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쇼핑몰 순위만 바꿔도 구매율 34%p 뛴다"...플랫폼 자사우대, 실험으로 입증...소비자 3,072명 무작위 통제 실험, 라벨·공시 등 정보 제공형 시정조치는 한계 확인
공정위가 플랫폼 자사우대의 소비자 선택 왜곡 효과를 실험으로 규명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가 디지털 플랫폼이 검색·추천·랭킹 알고리즘으로 자사 상품을 우대 노출할 때 소비자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으로 규명한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에 관한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다. 공정위는 실제 온라인 쇼핑몰 화면을 그대로 본뜬 가상 쇼핑몰을 만들고 소비자 3,07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통제 실험을 실시한 결과, 가격이나 품질과 무관하게 알고리즘으로 순위만 바꿔도 자사 상품의 구매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란 플랫폼이 자기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 것보다 더 잘 보이는 자리에 노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검색 결과의 맨 위 칸이나 추천 목록의 앞자리에 자사 상품을 먼저 올리는 식이다. 무작위 통제 실험(RCT)은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만 특정 처치를 가한 뒤, 두 집단의 결과 차이를 비교해 그 처치의 효과를 가려내는 연구 방법이다. 이번 연구의 실험 설계와 분석은 공정위 내부 연구진이 실험·행동경제학 분야 외부 전문가인 신은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의 자문을 받아 공동으로 수행했다.

가상 쇼핑몰서 두 차례 쇼핑...순위 조작 효과 측정
공정위는 자사우대 효과를 현실에 가깝게 검증하기 위해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화면을 충실히 재현한 가상 쇼핑몰을 구축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두 차례의 쇼핑 과제를 수행했다. 1회차는 자사우대 조작이 없는 환경으로,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화면에서 쇼핑했다. 2회차는 자사우대 조작이 적용된 환경으로, 참가자들은 라벨 표시 여부와 정렬 기준 공시 여부에 따라 네 개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돼 집단마다 다른 화면을 받았다.


실험에는 구매 특성이 서로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 비타민C, 롤화장지 등 세 가지 상품군이 쓰였으며, 참가자마다 이 가운데 두 가지가 무작위로 배정됐다. 공정위는 2회차 쇼핑에서 1회차에 중하위권에 있던 상품을 골라 가격만 10% 더 비싼 복제 상품을 만든 뒤 검색 결과 상단에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자사우대를 구현했다. 그러면서 참가자의 클릭과 스크롤, 페이지 이동, 정렬 기준 변경, 필터 조작 등 탐색·구매 행동 전 과정을 행동 기록으로 남겼다. 상품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검색 순위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설계다.
2회차에서 참가자가 나뉜 네 집단은 라벨과 공시의 적용 여부를 둘씩 교차한 구조다. 라벨도 공시도 없는 집단, 라벨만 있는 집단, 공시만 있는 집단, 라벨과 공시가 모두 있는 집단이다. 공정위는 이렇게 집단을 나눠 라벨과 공시라는 두 가지 정보 제공형 시정조치가 각각, 또 함께 작동할 때 소비자의 선택 왜곡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가려낼 수 있도록 했다. 상품군과 처치집단을 모두 무작위로 배정한 것은 참가자 개인의 취향이나 쇼핑 습관과 구분해, 실험에서 가한 처치가 행동에 미친 영향만을 인과적으로 짚어 내기 위한 것이다.

절반은 상위 5개서 구매...84%는 필터도 안 써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순위에 매우 강하게 기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 구매의 51.7%가 상위 5개 상품에 집중됐고, 소비자의 94.6%는 첫 페이지 안에서 구매를 끝냈다. 또 플랫폼이 기본으로 제시하는 정렬 순서를 바꾼 소비자는 25.2%에 그쳤으며, 특정 조건에 맞는 상품을 골라 주는 필터 기능을 한 번도 쓰지 않은 소비자는 83.8%에 달했다. 대다수 소비자가 플랫폼이 보여 주는 순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만 10% 비싼 자사우대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자, 그 상품의 구매율은 자사우대 전 1%에서 자사우대 후 35%로 약 34%포인트 뛰었다. 반대로 원래 상위권에 있던 경쟁 상품은 순위가 밀리면서 구매율이 52%에서 20%로 약 32%포인트 떨어졌다. 자사우대가 특정 상품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경쟁 상품이 선택받을 기회를 현저히 줄이는 결과를 함께 가져온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소비자가 플랫폼의 순위를 상품의 품질이나 적합성을 반영한 신호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이며, 단순한 순위 조작만으로도 최종 구매 선택이 플랫폼의 의도에 따라 크게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라벨·공시도 무력...자사우대 표시가 되레 구매 높여
공정위는 이 같은 선택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정보 제공형 시정조치의 효과도 함께 분석했다. 시정조치는 두 가지로, 자사우대 상품임을 알리는 '라벨'을 붙이는 방법과 정렬 기준에 자사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음을 안내하는 '공시'다. 그러나 두 조치 모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다.
자사우대 상품에 붙인 라벨은 오히려 소비자의 적극적 탐색을 줄이고 해당 상품의 구매율을 약 4.5%포인트 더 높이는 역효과를 냈다. 정렬 기준을 상세히 안내하는 공시는 이를 실제로 확인한 소비자가 10.7%에 그쳐 대다수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다만 공시를 실제로 확인한 일부 소비자 집단에서는 자사우대 상품 구매율이 약 18.4%포인트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됐다. 공정위는 이번 공시 설계가 유럽연합(EU)이 주요 플랫폼의 검색 순위에 광고나 수수료의 영향이 반영된 경우 이를 알리도록 한 규제(Regulation (EU) 2019/1150)를 참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들은 더 비싼 자사우대 상품을 사고도 이를 손해로 인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비싼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일수록 구매 만족도와 순위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공정위는 이러한 결과가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 왜곡을 소비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실험 방법론, 향후 법집행 보완 수단 기대"
공정위는 이번 연구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규명한 자사 최초의 실험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플랫폼 시장에서는 알고리즘이 기밀에 부쳐지고 불투명해 행위와 시장 성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무작위 통제 실험과 같은 방법론이 앞으로 경쟁정책 연구와 법집행을 보완하는 분석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디지털 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실험 연구와 계량경제 분석, 행동경제학적 접근 등 다양한 경제분석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내용은 공정위가 발간하는 단일 연구 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시장 환경에서의 효과나 플랫폼 업계의 반론은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상 쇼핑몰이라는 통제된 조건에서 도출된 결과가 실제 거래에서 어느 정도까지 나타나고, 이번 연구가 향후 규제나 법집행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후속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최수하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