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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세계 첫 국제 표준 나왔다...일본 주도로 'ISO/IEC 24216-1' 발행...형태 통일 아닌 '공통 용어' 규정, 아바타 정의·분류·신체소유감·윤리 배려 담아

아바타에 관한 세계 첫 국제 표준이 발행됐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를 대신하는 분신인 '아바타(avatar)'에 관한 세계 최초의 국제 표준이 만들어졌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지난 5월 아바타를 다루는 국제 표준 'ISO/IEC 24216-1:2026'을 발행했다. 정식 이름은 '정보기술 — 아바타에 관한 이용자 인터페이스의 요구사항과 지침 — 제1부: 총칙'이다. 이어 지난 6월 말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 표준을 일본이 주도해 만든 성과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바타란 온라인 게임이나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이용자를 대신해 나타나는 그림 형태의 캐릭터를 말한다.
이번 표준은 이름 끝에 '-1'이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앞으로 여러 편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첫 번째인 '총칙'에 해당한다. 분량은 10쪽 남짓으로 많지 않지만, 그동안 나라와 서비스마다 제각각이던 '아바타'라는 말의 뜻을 세계가 처음으로 한데 맞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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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캡처

'형태 통일'이 아니라 '공통 용어'

이 표준을 두고 가장 흔한 오해는 "앞으로 아바타의 생김새가 하나로 통일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번 표준은 아바타의 형태를 묶는 규격이 아니라, '아바타란 무엇인가'를 세계가 같은 말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어와 배려 사항을 정리한 지침에 가깝다.
표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데이터의 형식을 똑같이 맞춰 서로 다른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 규격'이다. 아바타 분야에서는 3차원(3D) 아바타 데이터를 공통 파일 형식으로 정리한 'VRM'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같은 대상을 같은 뜻으로 이해하도록 말을 맞추는 '용어·지침 규격'인데, 이번 ISO 표준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의 것은 데이터 호환을 위한 것이고, 뒤의 것은 사람 사이의 이해를 위한 것이어서 둘은 서로 부딪치지 않고 보완 관계에 있다.
굳이 말을 국제 표준으로 정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아바타'라는 한 단어가 어떤 사람에게는 얼굴 사진 아이콘을, 다른 사람에게는 온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는 3D 분신을 뜻해 왔다. 같은 말로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는 상태에서는 안전이나 윤리를 논의해도 이야기가 어긋나기 쉽다. 비교와 규칙 만들기의 출발점이 될 공통의 잣대를 세운 것이 이번 표준인 셈이다.

키보드·아이콘 정해 온 '그 위원회'가 아바타를 다뤘다

이 표준이 논의된 장소도 눈여겨볼 만하다. 심의는 ISO와 IEC가 함께 운영하는 'JTC 1/SC 35'라는 소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사람과 컴퓨터가 만나는 접점, 즉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전문으로 다뤄 온 위원회다. 이용자 인터페이스란 사람이 기기를 다루기 위해 마주하는 화면·조작 방식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위원회는 1998년 발족한 뒤 키보드 자판 배열, 화면 속 아이콘과 기호, 음성·손동작 조작 방식 등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인터페이스의 규칙을 국제적으로 정리해 왔다. 키보드와 마우스, 아이콘을 정해 온 위원회가 이번에는 아바타를 정식 이용자 인터페이스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키보드, 화면을 가리키는 마우스에 이어, '이용자 자신의 분신'이 사람과 디지털 세계를 잇는 접점으로 국제 표준의 무대에 오른 셈이다.

정의부터 윤리 배려까지...표준이 정한 다섯 영역

제1부(총칙)가 정리한 내용은 크게 다섯 갈래다. 표준은 먼저 아바타를 '이용자를 나타내는 그림 형태의 대상'으로 정의했다. '3D 모델'이나 '캐릭터'라는 말 대신 '이용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규정한 점이 핵심으로,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을 대신해 그 자리에 있는 존재'로 아바타를 바라본 것이다.
이어 표준은 아바타를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게 했다. 사실적인지 애니메이션 풍인지 추상적인지를 가르는 외관, 1인칭인지 3인칭인지를 나누는 시점, 몸의 움직임을 어디까지 반영하는지를 보는 신체 트래킹, 표정과 같은 비언어 표현, 입력 장치와의 상호작용 등이 그 축이다. 신체 트래킹이란 이용자의 실제 몸동작을 감지해 아바타에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여기에 표준은 서비스 제공자가 지켜야 할 배려 사항도 담았다. 이용자에게 "이것은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릴 것, 외관을 이용자가 고를 수 있게 할 것, 젠더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할 것,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부추기지 않을 것 등이 설계·배포·운영의 각 단계에 걸쳐 제시됐다. 또 아바타 사용에 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접근성 관점도 포함됐다.

'신체소유감'까지 담아...아바타를 '또 하나의 몸'으로

이 표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신체소유감(Body Ownership)'이라는 개념이 정식으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심리학과 VR 연구에서 쓰이는 용어가 기술 표준에 정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신체소유감이란 원래 자기 것이 아닌 몸을 자기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VR 기기를 쓰고 아바타에 들어가 그 팔을 움직였을 때 '내 팔이 움직였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 감각이다. 표준은 아바타를 단순한 '그림'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몸처럼 느껴질 수 있는가'라는 잣대 위에서 다뤘다. 단순하게 변형한 캐릭터부터 실물과 똑 닮은 아바타까지를 하나의 축 위에 놓고 설명하려 한 것이다. 아바타가 이용자의 심리와 행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표준의 바탕에 깔려 있다.

왜 '일본 주도'였나

이 표준은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산총연)를 중심으로, 그 산하의 확장체험디자인협회(DAAX)와 국내 검토위원회가 원안을 다듬어 국제 합의로 이끈 것이다. 산총연은 이번 표준의 목표로 아바타의 용어와 기능, 신체소유감, 이용상 배려를 정리하는 것,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고르고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애니메이션 풍 아바타 같은 일본발 콘텐츠 문화에 대한 국제적 공통 이해를 넓혀 확장현실(XR) 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것을 들었다. XR란 VR와 증강현실(AR) 등 현실과 가상을 잇는 기술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기에는 일본다운 문제의식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물에 가까운 아바타에 무게가 실리기 쉬운 국제 논의 속에서, 애니메이션 풍의 분신이나 추상적인 기호 같은 모습도 똑같이 정당한 아바타라는 전제를 공통의 이해로 남겨 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일본이 앞장섰기에 표준에 새겨진 관점이라는 것이다.

자유 제한 아니다...한계와 남은 과제

그렇다면 이 표준이 이용자의 자유를 좁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ISO 표준은 법이 아니어서 강제력이 없고, 이번 표준은 형태를 묶는 기술 규격이 아니라 용어와 배려 사항을 담은 지침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아바타를 만들어 온 VR 소셜 서비스나 아바타 제작 도구의 문화는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된다. 오히려 '아바타란 무엇인가'를 세계가 같은 말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자유로운 아바타 문화가 올바로 이해될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다만 신중론과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아바타 이용자를 실제로 많이 확보한 거대 플랫폼들이 표준 제정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 만큼, 정작 그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곳에 공통어가 얼마나 퍼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플랫폼이 '아바타 표준을 지켰다'고 알릴 경우 이를 파일 형식의 통일과 혼동할 수 있다는 우려, 서로 다른 서비스 사이에서 아바타를 오갈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상호 운용 규격이 빠졌다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산총연은 앞으로도 위원회 논의를 이어 표준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름 끝의 '-1'이 예고하듯 제2부 이후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번 총칙은 아바타를 둘러싼 폭넓은 논의의 첫 기준점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겉으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앞으로 이어질 모든 논의의 바탕으로 서서히 효력을 발휘하는 종류의 표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실감형콘텐츠분과 박성빈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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