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 'AI 부정행위' 전쟁 격화...학문적 정직성 흔들린다...거울로 책상 비추고 팔 보이며 시험, 누명 쓴 학생 늘고 '부정행위' 정의마저 흔들려
미국 대학가에 AI 부정행위를 둘러싼 갈등이 번지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AI)이 대학 교육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미국 대학가에서 부정행위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El País)는 현지시간 6월 28일 교육면에서 미국 명문 브라운대학교(Brown University)를 비롯한 대학가의 'AI 부정행위' 문제를 다루며,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학문적 정직성이란 표절이나 대리 작성 없이 학업을 스스로의 힘으로 정직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대학 사회의 기본 원칙을 말한다. 챗GPT(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글쓰기와 과제 풀이를 대신해 주면서, 이 원칙을 어디까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두고 교수와 학생,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적발하려는 교실의 방식은 극단으로 치닫고,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이 누명을 쓰는 일이 늘고 있으며, 부정행위의 정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교수와 학생, 전문가들은 전했다.

거울로 책상 비추고 팔 보이며 시험..."숨 쉬는 것도 부정행위"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일부 교실의 감시 방식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한 사회학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시험을 보는 동안 책상 위 작업 공간 전체가 비치도록 큰 거울을 마련하고, 노트북 카메라를 켜 교수가 지켜볼 수 있게 하라는 이메일이 전달됐다. 또 다른 수업에서는 구술 영상 시험을 보는 동안 학생이 AI에 입력하지 못하도록 팔을 가슴 앞이나 머리 뒤로 둔 채 시험을 치르게 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별도 편의를 받던 UCLA 3학년 티티 올로투는 이 '거울 이메일'을 받은 뒤 수업을 들을지 고민하다 결국 수강을 포기했다. 그는 온라인 감독 방식이 모든 움직임을 의심한다며, 움직이거나 숨 쉬고 말하고 쳐다보는 것까지 부정행위로 취급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교수의 수업을 들은 또 다른 학생 애슐리도 팔과 손을 보이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너무 모멸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별도의 메모 앱에 과제를 쓴 뒤 제출일에 옮겨 붙였다는 이유로 표절과 부정확한 인용, 구글 문서(Google Docs)의 의심스럽게 짧은 작성 시간 등을 추궁받았다고 했다. UCLA 측은 학생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학생과 교수 간 갈등을 검토하는 절차가 있다고만 밝혔다.
누명 쓰는 학생들...탐지 프로그램의 '오인'
가장 큰 피해는 AI를 쓰지 않았는데도 교수의 의심이나 탐지 소프트웨어 때문에 부정행위로 몰린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연구자들은 이런 탐지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거짓 양성, 즉 정상적인 글을 AI가 쓴 것으로 잘못 판정하는 오류를 낼 수 있으며,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의 글에서 오류가 잦다고 지적한다. 거짓 양성이란 문제가 없는 대상을 문제가 있다고 잘못 가려내는 오류를 말한다.
대표적 탐지 도구인 터니틴(Turnitin)은 자사 검사기의 오판율이 1% 미만이라면서도, 거짓 양성의 위험이 여전히 작게 남아 있다고 경고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UCLA 인문기술 분야의 한 글은 이런 탐지 도구가 거짓 양성 탓에 "심각한 결함"이 있고, 현재 챗봇보다 낡은 AI 기술에 기댈 수 있다며 'AI를 잡으려고 AI를 쓰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캘리포니아 대학가에서 징계 절차에 놓인 학생들을 대리하는 한 변호사는 AI 관련 고발이 자기 회사 교육 사건의 약 35%를 차지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수가 한 수업의 절반이 넘는 학생을 한꺼번에 AI 위반으로 신고한 사례도 여러 건 봤다고 했다.
"AI 흔적 지우기"...학생들의 자기방어
누명을 우려한 일부 학생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짜내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샌디에이고)에서 신경과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이반 오르넬라스는 AI를 쓴 적이 없는데도, 작성 과정이 그대로 남는 구글 문서로 모든 과제를 작성해 자신이 직접 썼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의심을 피하려고 줄표(—)나 상투적 표현, 모호한 문장처럼 이른바 'AI가 쓴 듯한 흔적'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글에서 일부러 지웠다고 했다.
UC샌디에이고에서 데이터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알단 크레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수학 과제에서 풀이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했다는 이유로 AI 사용을 의심받았고, 이의를 제기하기 전까지 점수가 절반으로 깎였다. 그는 이후로 안전을 위해 일부러 설명을 덜 다듬고 덜 전문적으로 보이게 쓰게 됐다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대리하는 또 다른 변호사는 AI 고발에 맞서는 일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라며, 늦은 밤 도서관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나 학습 노트, 문서 작성 기록 같은 증거를 평소에 모아 두라고 조언한다.
"무엇이 부정행위인가"...기준마저 흔들려
혼란의 뿌리에는 무엇이 부정행위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점이 자리한다. 일론대학교의 디지털 미래 연구센터를 이끄는 리 레이니는 "엉망인 환경"이라며, 그 바탕에 있는 문제는 결국 신뢰라고 짚었다. 학생은 교수가 AI를 쓰고도 밝히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교수는 학생이 그렇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조사를 했지만 무엇이 AI를 이용한 부정행위인지에 대한 합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UC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의 이고르 치리코프 연구원은 올해 발표된 대학생 AI 사용에 관한 최대 규모 연구를 공동으로 이끌었다. 그가 2024년 봄 20개 공립 연구중심대학의 학생 9만5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2가 수업 과제에 AI를 써 봤고 3분의 1은 정기적으로 사용했다. 이용자 가운데 9%는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AI의 도움으로 과제를 작성하는 등 부정행위에 썼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2026년 자료에서는 AI 사용이 80%까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학사 담당자들은 표절 사건이 "입증하기 훨씬 어려운" AI 관련 사건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그에게 전했다. 부정행위를 규정하는 잣대도 제각각이다. 일부 교수는 초안에서 AI 출처를 밝히면 허용하는 반면, UC버클리 로스쿨은 지난달 거의 모든 AI 사용을 금지했다.
브라운대는 입학 단계 전면 금지...교실은 교수 재량
엘파이스가 사례로 든 브라운대학교는 입학 단계에서 AI 사용에 강경한 방침을 세워 둔 곳이다. 브라운대 학부 입학처는 공개된 안내에서, 지원서 내용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지원자의 AI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다만 맞춤법과 문법 교정 같은 기초적 도움만은 예외로 둔다. 또 브라운대는 입학 사기를 막기 위해 합격생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뽑아 제출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를 두고 있다.
반면 교실 안에서의 AI 사용은 대체로 교수 개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어떤 수업은 AI 사용을 표절로 규정하고, 다른 수업은 사용 사실을 밝히면 허용한다. 허락 없이 AI로 과제를 한 경우는 학교의 학사 규정(Academic Code) 위반으로 다뤄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학교 차원의 통일된 기준 없이 정책이 교수 개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이, 기술이 대학 규정보다 빠르게 변하는 현실과 맞물려 갈등을 키운다고 본다.
"감독 없는 학위의 환상은 끝났다"
다만 누명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UC샌디에이고에서 학문적 정직성을 총괄하는 트리샤 버트럼 갤런트는 빠르게 바뀌는 환경을 설명하면서도 '누명을 썼다'는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백 명의 학생을 만났지만 정작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학생들이 진짜로 말하려는 바는 학교에 정책이나 절차가 없었거나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교수가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와일드 웨스트(무법지대)" 방식을 문제로 지목하고, 감독도 관찰도 없는 과제만으로 학위를 줄 수 있다는 환상이 마침내 끝나가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행위의 원인을 모두 AI로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트르담대학교 학문적 정직성 담당 책임자인 아리지 카비지올라 러소는 존재하지 않는 인용이나 실제로 없는 출처가 담긴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며, AI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꾸며 낸 출처로 과제를 내는 것 자체가 학문적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저(低)기술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산타클라리타 캐니언스칼리지의 한 영어 교수는 수업 전 휴대전화를 교실 앞 보관함에 두는 학생에게 2%의 가산점을 주고, 챗GPT가 대신할 수 있게 된 일부 과제는 아예 바꿨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고등평생교육분과 정수민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