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2026서 '시리 AI' 전면 개편 공개...구글 제미나이로 구동, 십여 년 만의 최대 변신...iOS 27도 함께 선보여, 팀 쿡 CEO의 마지막 기조연설
애플이 구글 제미나이로 구동되는 새 시리 AI를 공개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애플이 현지시간 6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6의 막을 올리고, 음성비서 시리(Siri)를 전면 개편한 '시리 AI(Siri AI)'를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2011년 시리가 처음 등장한 지 십여 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온 애플이 반전을 노리고 내놓은 핵심 카드다. 애플은 이날 시리 AI와 함께 차세대 운영체제 iOS 27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 업데이트도 선보였다. WWDC 2026은 6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세계개발자회의는 애플이 해마다 여는 행사로, 새 운영체제와 기능을 공개하고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다. 운영체제(OS)란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말하며, 아이폰의 iOS가 대표적이다. 올해 행사에서는 시리 개편과 AI 기능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행사에 앞서 첫 AI 기능 묶음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2024년에 처음 선보였으나,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고 핵심 기능 출시가 거듭 미뤄지면서 비판을 받아 왔다.

십여 년 만의 최대 개편 '시리 AI'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시리 AI였다. 애플은 새 시리를 두고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과 화면에 보이는 내용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처음부터 다시 만든 비서라고 설명했다. 화면에 무엇이 떠 있는지 파악하고, 여러 앱에 걸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며, 여러 차례 말을 주고받는 대화도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시리는 간단한 명령 수행에 그쳤고, 복잡한 질문은 외부 AI인 챗지피티(ChatGPT) 등에 넘겨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시리 AI는 이런 외부 의존 없이 자체적으로 더 길고 상세한 대화를 나누고, 실시간 정보까지 끌어와 답한다. 또 별도의 전용 앱으로도 쓸 수 있게 됐으며, 화면 상단의 알림 영역인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곧바로 불러낼 수 있다. 음성 엔진도 새로 다듬어 말투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애플은 시리 AI를 가리켜 "훨씬 더 유능한 비서"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사용자들이 시리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해 온 점을 인정했다.
대화 내용을 일정 기간 기억해 두는 기능도 더해졌다. 다만 애플은 사생활 보호를 강조해 온 만큼, 기억 보관 기간을 제한하고 이용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제미나이가 엔진...애플의 'AI 반전' 시도
새 시리 AI의 두뇌 역할은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가 맡는다. 애플은 지난 1월 구글과 AI 협력을 맺었으며, 이번에 그 결과물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외부 AI에 질문을 넘기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리 AI 자체가 구글 제미나이로 구동된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미나이는 구글이 만든 대규모 언어모델(LLM)로,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글을 생성하는 대형 AI다. 애플이 자체 AI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자 경쟁사인 구글의 기술을 빌려 약점을 메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 협력의 대가로 구글에 상당한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리 개편은 2년 전 첫 AI 전략이 기대에 못 미친 뒤 애플이 시도하는 본격적인 만회 노력으로,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를 구글·삼성 등 경쟁사 제품 못지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iOS 27, 속도 개선과 '리퀴드 글라스' 조절
차세대 운영체제 iOS 27도 함께 공개됐다. 애플은 이번 버전에서 속도 등 성능 개선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또 검색을 비롯한 핵심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더 빠르고 똑똑하게 작동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입한 반투명 디자인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와 관련해서는, 투명한 정도를 이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디자인이 과하다는 일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에는 소리의 높낮이 균형을 취향대로 맞추는 '맞춤 이퀄라이저' 기능이 더해졌다. 애플에 따르면 iOS 27은 현재 iOS 26을 쓰는 모든 아이폰, 즉 아이폰 11 시리즈 이후 기종을 지원해 역대 가장 폭넓은 지원 범위를 갖췄다.
이 밖에 아이패드용 iPadOS 27, 맥용 macOS 27(코드명 '골든게이트'), 애플워치용 watchOS 27, 애플TV용 tvOS 27, 헤드셋용 visionOS 27 등 모든 기기의 운영체제가 새 버전을 받는다. 이들 새 소프트웨어는 시험판(베타)으로 우선 제공되며, 정식판은 올가을, 즉 신형 아이폰이 나오는 9월께 함께 배포될 예정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확장·자녀 보호 강화
기존 AI 기능 묶음인 애플 인텔리전스도 확장됐다. 사진을 손볼 때 원하는 변화를 말로 설명하기만 하면 AI가 복잡한 보정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집안 기기를 관리하는 '홈(Home)' 앱에서는 보안 카메라가 감지한 상황을 더 똑똑하게 알려 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자녀 보호 기능 강화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부모가 자녀의 통화 상대와 이용 가능한 앱·웹사이트를 정할 수 있도록 했고, 제한 수준을 시간이 지나면서 조정하도록 돕는 기능도 마련했다. 특히 13세 미만 어린이용으로 설정된 기기에서는, 웹 접속과 앱 구매에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전 세계에서 작동 중인 애플 기기가 23억5천만 대에 이르는 만큼, 이번 발표는 수억 명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팀 쿡의 마지막 기조연설...9월 터너스 체제로
이번 WWDC는 팀 쿡(Tim Cook)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다. 애플은 지난 4월 20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 존 터너스(John Ternus)를 차기 CEO로 지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터너스는 오는 9월 1일 CEO에 오르며, 쿡은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는다. 애플에서 25년간 일해 온 터너스는 이번 기조연설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쿡은 2011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뒤 15년간 애플을 이끌어 왔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를 전하는 짧은 작별 인사를 남겼다. 쿡은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애플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흐름을 보여 왔다. 1월에 발표한 구글과의 AI 협력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최신 아이폰 판매도 호조를 이어 온 덕분이다. 다만 이날 주가는 장 초반 2%가량 올랐다가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화려한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신중했던 셈이다. 애플이 구글의 힘을 빌려 내놓은 이번 AI 반전 카드가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김현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