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I 올인'에 흔들리는 엔지니어링 조직...핵심 개발자 데이터 라벨링에 강제 차출·키보드 추적·역대급 보안 사고까지
메타가 AI 집중 속에 엔지니어링 조직 혼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가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20년 가까이 쌓아 온 엔지니어링(개발) 조직과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빅테크 분석으로 알려진 게르겔리 오로시(Gergely Orosz)는 6월 16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뉴스레터 '더 프래그매틱 엔지니어(The Pragmatic Engineer)'에 올린 글에서, 올해 4월 무렵부터 메타 내부 개발자들의 처우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전했다. 이 글은 객관적 보도가 아니라 익명의 현직 직원 증언과 외신 보도를 토대로 한 분석에 해당한다.
오로시에 따르면 메타는 오랫동안 개발자에게 큰 자율성을 주는 회사로 꼽혔다. 입사한 개발자가 특정 팀에 배정되는 대신 여러 팀과 협의해 자신이 일할 곳과 과제를 직접 고르고, 팀 간 이동도 비교적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화 덕분에 개발자들이 회사의 핵심 사업, 즉 이익을 만들어 내는 부문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이런 토대가 흔들리면서, 개발자들이 비용만 쓰는 부서로 취급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그는 진단했다.

스케일 AI 인수 뒤 '코딩 AI' 총력...핵심 개발자 강제 차출
변화의 배경에는 메타의 공격적인 AI 투자가 있다. 오로시는 메타가 지난해 데이터 분야 기업 스케일 AI(Scale AI)의 지분 49%를 약 148억달러에 사들이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을 데려와 AI 전략을 맡겼다고 전했다. 스케일 AI는 AI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에 일일이 정답·설명을 붙이는 '데이터 라벨링'과, 사람이 AI의 답변을 평가해 모델을 다듬는 'RLHF(사람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 분야에서 손꼽히는 회사다. 메타가 챗GPT나 클로드 같은 경쟁 모델에 맞설 수 있는 코딩용 거대언어모델(LLM)을 처음부터 만들려 한다는 것이 오로시의 해석이다. 거대언어모델이란 방대한 글을 학습해 사람처럼 문장을 이해하고 만들어 내는 AI를 말한다.
문제는 이 작업에 메타의 기존 개발 인력이 대거 동원됐다는 점이다. 오로시는 올해 4월 말부터 제품 개발팀의 개발자 30~50%가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 'ADO(에이전트 데이터 최적화)'라는 조직으로 옮겨져 데이터 라벨링과 RLHF 업무를 맡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조직 규모가 약 6500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4000~5000명가량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밝혔다. 메타의 전체 개발자가 약 2만5000명임을 감안하면, 개발자 5~6명 중 1명이 데이터 라벨링 업무로 돌려졌다는 계산이다. 특히 시스템 기반(인프라)과 보안을 맡는 팀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일부 팀에서는 가장 뛰어난 개발자가 차출됐다고 그는 전했다. 수억 명이 쓰는 제품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갑자기 AI가 만든 코드를 반복적으로 평가하는 단순 업무에 배치돼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키보드·마우스 입력까지 추적...직원 반발에 일부 후퇴
또 다른 논란은 직원 감시다. 오로시는 4월 말 메타가 개발자들에게 모든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클릭을 추적하는 시스템에 편입된다고 통보했으며, 이를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은 기록을 AI 학습 데이터로 쓰겠다는 것인데, 개인 계좌 접속이나 사적인 이메일 작성까지 추적되는 것 아니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 로이터(Reuters)는 6월 2일, 메타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데이터 수집을 최대 30분간 멈추거나 적용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계획을 일부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오로시는 이 시스템이 데이터 보호 규제가 엄격한 영국에는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성과평가에 '토큰 사용량'...AI 과다 사용 부추겨
성과평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오로시는 메타의 성과평가 제도가 다른 빅테크보다 훨씬 까다로워, 개발자들이 업무 성과와 코드 작성량 등 측정 가능한 모든 수치를 동료보다 높이려 경쟁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여기에 AI 사용량을 뜻하는 '토큰' 사용량까지 평가 지표로 들어가면서, 토큰을 적게 쓴 사람이 저성과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졌다는 것이다. 토큰이란 AI가 글을 처리할 때 다루는 최소 단위로, 사용량이 많을수록 AI를 많이 썼다는 의미다. 그 결과 개발자들이 평가를 의식해 일부러 AI 도구를 과도하게 쓰는 이른바 '토큰맥싱(tokenmaxxing)' 현상이 나타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로시는 한 매체를 인용해 메타 직원들이 30일 동안 약 60조 개의 토큰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환경이 실제 성과보다 보여주기식 업무에 매달리게 만들고, 오래 근무한 개발자 상당수가 이직을 알아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역대 가장 창피한 사고"...인스타그램 계정 무더기 탈취
오로시는 이런 혼란이 보안 사고로 터졌다고 봤다. 그는 5월 30일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계정을 포함한 다수 계정이 탈취되는, 메타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보안 연구자 싯다르스 순다람(Siddharth Sundharam)의 설명을 인용해, 공격자가 피해자의 계정 아이디만 알면 접속 위치를 피해자가 사는 지역으로 위장한 뒤 메타의 고객지원 AI에 "계정이 해킹됐다"고 알리고, 인증 번호를 자신이 가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것만으로 계정을 빼앗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해당 이메일이 원래 사용자의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오로시는 메타가 사용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고하기 시작한 뒤에야 사고를 알아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이번 사고의 중심에 AI가 있었다고 짚었다. 인스타그램의 '신뢰·안전(Trust and Safety)' 팀이 데이터 라벨링 차출과 해고로 인력의 절반가량을 잃었고, 사람이 검토하지 않고 AI가 만들어 AI가 검토만 한 코드가 최근 두 달간 흔하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사고 다음 날인 6월 2일에는 메타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가이 로젠(Guy Rosen)이 사임했다고 그는 전했다. 오로시는 6월 12일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또 한 차례 대규모 장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내부 동요에 경영진도 "혼란 인정"
오로시는 미국 매체 와이어드(Wired)의 보도를 인용해 내부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수천 명이 참여한 사내 영상 발표 도중 한 직원이 거친 말로 불만을 터뜨렸고, 한 직원은 새로 꾸려진 AI 지원 조직의 업무를 두고 목적도 보람도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같은 보도에서 메타의 최고제품책임자(CPO) 크리스 콕스(Chris Cox)는 지난 몇 달의 환경을 '가혹했다'고 표현하며 회사 윗선이 만든 혼란을 사실상 인정했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루 보즈워스(Andrew Bosworth)는 AI 관련 조직 개편이 잘못됐다며 향후 소통을 개선하겠다고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오로시는 전했다.
오로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AI 전략을 맡은 알렉산드르 왕에게 돌렸다. 메타가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고 연말이면 구글을 제치고 세계 1위 광고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던 상황에서, 핵심 사업의 안정적 운영보다 코딩 AI 개발을 더 중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창업자 미첼 하시모토(Mitchell Hashimoto)가 일부 기업이 AI에 과도하게 빠져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고 우려한 발언도 함께 소개하며, 이런 흐름이 메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기사는 한 업계 분석가가 익명의 현직 직원 증언과 외신 보도를 엮어 내놓은 분석으로, 인력 차출 비율이나 조직 규모 등 구체적 수치는 메타가 공식 확인한 내용이 아니어서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메타가 이번 사안 전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경우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일부 조치는 직원 반발에 따라 이미 완화되거나 철회되는 등 상황이 유동적이다. AI를 둘러싼 기업들의 급격한 조직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윤서빈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