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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초파리 뇌 신경 16만6000개, 연결 전부 그렸다...구글·HHMI 제널리아 10년 협업, 시냅스 1억2500만 개 담은 역대 최대 뇌 지도 공개

수컷 초파리의 뇌 신경 연결 지도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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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초파리의 뇌와 배쪽신경삭에 있는 신경세포 가운데 일부
[한국정보기술신문] 수컷 초파리의 뇌와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신경 연결을 빠짐없이 그린 지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제널리아 연구캠퍼스가 이끌고 구글 리서치와 여러 연구 기관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9월 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었다. 지도에는 신경세포 16만6000여 개와 이들을 잇는 시냅스 1억2500만 개가 담겼다. 신경세포 수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뇌 지도 가운데 가장 크다.
뇌의 신경 연결 지도는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부른다. 뇌 안의 신경세포가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세포 단위로 그린 배선도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접점을 뜻한다. 이번 결과는 구글 리서치와 제널리아가 10년 가까이 이어 온 협업의 산물이다. 논문 제목은 '초파리 수컷 중추신경계 완전 커넥톰에 나타난 성적 이형성'이다.

사람 뇌는 860억 개...작은 동물부터 그린다

초파리는 오래전부터 생물학 연구의 기준이 되는 동물이었다. 한살이가 짧고 행동이 일정해 실험하기 좋기 때문이다.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에서 노벨상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사람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860억 개 있다. 현재 기술로는 이를 모두 그려 내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공지능(AI)을 써서 작은 동물의 뇌부터 지도로 만들고 있다. 구글 리서치는 종이 크게 달라도 뇌에는 닮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경계가 바깥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지, 망가진 신경 경로를 언젠가 고칠 수 있을지를 따져 보려면 이런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얇게 자른 뇌, AI가 3차원으로 되살려

뇌 지도를 만드는 과정은 뇌를 수백만 장의 얇은 조각으로 자르는 데서 시작한다. 조각마다 전자현미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이 평면 사진들을 컴퓨터와 AI로 이어 붙여 입체 모양을 되살린다. 사진 한 장은 평면이지만, 수많은 장을 정확히 포개면 신경세포가 뻗어 나간 실제 모양이 드러난다.
구글 리서치가 이 작업에 쓰는 대표 기술은 '플러드 필링 네트워크'다. 사진 속 한 점에서 출발해 같은 세포에 속한 나머지 점을 찾아 나가는 방식이다. 색칠하기 프로그램에서 한 곳을 누르면 같은 영역이 한꺼번에 칠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최근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신경세포를 학습 자료에 섞어 넣어, 복원 속도와 정확도를 함께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성과는 단계별로 쌓였다. 구글 리서치는 2019년 암컷 초파리 뇌를 자동으로 복원한 초기 결과를 내놨다. 2020년에는 사람이 직접 검증한 암컷 초파리의 뇌 절반 지도를 공개했다. 신경세포 2만5000개와 연결 2100만 개 규모로, 당시로서는 최대였다. 이번 수컷 전체 지도는 그 사이 이어져 온 작업이 마무리된 결과다.

신경세포 1만1691가지로 분류...척수에 해당하는 부위까지

초파리도 사람처럼 감각 기관이 머리에 몰려 있다. 큼직한 겹눈 두 개와, 냄새를 맡고 액체 먹이를 빨아들이는 주둥이가 대표적이다. 이 기관의 신경세포가 바깥 정보를 받아들이면, 신호는 여러 경로를 거쳐 결국 움직임을 맡은 운동 신경세포에 닿는다.
이번 지도에는 뇌뿐 아니라 배쪽신경삭도 담겼다. 배쪽신경삭은 사람의 척수에 해당하는 부위로,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한다. 뇌만 그린 기존 지도와 달리, 뇌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연구진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를 1만1691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신경세포는 크기와 모양, 기능, 유전자 발현 등에 따라 분류된다. 구글 리서치는 컴퓨터와 AI가 16만 개가 넘는 신경세포를 분류하는 작업에서 사람 전문가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검증과 주석 작업은 제널리아의 전문가들이 사람 손으로 직접 맡았다.
완성된 지도는 구글이 공개한 무료 소프트웨어 '뉴로글랜서'로 누구나 살펴보고 내려받을 수 있다. 대용량 입체 자료를 웹에서 돌려 보도록 만든 도구다.

암수 뇌,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이번 지도가 특별한 이유는 비교 대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암컷 초파리의 뇌 지도는 앞서 공개됐고, 뇌와 신경삭을 모두 담은 암컷 지도도 최근 나왔다. 암수 지도가 모두 갖춰지면서 두 뇌를 직접 견줄 수 있게 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암수의 신경세포는 대부분 같은 모습이다. 일부는 한쪽 성에만 있다. 세 번째 부류는 암수 모두에 있지만 이어지는 상대가 다른 신경세포로, '이형(dimorphic)'이라고 부른다. 구글은 감각과 미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AOTU012'를 예로 들었다. 이 신경세포는 암수 모두에 있지만, 연결되는 이웃 세포가 한쪽에서만 다르게 나타난다.
보는 것에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드러났다. 눈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시각 신경세포가 여러 단계를 거쳐 몸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세포에 닿는 과정이다. 그 중간에는 수컷에만 있는 'LoVP92'가 놓여 있다. 이 세포는 수컷 눈에 있는 이른바 '러브 스폿(love spot)'과 관련이 있으며, 짝짓기 행동에 관여한다.
같은 날 함께 공개된 세 편의 후속 논문은 이 지도를 실제 연구에 적용한 사례다. 각각 시각 체계와 미각, 사회적 행동을 다뤘다. 연구자가 특정 행동의 원인을 찾을 때, 이제는 어떤 신경세포가 어떤 세포와 이어져 있는지를 지도에서 먼저 확인한 뒤 실험을 설계할 수 있다.

물고기·생쥐로 넓어지는 뇌 지도

커넥톰 연구는 척추동물로 옮겨 가고 있다. 척추동물은 사람과 해부학적으로 더 가깝다. 구글 리서치는 미국 컬럼비아대가 주도한 연구에 참여해 코끼리주둥이고기의 후뇌 일부를 지도로 만들었다. 이 논문은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진은 배선도라는 정지된 자료를 다른 정보와 합치면 학습과 신경 가소성까지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제브라피시 유생도 주요 대상이다. 몸이 투명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신경 활동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리서치는 하버드대와 함께 제브라피시 유생의 뇌 전체를 다룬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생쥐 뇌의 일부를 지도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미하우 야누셰프스키와 비렌 자인 구글 리서치 연구원은 회사 블로그에서 이번 지도를 두고 "실험 신경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뒷받침할 기반 자료"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 뇌 전체를 모형으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목표라면서도,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 조현병 같은 질환의 바탕에 있는 과정을 밝히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학제간융합분과 김수민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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