상도 화면을 쓰는 오늘날의 윈도 컴퓨터에서 알아보기 쉽게 돌아가도록 손본 예시들이다. 다만 회사는 이것이 완성된 형태의 재출시가 아니라, 코믹챗이 현대 컴퓨터에서도 되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24개 언어로 번역돼 윈도98에 실렸던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믹챗이 초기 인터넷 특유의 실험 정신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방이 만화처럼 보이면 어떨까'라는,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만들어져 24개 언어로 번역됐고, 운영체제 윈도98에 기본으로 실려 배포되기도 했다. 컬랜더와 스켈리, 세일신, 우드링을 비롯해 이 프로그램에 손을 보탠 이들이 만든 결과물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실행해 본다는 점이, 코믹챗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믹챗의 이야기가 혁신이 종종 엉뚱하고 파격적이며 창의적인 발상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며, 이번 공개가 새로운 시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양한결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