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3년 안 쓰면 계정과 디지털 게임 삭제할 수 있다...유럽 약관에 '36개월 미사용 시 계정 폐쇄' 명시, 2028년 실물 디스크 중단 발표 직후 알려져 이용자 반발 커져
소니의 디지털 전환을 두고 게임 소유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소니의 게임 브랜드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 오랫동안 쓰지 않은 계정을 폐쇄하고, 그 계정으로 구매한 디지털 게임까지 이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약관이 다시 조명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홈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플랫패널스HD는 지난 7월 6일, 플레이스테이션의 유럽 이용약관에 36개월 이상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회사가 계정을 폐쇄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계정이 폐쇄되면 그동안 돈을 내고 산 디지털 게임도 더는 이용할 수 없고, 폐쇄는 되돌릴 수 없다.
이번 논란은 소니가 실물 게임 디스크를 없애기로 한 결정과 맞물려 커졌다. 소니는 지난주 공식 발표를 통해 2028년부터 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실물 디스크로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게임을 내려받는 디지털 방식으로만 새 게임을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이 발표 이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지나치게 이익만 좇는다는 비난과 함께, 소니가 자사 장터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게임기용 게임 유통의 유일한 통로로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굳히고, 결국 게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물 디스크가 있으면 이용자는 매장 간 가격 비교나 중고 거래 같은 대안을 택할 수 있지만, 디지털 전용 체제에서는 판매 가격과 조건을 사실상 회사가 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이용자들이 계정 삭제 관련 약관 조항을 짚어 내면서 반발이 한층 거세졌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유럽 약관 "36개월 미사용 시 계정 폐쇄 가능"
플랫패널스HD가 인용한 플레이스테이션 유럽 이용약관 21.2조에 따르면, 이용자가 36개월 이상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회사는 계정을 폐쇄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계정에 등록된 전자우편 주소로 연락해, 6개월 안에 계정에 접속하거나 계정 유지를 요청하라고 알린다. 이 기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계정은 폐쇄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같은 약관 21.3조는 계정이 폐쇄되면 플레이스테이션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계정으로 구매한 디지털 제품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약관은 계정 폐쇄가 되돌릴 수 없는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몇 년간 게임기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 모은 디지털 게임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매체는 소니가 이 약관을 실제로 집행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지난 15~20년 사이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디지털 게임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사람이라면 이 약관에 동의한 상태라고 짚었다. 유럽연합(EU)이 앞으로 디지털 소유권에 관한 소비자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한, 소니는 계정을 삭제할 권리를 계속 갖게 되는 셈이다. 이용약관은 서비스를 쓰기 위해 이용자가 동의해야 하는 계약 조건으로, 대부분의 이용자는 내용을 자세히 읽지 않고 동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안이 새 조항이 아닌데도 뒤늦게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정보 규정 탓 아니다...2009년부터 있던 조항
이 조항이 유럽 약관에만 명시돼 있고 미국 약관에는 같은 문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2018년 5월 시행된 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GDPR)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GDPR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룰 때 지켜야 할 의무를 정한 EU의 법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 정보기술 매체 비디오카드즈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의 미사용 계정 삭제 정책은 적어도 2009년부터 존재했다. 당시에는 미사용 기준 기간이 18개월이었고, 2016년에 24개월로, 2019년에 다시 36개월로 늘었다. GDPR 시행보다 약 9년 앞서 만들어진 조항인 만큼, 개인정보 규정 때문에 생긴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에 적용되는 계정 정책에 비슷한 미사용 계정 폐쇄 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도 적용된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등 디지털 구매 내역이 있는 계정은 삭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돈을 내고 산 콘텐츠가 있는 한 계정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으로, 구매 이력과 무관하게 폐쇄가 가능한 플레이스테이션 약관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디스크도 '이용권'이지만...현실에선 회수 못 해
이번 논란의 바탕에는 디지털 게임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깔려 있다. 이용자는 '구매' 단추를 눌러 값을 치르기 때문에 게임을 소유하게 됐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산 것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매체는 실물 디스크로 파는 게임 역시 법적으로는 소유권이 아니라 이용 허락, 즉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되는 상품이어서 원칙적으로는 회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게임은 회사가 서버에서 접근을 끊는 방식으로 언제든 회수할 수 있지만, 게임 전체가 담겨 있고 온라인 인증 같은 제한이 없는 실물 디스크는 현실적으로 빼앗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실제로 사라진 사례도 이미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최근 이용자들이 구매한 영화 551편을 라이브러리에서 삭제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다음 차례는 게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상태였다. 여기에 소니가 옛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PS3)와 휴대용 게임기 PS비타의 게임 상점을 닫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디지털 전용 체제에서 이용자가 산 콘텐츠가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상점이 문을 닫으면 해당 기기용 게임을 새로 구매할 길이 사라지고, 장기적으로는 이미 산 게임을 다시 내려받는 일조차 회사의 서버 운영 방침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물 디스크가 함께 팔리던 시절에는 상점이 닫혀도 중고 시장 등에서 게임을 구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전용 시대에는 이런 우회로마저 사라진다.
디지털 전용 시대, 소비자 보호 장치가 관건
현재 약관을 기준으로 보면, 이용자가 계정과 디지털 게임을 지키는 방법은 단순하다. 36개월 안에 한 번이라도 계정에 접속하거나, 폐쇄 예고 안내를 받은 뒤 6개월 안에 계정 유지를 요청하면 된다. 다만 계정에 등록해 둔 전자우편 주소가 오래돼 안내를 받지 못하는 경우처럼,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정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2028년 디스크 중단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는 새 게임을 디지털로만 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계정과 디지털 구매 내역을 보호하는 장치가 어디까지 마련되는지가 소비자에게 한층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소니가 약관을 실제로 집행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회사가 이번 논란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는 소식도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향후 EU 차원의 디지털 소유권 입법 논의와 소니의 대응이 논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실감형콘텐츠분과 장용빈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