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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이란 제재 위반 포착한 내부 조사팀 해고 파문...17억 달러 거래 은폐 의혹

발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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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라이언스 조사원 최소 4명 해고, 43억 달러 합의 이후에도 제재 위반 반복 논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이란 연계 거래를 적발한 내부 조사원들을 해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이란 연계 불법 거래를 내부에서 적발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조사팀 직원들을 해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규모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복수의 외신이 2026년 2월 2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바이낸스 내부 조사팀은 이란 연계 단체 및 테러 조직과 연결된 계좌로 약 17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가 이동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경영진에 보고했으나, 보고 이후 수 주 만에 조사에 관여한 직원 최소 4명이 해고 또는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바이낸스가 2023년 미국 법무부와 43억 달러(약 6조 3천억 원) 규모의 사상 최대 합의를 체결하고 준법 경영을 약속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불거진 것으로, 회사의 내부 준법 시스템과 기업 거버넌스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연계 17억 달러 거래 포착, 그리고 뒤따른 해고

NYT가 입수한 내부 문건과 복수의 익명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내부 조사팀은 지난해 이란인들이 1,500개 이상의 바이낸스 계좌에 무단으로 접근했으며, 이 중 두 개의 계좌에서 테러 조직과 연계된 이란 단체로 약 17억 달러가 송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당 계좌 중 하나가 바이낸스의 협력 업체 소유였다는 점이다. 이 거래들은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는 트론(Tron)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포춘의 선행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내부 조사팀은 2024년 3월부터 2025년 8월 사이 이란 연계 단체가 바이낸스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수령했다는 증거를 경영진에 내부 보고서 형태로 제출했다. 이 조사팀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법 집행 기관 출신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제재 회피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 분야를 전담하는 특별조사 팀장급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이 같은 내부 보고 이후 조사 직원들을 해고하는 조치를 취했다. 회사 측은 해고 사유로 "고객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회사 내부 규정 위반"을 들었다. 하지만 조사 보고 직후 징계가 이루어진 시점의 맥락을 고려할 때, 이번 해고가 이란 관련 거래 발견 사실을 덮으려는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해고된 조사원들은 언론의 요청에 대해 모두 발언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바이낸스 "제재 위반 없었고, 보복 해고도 없었다"

바이낸스와 리처드 텡(Richard Teng) 최고경영자는 이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텡 CEO는 외부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진행한 내부 검토 결과, 해당 거래와 관련해 적용 가능한 제재법을 위반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어떤 직원도 준법 관련 우려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며, 회사가 내부 고발자 보호 원칙과 고용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포춘의 보도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이것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어떠한 조사원도 컴플라이언스 우려 제기 또는 제재 문제 보고를 이유로 해고된 바 없으며, 위반 사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3자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거래 추적 및 제재 대상 심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잠재적 불법 활동 관련 정보를 규제 당국과 공유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합의 이후에도 반복되는 제재 위반 논란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낸스가 이미 2023년 11월 미국 법무부, 금융범죄집행네트워크, 외국자산통제실 등과의 합의를 통해 이란, 쿠바,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 이용자와의 거래를 처리한 사실을 인정하고 막대한 벌금을 납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합의의 일환으로 바이낸스는 독립적인 준법 감시인을 선임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업자 자오창펑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을 인정하고 CEO직에서 물러났으며, 4개월의 징역형을 마쳤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합의 이후에도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도 바이낸스가 2023년 합의 이후에도 수상한 계좌들이 거래소를 통해 상당 규모의 자금을 이동시킨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와의 정치적 연계, 사건에 복잡한 맥락 더해

이번 사건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배경도 얽혀 있다. 자오창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으며, 트럼프 가문의 암호화폐 스타트업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바이낸스와 긴밀한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다. 자오창펑은 지난 2월 트럼프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소셜미디어에 "많이 배웠다"고 게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은 자오의 기소가 전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전쟁"의 일환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기술 혁신의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위상을 크게 훼손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정치적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낸스에 대한 규제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준법감시 직원 추가 이탈, 내부 시스템 붕괴 우려

조사원 해고 파문 외에도, 바이낸스의 준법감시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춘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해고된 조사원들 외에도 최근 3개월 사이 최소 4명의 고위 컴플라이언스 직원이 바이낸스를 떠났거나 강제로 퇴출됐다. 법무부에서 이란 관련 제재 사건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는 변호사 로버트 애플턴(Robert Appleton) 올샨 프롬 울로스키(Olshan Frome Wolosky) 법률사무소 파트너는 "독립 감시인 제도가 운영되는 가운데 내부 조사팀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제재 집행이 강화되는 환경에서 어떻게 컴플라이언스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산업 전체에 던지고 있다. 독립 감시인의 지속적인 활동과 미국 당국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바이낸스의 실질적인 준법 개혁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블록체인분과 윤시혁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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