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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틱톡·메타에 무한 스크롤 금지 명령...디지털서비스법 위반 판정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틱톡의 중독성 디자인이 법 위반이라는 예비 결론을 내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틱톡과 메타의 무한 스크롤 기능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 결론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은 첫 사례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는 지난 2월 6일 틱톡이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등 중독성 디자인 패턴을 통해 이용자, 특히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체계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틱톡에 무한 스크롤 비활성화, 강화된 화면 시간 제한 도입, 추천 시스템 개편 등을 요구했다.
무한 스크롤의 중독 메커니즘
집행위의 조사에 따르면 무한 스크롤은 이용자의 뇌를 자동 조종 상태로 만들어 강박적 행동을 유도한다. 새로운 콘텐츠가 자동으로 로딩되면서 이용자는 명확한 중단 신호 없이 계속 스크롤하게 된다. 유럽의회 의원 킴 반 스파렌탁의 보고서는 이를 슬롯머신 효과에 비유하며, 다음 콘텐츠가 어떤 것일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중독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용 시간 알림 기능은 쉽게 무시할 수 있어 효과가 없으며, iOS의 스크린 타임이나 안드로이드의 디지털 웰빙 같은 시스템 수준의 앱 타이머만이 유효한 차단 수단이라고 명시했다.
DSA에 따른 강제 조치
이번 조치는 제안이 아닌 강제 집행으로, DSA는 틱톡, 유튜브, 메타 같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에 정신 건강과 미성년자 보호를 포함한 체계적 위험을 완화할 의무를 부과한다. 집행위가 요구하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단 신호의 도입이다.
플랫폼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로드하기 위해 명확한 클릭이나 탭 같은 사용자의 결정적 행동을 요구하는 더 보기 버튼을 구현해야 할 수 있다. DSA는 서비스의 가장 안전한 버전이 기본 설정이어야 함을 시사하며, 이는 무한 스크롤이 선택 사항이 되고 기본 경험은 페이지 구분이 있거나 유한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메타도 조사 대상
메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유사한 중독성 디자인 패턴으로 병행 조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틱톡에 무한 스크롤이 불법이라면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도 다르게 취급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U 기술 담당 집행위원 헤나 비르쿠넨은 연령 제한이 해답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플랫폼이 설계 자체로 안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품을 고치는 것이지 단순히 어린 사용자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틱톡의 반박과 향후 절차
틱톡은 성명을 통해 집행위의 예비 결론이 명백히 거짓이며 전혀 근거 없는 묘사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결론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면 시간 규제에 대한 만능 접근법이 없으며,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사용 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론은 예비 단계로, 아직 벌금이나 제재는 부과되지 않았다. 틱톡은 집행위의 결론을 검토하고 자체 솔루션을 포함한 서면 답변을 제출할 권리가 있다. 집행위는 또한 DSA 규칙과 규정을 적용하는 독립 자문 기구인 유럽 디지털서비스위원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절차는 최종적으로 규정 미준수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작년 분기 매출에서 메타를 추월했기 때문에 잠재적 벌금은 약 21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
브뤼셀 효과와 글로벌 파급력
이번 EU의 조치는 브뤼셀 효과를 통해 전 세계 플랫폼 디자인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다국적 기업들은 각 지역별로 별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보다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EU 규정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경향이 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이 유럽 이용자에게 페이지 구분이 있고 자동 재생이 없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면, 다른 시장을 위해 더 중독성 있는 별도 버전을 유지하는 경제적 논리는 의문시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가족들과 각 주 검찰총장들이 틱톡, 메타, 유튜브, 스냅을 상대로 중독성 디자인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틱톡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제기된 소송을 배심원 평결 직전에 합의했다.
집행위는 향후 몇 달 내 정식 입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공동 입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업계의 강력한 로비를 고려할 때 최종 법안은 초안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브뤼셀이 디지털 제품의 규제되지 않은 행동 엔지니어링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방송통신분과 홍재진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