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 폴드8, 201g으로 '가장 가벼운 폴드'...부품 270개·부자재 180종 다시 뜯어봐 폴드5보다 52g 줄여, 0.001g 단위까지 깎았다
갤럭시 Z 폴드8이 201g으로 역대 가장 가벼운 폴드가 됐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8의 무게를 201g까지 줄인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뉴스룸에 올린 기획 기사에서, 2023년 출시한 갤럭시 Z 폴드5의 253g에서 52g을 덜어낸 과정을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회사는 갤럭시 Z 폴드8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폴드라고 밝혔다. 올해 7월 22일 기준 자체 조사로, 전 세계에서 팔리는 책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견준 결과다. 보호 케이스와 액세서리는 뺀 무게이며, 모델과 구성, 제조 공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폴더블은 화면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뒤 여덟 세대에 걸쳐 제품을 발전시켜 왔다. 무게는 첫 제품 276g에서 갤럭시 Z 폴드5 253g, 갤럭시 Z 폴드6 239g, 갤럭시 Z 폴드7 215g으로 세대마다 줄었다.

기준은 '바타입보다 가벼울 것'
경량화에 속도가 붙은 것은 갤럭시 Z 폴드5 이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7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접히지 않는 일반형, 이른바 바타입 제품보다 가벼운 폴더블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준이 된 제품은 갤럭시 S25 울트라였다. 이 제품의 무게는 218g이다. 개발팀은 이보다 3g 가벼운 215g을 갤럭시 Z 폴드7의 목표로 잡았고, 실제로 그 수치에 도달했다. 갤럭시 Z 폴드8은 여기서 14g을 더 덜어냈다.
목표가 무게 하나만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2024년 내놓은 조사에서, 폴더블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제품이 두껍고 무겁다는 점을 걱정거리로 꼽았다. 반면 폴더블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배터리 수명과 내구성, 화면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삼성전자는 이를 두 가지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들되, 배터리와 카메라, 열 관리, 내구성 같은 핵심 성능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다.
머리카락 3분의 1 두께 티타늄 필름
첫 번째 축은 폴더블의 핵심 기술을 다듬는 일이었다.
폴더블은 얇고 가벼워질수록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화면을 이루는 여러 겹의 층은 얇아지면서도 단단함과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화면을 아래에서 받치는 금속판도 아주 얇은 두께에서 평평함을 지켜야 한다. 접고 펴는 부위인 힌지는 반복되는 힘을 골고루 나눠야 한다.
대표적인 성과로 제시된 것이 플렉스 티타늄(Flex Titanium) 기술이다. 갤럭시 Z 폴드8과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의 화면에 쓰인 이 기술에는 티타늄 합금 필름이 들어간다. 이 필름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3분의 1인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얇게 가공된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다.
화면을 받치는 금속판에도 정밀 가공 기술이 필요했다. 일부 금속판은 약 0.2mm, 가장 얇은 곳은 0.15mm 두께로 깎인다. 금속은 얇아질수록 가공 과정에서 쉽게 휘거나 뒤틀린다. 이런 작은 변형도 화면 품질이나 조립 정밀도에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는 가공 순서와 공구, 냉각 조건과 공정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했다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에는 공정을 나누는 방식으로 얇은 금속에서도 요구되는 평탄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힌지도 마찬가지다. 힌지는 단순히 접고 펴는 부품이 아니라, 반복되는 힘을 여러 구조물에 나누고 제품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 크기와 구조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도 달라진다. 회사는 힘이 특정 부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면서 단단함과 내구성, 공간과 무게 사이의 균형을 설계해 왔다고 밝혔다.
알루미늄·그라파이트·클래드 메탈로 다시 짠 소재
두 번째 축은 소재다.
폴더블을 이루는 부품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 단단해야 하는 곳이 있고, 반복되는 변형을 견뎌야 하는 곳이 있으며, 열을 빠르게 퍼뜨려야 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역할에 맞춰 무게와 공간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내는 소재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제품 바깥에는 어드밴스드 아머 알루미늄(Advanced Armor Aluminum)을 적용했다. 얇고 가벼운 구조에서도 필요한 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재다.
열을 다루는 소재도 바뀌었다. 제품이 얇아질수록 좁은 내부에서 열을 퍼뜨리는 일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방열 성능을 개선한 그라파이트를 적용했다. 갤럭시 Z 폴드7과 크기가 비슷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에서는 그라파이트 방열판의 부피를 약 7% 키웠다. 제품 뒷면 안쪽에는 서로 다른 금속의 성질을 겹쳐 붙인 클래드 메탈(Clad Metal)도 넣었다.
부자재 15종은 아예 없앴다
세 번째 축은 제품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이미 부품이 빽빽하게 들어찬 폴더블에서 몇 g을 더 줄이려면 남은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다시 검토한 대상은 부품 약 270개와 부자재 180여 종이다. 부자재는 테이프나 고정 부품처럼 주요 부품을 보조하는 재료를 말한다. 화면과 힌지, 카메라 같은 주요 부품은 물론 회로기판과 안테나, 브래킷까지 대상에 올랐다.
목표 단위도 잘게 쪼갰다. 1g이 아니라 0.1g과 0.1mm, 일부 부자재에서는 0.001g까지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찾았다.
회로기판은 필요 없는 회로와 부품을 덜어내고 부품을 얹는 구조를 다시 짜 차지하는 면적을 줄였다. 안테나도 주변 부품과 겹치거나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을 줄이도록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부자재는 더 세밀하게 손봤다. 180여 종 가운데 약 15종은 아예 없앴다. 남은 170여 종도 하나씩 다시 검토해, 필요 이상으로 넓은 부분을 줄이고 형상과 크기를 다시 설계했다. 여러 부자재의 역할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경우에는 구조를 통합했다.
배터리 키우며 늘어난 6g, 제품 전체에서 되찾아
무게를 줄인 목적은 가벼운 제품 자체가 아니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확보한 무게와 공간을 배터리와 카메라, 방열처럼 이용자가 체감하는 성능에 다시 쓰기 위해서였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가 그 사례다. 갤럭시 Z 폴드7의 배터리 용량은 4400mAh였다. 크기가 비슷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이를 5000mAh로 키웠다. 배터리가 커지면서 배터리 자체의 무게는 약 6g 늘었다.
개발팀은 이 6g을 어디서 되찾을지를 다시 과제로 삼았다. 큰 부품 하나에서 한꺼번에 덜어내는 대신, 소재와 구조, 회로와 부자재까지 제품 곳곳에서 조금씩 줄여 나갔다. 내부 공간도 같은 방식으로 다시 설계해 화면과 회로, 안테나 사이의 불필요한 겹침을 줄였다.
그 결과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5000mAh 배터리를 넣고도 방열판 부피를 7% 키웠다. 카메라도 2억 화소 메인 카메라와 폴더블 최초의 5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를 적용했다.
남은 과제는 실사용 평가
이번에 공개된 수치와 설명은 모두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가장 가벼운 폴드라는 표현도 회사 내부 조사를 근거로 한다. 조사 시점과 비교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다른 제조사의 신제품이 나오면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폴더블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접히는 부위의 내구성 문제도 남아 있다. 소재를 얇게 가공하고 부자재를 덜어낸 설계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출시 이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근거로 든 유고브 조사에서도 폴더블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내구성과 배터리 수명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애플이 지난 9일 첫 폴더블 제품인 아이폰 듀오를 공개하면서, 그동안 삼성전자가 사실상 주도해 온 책 형태 폴더블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섰다. 무게와 두께, 내구성을 둘러싼 비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양한결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