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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은 '인류 공동의 글'을 사적으로 가로챘다...미국 작가, 전 국민 대상 '코퍼스 로열티' 제안

AI가 인류 공동의 지식으로 학습한 대가를 공공에 돌려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만든 거대언어모델(LLM)이 인터넷에 쌓인 인류 전체의 글을 재료로 삼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그 대가를 공공 기금으로 되돌려 전 국민에게 나눠 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작가 캐머런 러셀 암스트롱(Cameron Russell Armstrong)은 지난 7월 2일 자신의 온라인 매체 '와이저(Wysr)'에 올린 에세이 '공공 천재성의 사적 포획(The Private Capture of Public Genius)'에서 이 같은 구상을 내놓았다. 거대언어모델이란 방대한 양의 문서를 학습해 사람처럼 글을 만들어 내는 AI를 말한다. 이 에세이는 '모든 것의 상류(Upstream of Everything)'라는 연작의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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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제공

'벨연구소'의 역사에서 출발한 문제 제기

암스트롱은 논지를 펴기 위해 먼저 미국의 통신 기업 AT&T와 그 부설 연구소인 벨연구소(Bell Labs)의 옛일을 끌어온다. 그는 1956년 당시 세계 최대 민간 기업이던 AT&T가 정부와의 반독점 합의에 따라, 아직 만료되지 않은 특허 약 7800건을 미국 기업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개방했다고 소개한다.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20세기 과학의 성과를 쏟아낸 곳이었다. 반독점이란 한 기업이 시장을 독차지해 경쟁을 막는 것을 정부가 규제하는 일을 뜻한다.
핵심은 이 연구가 사실상 공공의 지원 위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규제를 받는 독점 기업이던 AT&T는 전화 이용료를 내는 국민의 요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나온 특허가 다시 시장에 풀리면서 훗날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의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암스트롱은 공공이 뒷받침한 지식이 결국 사회 전체로 되돌아간 이 사례를, 오늘날 AI를 바라보는 잣대로 삼는다.

인터넷에 쌓인 '인류의 퇴적물'

암스트롱은 오늘날의 AI 모델이 이와 비슷하게 공공의 산물 위에 서 있다고 본다. 그는 강물이 상류의 흙을 실어 하류 삼각주에 쌓듯, 인터넷에 오랜 세월 쌓인 책과 논문, 게시글과 댓글, 프로그램 코드 같은 방대한 기록이 AI 학습의 밑바탕이 됐다고 비유한다. 모델이 스스로 추론하는 능력도 결국 사람들이 남긴 무수한 사례와 논쟁을 반복해 학습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고전부터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올린 글까지, 모든 기록에 사람의 기여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 성과의 규모다. 에세이에 따르면 대표적 AI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의 연 매출 환산액은 2024년 1월 약 8700만 달러에서 2026년 5월 약 470억 달러로 급증했다. 암스트롱은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한 세대에서 가장 값진 산물이 됐다면서, 정작 그 재료를 제공한 개개인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공공 천재성의 사적 포획'이라고 규정한다.

'공공재냐 아니냐'... 경제학의 잣대

AI 기업들은 인터넷의 데이터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에 가깝고, 이를 학습에 쓰는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공재란 가로등처럼 특정인의 사용을 막기 어렵고, 한 사람이 써도 남는 양이 줄지 않는 자원을 말한다. 학습에 쓰더라도 원래의 글이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암스트롱은 이 논리에 두 가지로 반박한다. 첫째, 접근을 허용하는 것과 이용을 허락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도서관 회원증이 책을 읽을 권리는 주지만 도서관 전체를 복사할 권리까지 주지는 않는다는 비유를 든다. 둘째, 2008년에 글을 올린 사람이 훗날 AI 학습에 자신의 글이 쓰일 것을 예상하고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던 용도에 대한 동의를 과거로 소급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법정 공방과 '그냥 읽는 것' 논리

저작권 분쟁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에세이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2025년 6월 앤트로픽 관련 소송에서 합법적으로 구한 책으로 학습하는 것은 성격을 바꾼 '변형적 이용'이라고 봤지만, 불법 복제된 책을 쓴 부분은 침해라고 판단했다. 앤트로픽은 이후 15억 달러에 이 사건을 합의했는데, 이는 미국 저작권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이면서도 앞으로의 이용 권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고 암스트롱은 전한다. 그는 미국 저작권청도 2025년 보고서에서 '공개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학습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고 덧붙인다.
AI 기업들이 자주 드는 '모델은 그저 읽을 뿐'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그는 반론을 편다. 사람 독자는 평생 읽은 것을 사람의 속도로 조금씩 세상에 되돌려 주지만, 모든 것을 읽은 모델은 '인쇄기를 찍어 내는 인쇄기'처럼 작동해 방대한 결과물을 순식간에 쏟아내고, 자신이 학습한 창작자들과 곧바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쇄술이 등장한 뒤 근대 저작권법이 자리 잡기까지 250여 년이 걸렸지만, 지금의 기술 변화는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본다.

'퇴적물' 훼손과 공유지 관리의 실패

암스트롱은 AI 학습이 인터넷에 끼치는 진짜 피해가 원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글을 쓰고 나눌 의욕 자체를 꺾는 데 있다고 짚는다. AI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비슷한 콘텐츠를 무한히 찍어 내면, 애써 만든 글이 묻히거나 심지어 AI가 쓴 것으로 의심받게 되고, 결국 참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공유 자원을 오래 지켜 온 조건들을 정리한 엘리너 오스트롬의 연구를 들며, 오늘날 인터넷은 그 조건을 거의 충족하지 못하는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라고 진단한다.

기여도 측정의 벽... 그래서 '집단 보상'

보상을 하려면 각자의 기여를 따져야 하지만, 암스트롱은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AI 기업들은 어느 한 개인의 글을 빼도 모델 성능은 거의 달라지지 않으니 개별 기여는 값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를 교묘한 말장난으로 규정한다. 기여도를 계산하는 대표적 방법인 '섀플리 값'조차 학습에 함께 쓰인 다른 자료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프런티어 규모의 모델에서는 계산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비례해서 나눠 줄 수는 없어도 대가는 여전히 치러야 한다는 것, 즉 '최고 기여자를 가릴 수 없다면 팀 전체에 지급하라'는 것이다.

'코퍼스 로열티' 제안

이런 진단에서 그가 내놓은 해법이 '코퍼스 로열티(Corpus Royalty)'다. AI 기업이 총매출의 일정 비율을 공공 기금에 내고, 그 기금이 자격을 갖춘 국민 모두에게 매년 같은 금액을 나눠 주자는 것이다. 그는 알래스카주가 자원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는 제도와, 오염 유발 기업에 정화 비용을 물리는 미국의 환경 기금 제도를 선례로 든다. 이 지급이 복지나 자선, 세금이 아니라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되돌려 주는 배상'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규제 영향력이 큰 미국이 먼저 제도를 만들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며, 소유 관계가 분명한 저작물의 개별 계약이나 소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나머지 방대한 기여를 보상하는 장치라고 선을 긋는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학제간융합분과 이현서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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