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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유럽 콘텐츠 차단 우회 포털 'freedom.gov' 개발...미-EU 마찰 예고...트럼프 행정부, '표현의 자유' 외교 전략 전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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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가 유럽 등 각국 정부의 온라인 콘텐츠 차단을 우회하는 포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 국무부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차단하는 온라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2026년 2월 18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포털은 'freedom.gov'라는 주소로 운영될 예정이며, 증오 발언(헤이트 스피치)과 테러리스트 선전물 등 현지법상 차단된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 측은 이를 '검열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

freedom.gov, VPN 기능까지 탑재 검토

소식통에 따르면, 이 포털은 가상사설망(VPN) 기능을 내장해 이용자의 인터넷 트래픽이 미국에서 발신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이용자 활동이 추적되지 않도록 설계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freedom.gov 도메인은 2026년 1월 12일에 등록된 상태이며, 사이트에는 "정보는 힘입니다.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당신의 인권을 되찾으십시오. 준비하십시오(Information is power. Reclaim your human right to free expression. Get ready.)"라는 문구와 함께 백마가 지구 위를 달리는 애니메이션이 표시되어 있다.

포털 개발을 총괄하는 인물은 세라 로저스(Sarah Rogers) 미국 공공외교 차관이다. 당초 지난주 뮌헨 안보 회의를 계기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출시가 연기되었으며,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 출신인 에드워드 코리스틴(Edward Coristine)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스틴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웹사이트의 디자인 개선을 위해 창설한 국가디자인스튜디오(National Design Studio)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무부 내부서도 법적 우려 제기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국무부 내부에서도 법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소식통은 국무부 법률 담당자를 포함한 일부 관계자들이 이 계획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해당 포털이 유럽 등 각국의 디지털 법률을 위반하도록 자국민을 사실상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이전까지 민주주의 증진 차원에서 중국, 이란, 러시아, 미얀마 등 권위주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인터넷 자유 사업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그러나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의 보도에 대해 "유럽을 겨냥한 검열 우회 프로그램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디지털 자유는 국무부의 핵심 과제이며, 여기에는 VPN과 같은 개인정보 보호 및 검열 우회 기술의 확산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한 발표가 연기됐다는 보도와 국무부 법률 담당자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는 보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EU·영국 규제와의 정면 충돌 가능성

이번 포털 추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의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로 규정하고 비판해온 연장선상에 있다. EU의 DSA는 플랫폼에 불법 혐오 발언, 테러리스트 선전물, 유해한 허위정보의 확산을 제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콘텐츠를 신속히 삭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나치즘을 부추긴 극단주의 선전물에 대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규정들을 2008년부터 도입해왔다.

유럽위원회 대변인 토마스 레니에는 해당 포털과 관련한 질문에 "초안 법률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면서, "위원회가 웹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원국 당국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혐오 발언이나 테러리스트 콘텐츠를 조장하는 사이트는 유럽에 설 자리가 없으며, 바로 이를 위해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대(對)유럽 외교 마찰의 새 뇌관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이미 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향,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 등으로 인해 상당한 긴장 상태에 있다. 이번 포털이 실제로 운영될 경우, 양측 사이에 또 하나의 외교적 쟁점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의 이민 정책이 "문명 말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고, 유럽 내부에서의 저항을 육성하겠다고 명시한 점은 이번 포털 추진이 단순한 기술 사업을 넘어 외교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한편,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DOGE의 예산 삭감으로 국무부와 글로벌미디어청(USAGM)의 '인터넷 자유 프로그램'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년간 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권위주의 국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으나, 2025년에는 아무런 자금도 지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를 내세운 새 포털이 정작 자유를 위한 기존 예산을 삭감한 정부에 의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방송통신분과 문상호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