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SF, 1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허브' 사업 착수...엔비디아·AMD·인텔 등 민간 참여...최대 10개 지역 컨소시엄 선정, 대학 간 AI 연구 격차 해소 겨냥
미국과학재단이 1억 달러를 들여 지역별 AI 인프라 허브 조성에 나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지난 4일(현지시간) 1억 달러 규모의 '주·지역 인공지능(AI) 인프라 허브' 사업을 발표했다. 대학과 연구자들이 겪는 AI 연산 자원 부족 문제를 지역 단위 협력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인텔, 델 테크놀로지스 등 민간 기업과 자선재단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대 10개 허브 선정...주·다주 단위 컨소시엄 방식
NSF는 이 사업을 통해 최대 10개의 AI 인프라 허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은 하나의 주 또는 지역당 한 건씩 이뤄진다. 허브는 연구기관과 자선단체, 주·지방정부,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된다.
NSF는 직접 장비를 사들이는 대신 촉매 역할을 맡는다. 컨소시엄 운영 조정과 AI 인프라 인력 양성, 교원 연수와 교육과정 개발에 예산을 투입한다. 확보한 연산 자원이 실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인프라 구축 방식도 지역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자체 전산실에 장비를 두는 온프레미스 방식과 클라우드, 두 방식을 섞은 형태 모두 허용된다. 지역별 수요와 산업 구조에 맞춰 설계하라는 뜻이다.
브라이언 스톤 NSF 직무대행 원장은 "인공지능은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연구자와 학생, 지역사회가 AI 기반 과학을 발전시키도록 돕는 국가적 임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과학정책 보고서가 배경
이번 사업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 '과학: 새로운 황금기'의 권고를 반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연구개발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한 정책 기반을 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넓히고, 과학자들이 최선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시기 나온 2028회계연도 연구개발 우선순위 각서도 과학을 위한 AI 투자를 국가적 과제로 규정했다. 첨단 연산·데이터 인프라의 규모를 키우고 접근성을 유연하게 만들라는 주문이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OSTP 국장은 "미국 과학자들은 세계 최고의 도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기관이나 연방 사업 하나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규모의 연산 자원을 지역 협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SF는 현재 미국 내 AI 인프라 접근성이 지역과 기관에 따라 크게 벌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연구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확보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격차가 연구 역량 격차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플로리다대 사례가 모델...엔비디아 "지역 확산 필요"
엔비디아는 이번 허브 사업이 2020년 자사와 플로리다대(UF)가 맺은 민관 협력 모델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엔비디아와 공동창업자 크리스 말라초스키는 플로리다대를 미국 최초의 'AI 대학'으로 만들고, 플로리다주 모든 공립대에 AI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플로리다대는 이후 AI 전담 교원을 300명 이상으로 늘렸고, 16개 단과대학 전반에 AI 교육과 연구를 반영했다. 플로리다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교원과 산하 조직이 확보한 AI 연구비는 5억 1100만 달러를 넘는다.
엔비디아는 NSF가 주도하는 국가 AI 연구자원(NAIRR) 시범사업에도 주요 기여 기업으로 참여해 왔다. 이번 허브 사업은 이 시범사업의 성과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NAIRR을 통해 여러 대학 연구팀에 연산 자원과 도구,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실무 경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NSF는 각 허브가 NAIRR 같은 국가 단위 자원과 연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역 자체 용량을 넘어서는 수요가 생겼을 때 자원을 공유하고, 데이터셋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프라만으로는 부족...교육 과정 연계가 관건
엔비디아는 인프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첨단 연산과 데이터, AI 도구를 실제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다룰 수 있는 인력이 함께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 지역 협력기관이 학위 과정과 단기 자격증, 단계별로 쌓아 올리는 자격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AI 기초 소양에서 응용 역량으로 넘어가는 경로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적용 분야로는 피지컬 AI와 자동화, 의료, 에너지, 농업, 제조, 양자컴퓨팅, 사이버보안 등이 거론됐다.
엔비디아는 교육 자료와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실습형 학습 콘텐츠, 기술 자문, 파트너 플랫폼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관들이 반복 가능하고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NSF도 비슷한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자와 학생, 교육자가 AI 인프라를 실제로 활용하도록 돕는 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교원 연수와 교재 개발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각 허브는 지역 산업계와 협력해 인력 양성 방향을 지역 노동시장 수요에 맞추도록 했다.
지역 경제·일자리와 연결...협력 지속성이 과제
NSF와 엔비디아는 이번 사업의 목표가 연구 인프라 확충에만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 기업, 정부 사이의 관계를 강화해 AI 역량을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는 어떤 조직도 이 역량을 혼자 구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고등교육기관, 자선단체, 민간기업의 지속적인 협력이 있어야 첨단 AI 자원이 폭넓게 제공되고 실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기술과 구현 경험,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공공 투자를 보완하고, 공공 기관은 그 역량을 지역과 국가의 우선순위에 맞게 배분하는 구조다.
한편 이번 사업은 백악관이 주도하는 '제네시스 미션'을 뒷받침한다. 제네시스 미션은 과학 연구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미국의 국가 차원 계획이다. NSF는 각 허브가 자체 AI 관련 사업인 '테크액세스: AI 레디 아메리카'나 캠퍼스 연구컴퓨팅 컨소시엄(CaRCC) 같은 기존 조직과도 협력하도록 권장했다.
NSF는 추가 기업과 단체의 참여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각 허브가 실제로 어떤 규모의 자원을 확보할지, 참여 기업의 기여가 어느 수준일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박연호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