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HD현대삼호 조선소에 'AI 기지국' 깔아 용접·도장 로봇 실증...10일 영암 현장 점검, 4족보행 로봇이 작업 환경 스스로 인식해 용접
과기정통부가 조선소의 AI 기지국 기반 로봇 실증 현장을 점검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선소에 지능형 기지국(AI-RAN)을 구축해 용접·도장 로봇을 움직이는 실증 사업을 점검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HD현대삼호 조선소를 방문했다. 올해 새로 시작한 '고성능 AI 네트워크 기반조성 사업'의 현장을 살피고 기업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통신 기지국에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붙여, 로봇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사업 전담기관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다.
이번 방문은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고속도로 구축'의 일환이다. '피지컬 AI 1강'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마련됐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에서 글이나 그림을 만드는 데 그치는 AI가 아니다. 로봇이나 차량처럼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계를 다루는 AI를 뜻한다.
로봇 안에서도, 클라우드에서도 어려웠던 연산
지금까지 AI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로봇 안에 든 연산 장치가 직접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멀리 있는 서버에 자료를 보내 처리하는 클라우드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조선소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온디바이스 방식은 로봇에 넣을 수 있는 연산 장치와 배터리 용량이 정해져 있어 복잡한 판단을 감당하기 어렵다. 클라우드 방식은 자료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지연 시간 때문에 즉각 반응이 필요한 작업에 쓰기 어렵다.
조선소는 이런 제약이 특히 두드러지는 곳이다. 큰 구조물과 설비, 작업자가 한데 뒤섞여 있고, 작업 위치도 수시로 바뀐다. 로봇이 주변을 보고 바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곧바로 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기지국이 통신과 AI 연산을 함께 맡는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지능형 기지국이다. 무선 접속망에 AI 기술과 컴퓨팅 기능을 함께 붙인 형태다. 기지국이 통신망을 알아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기지국에 딸린 연산 자원을 AI 서비스에도 나눠 주는 구조다.
로봇 처지에서 보면 판단을 대신 해 주는 연산 장치가 바로 옆에 생기는 셈이다. 로봇 안에 무거운 연산 장치를 넣지 않아도 되고, 멀리 있는 데이터센터까지 자료를 보낼 필요도 줄어든다. 통신 품질과 효율을 높이면서, 로봇이 요구하는 초저지연 통신과 AI 연산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4족보행 용접로봇, 스스로 작업 환경 인식
이번에 점검한 현장은 KT 컨소시엄이 맡은 곳이다. KT는 쏠리드, 삼성전자, HD현대삼호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HD현대삼호 조선소 안 용접·도장 공장에 고성능 AI 네트워크를 깔고, 그 위에서 로봇을 검증한다.
첫 번째는 AI 용접로봇이다. 지금은 사람이 로봇을 작업 위치까지 직접 옮기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사람이 대처해야 하는 반자동 방식으로 쓰인다. 실증에서는 4족보행 로봇이 기지국의 도움을 받아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용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AI 도장로봇이다. 도장은 선체 표면에 칠을 입히는 공정으로, 지금은 사람이 손으로 하는 부분이 많다. 실증에서는 로봇이 선체 표면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찍어 실시간으로 보낸다. 이를 분석해 칠할 부위를 정확히 판단한 뒤, 스스로 이동해 작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봇 몫 통신 자원을 따로 떼어 놓는다
조선소에 들어서는 통신망에는 여러 기술이 함께 적용된다. 5G 단독모드(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연산 설비, 지능형 기지국, 자율 운용 네트워크 등이다. 5G 단독모드는 이전 세대인 LTE 설비를 거치지 않고 5G 전용 코어망만 쓰는 방식을 말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통신망을 쓰임새에 따라 여러 개의 가상 통신망으로 쪼개 주는 기술이다. KT는 이를 활용해 용접로봇이 쓰는 통신 자원을 다른 서비스와 분리해 제공할 계획이다. 조선소 안에서 자료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도 로봇 제어에 필요한 통신 품질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연산도 나눠 맡긴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작업은 로봇 자체나 현장 서버가 처리한다. 대규모 분석과 학습은 데이터센터가 맡는다. 자율 운용 네트워크는 통신망의 트래픽과 품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혼잡이나 품질 저하가 감지되면 통신 자원을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한다.
KT는 이 과정의 핵심으로 'AI 코어 오케스트레이터' 개발을 내세웠다. 통신망에서 나오는 자료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를 스스로 조치하도록 하는 장치다. 통신 용량과 AI 연산량을 작업 상황에 맞게 나눠, 통신망과 AI 설비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T 컨소시엄이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검증하는 로봇은 모두 3종이다. 용접·도장 로봇에 더해 통신국사를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로봇이 포함됐다. KT는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는 국내 중소기업 장비를 검증하는 시험 환경을 따로 마련한다. 여러 제조사의 장비를 한자리에서 맞춰 보는 시설로, 저전력 5G 단말 공동 개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자동차 공장으로도 확대
이 사업에는 KT 컨소시엄과 SKT 컨소시엄 등 2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 업체, 현장 제조업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다.
SKT 컨소시엄은 SK인천석유화학과 KG모빌리티의 수요를 받아 통신망을 조성한다. 공장 안 위험지역을 대신 순찰하는 4족보행 순찰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이동하면서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보내고, 기지국이 이를 AI로 분석해 위험 상황을 잡아낸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자동차를 옮기는 자율이송 서비스도 함께 검증한다. 현장에 설치된 라이다 센서가 모은 자료를 기지국이 모아 처리한 뒤, 차량에 원격으로 주행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로봇의 배터리 문제를 겨냥한 실증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복잡한 AI 연산을 기지국으로 넘겨, 로봇 자체의 연산 부담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저전력 방식이다. SKT 컨소시엄은 첫해에 인천과 판교를 중심으로 통신망을 깔고, 이듬해 KG모빌리티 평택공장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사업은 지난 7월 착수보고회를 열고 본격화됐다. NIA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172억600만원이며, 올해 정부출연금은 80억원이다.
인력난과 산재 위험이 겹친 현장 겨냥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증이 만성적인 인력난과 산업재해 위험을 함께 안고 있는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핵심 제조산업의 작업 안전과 생산성을 함께 끌어올리고, 성과를 분석해 다른 산업으로도 넓힌다는 구상이다.
임정규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네트워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가 퍼질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또 실시간으로 이어 주는 통신망이 중요해진다는 취지다. 그는 지능형 기지국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고도화해 피지컬 AI의 산업현장 확산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성과는 실증 결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지능형 기지국은 국제 표준화가 진행 중인 기술이어서, 장비와 연산 자원을 어떻게 나눠 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자리를 잡는 단계다. 조선소처럼 금속 구조물이 많은 곳에서는 전파가 가려지거나 반사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만큼, 통신이 끊기거나 늦어졌을 때의 안전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실증 단계에서는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만, 다른 사업장으로 넓히려면 기업이 스스로 투자할 만한 효과가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용접·도장 로봇이 사람 손을 얼마나 덜어 주는지, 작업 품질은 유지되는지가 앞으로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통신분과 문창우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