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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47 '하늘의 여왕' 시대 저문다...사막 비행기 무덤으로 향하는 점보제트기...1970년 대량 국제여행을 연 4발 대형기, 연비 좋은 쌍발기에 밀려 반세기 만에 퇴장

반세기 하늘을 지킨 보잉 747이 퇴역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ies)'으로 불려 온 보잉(Boeing) 747이 반세기 넘는 비행 끝에 퇴역 수순에 들어섰다. 미국 시사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2026년 7월호에 작가 이언 보고스트(Ian Bogost)가 쓴 특집 기사를 싣고,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항공기 보관·해체장 '파이널 에어파크(Pinal Airpark)'로 향하는 747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보잉은 1970년 처음 취항한 이 4발(엔진 4개) 대형 여객기를 2023년 마지막 기체를 인도하기까지 모두 1,574대 만든 뒤 생산을 멈췄고, 항공사들은 연비가 더 좋은 쌍발(엔진 2개) 기종으로 갈아타며 747을 일선에서 물리고 있다. 동체가 거대하고 엔진이 4개인 747은, 엔진 2개로 같은 거리를 나는 최신 기종보다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퇴역의 핵심 이유다.
'비행기 무덤'으로도 불리는 이런 해체장에는 날개가 잘려 나가고 객실 문이 사막 바람에 열린 채 방치된 747들이 늘어서 있다. 보고스트는 이 기고에서 747을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미국의 기술력과 진취성, 대중적 풍요를 상징해 온 기체로 평가하며 그 퇴장을 미국적 가치의 쇠퇴와 겹쳐 읽었다. 다만 이는 기고자의 해석으로, 747이 현장에서 밀려나는 직접적 원인은 어디까지나 경제성과 연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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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제공

첫 비행 1969년...'회사를 건 도박'으로 태어난 점보제트기

747은 20세기의 다른 기술 혁신들처럼 군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초 보잉은 미군의 대형 수송기 요구에 맞춰 설계안을 냈다가 록히드(현 록히드마틴)의 'C-5 갤럭시'에 밀려 사업을 놓쳤다. 보잉은 이 실패를 발판 삼아 상업용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 개발에 매달렸다. 회사는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 약 780에이커(약 316만㎡)의 땅을 사들이고, 당시 부피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을 2억 달러(현재 가치 약 20억 달러)를 들여 지었다. 747 8대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이 거대한 공장에 약 2,700명의 엔지니어가 투입됐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시도를 회사의 명운을 단 한 번의 승부에 거는 '스포티 게임(sporty game)'이라 불렀다. 747 개발이 실패했다면 보잉도 함께 무너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1966년 팬암(Pan Am)의 후안 트리프(Juan Trippe)는 747 25대를 주문했는데, 현재 가치로 약 50억 달러에 이르는 규모였다. 보잉의 기존 제트기 707·727·737이 200명 미만을 태운 데 비해, 747은 490명이 넘는 승객과 대량의 화물을 싣고도 더 멀리 날 수 있었다. 트리프는 747을 인류 번영의 도구로 보고, 국가 간 대량 여행이 원자폭탄보다 인류의 운명에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이 비행기를 "평화를 위한 위대한 무기"라고 표현했다.

칵테일 바와 캐비아...'나는 건물'이었던 전성기

747은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거주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20세기에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로 꼽았을 만큼, 내부 공간 자체가 매력으로 여겨졌다. 화물을 기수(앞부분)로 싣기 위해 조종석을 위층에 올린 구조 때문에 생긴 2층 공간에는 칵테일 라운지가 들어섰다. 에어프랑스와 유나이티드는 회전 의자를 갖춘 라운지를 꾸렸고, 콴타스는 항해를 주제로 한 '캡틴 쿡 라운지'를 뒀다. 일등석에서는 손으로 썬 고기와 바닷가재, 캐비아가 나왔고, 1970년대 초에는 일반석 승객도 안심 스테이크를 받을 만큼 기내식이 풍성했다.
그러나 풍요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연료비가 치솟으면서 항공업의 셈법이 바뀌었고, 1978년 미국의 항공 규제 완화로 운임이 크게 떨어지며 더 많은 사람이 비행기를 탔다. 항공사들은 좌석을 더 끼워 넣기 위해 라운지를 없앴고, 2층 공간까지 좌석으로 채웠다. 큰 도시 거점을 잇는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747은 주로 대양을 건너는 노선에 투입됐고, 한때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불리던 기체는 점차 평범한 운송 수단으로 바뀌어 갔다. 허브 앤 스포크는 중심 공항에 노선을 모았다가 다시 흩뿌리는 항공망 운영 방식을 말한다.

화물기에서 우주왕복선 수송까지...다재다능했던 거인

747은 여객기와 화물기를 넘어 여러 역할을 맡았다. 기수가 만화 속 상어 입처럼 위로 열리는 구조 덕분에 컨테이너를 앞에서 실을 수 있어, 대형 화물 운송에 강점을 보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개조된 747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을 등에 업고 착륙장에서 발사 기지로 실어 나르는 임무를 수행했다. 보잉 엔지니어로 747 시험비행을 담당했던 토머스 그레이는 첫 비행을 지켜보며 언젠가 747들이 줄지어 이륙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고, 그 예측은 현실이 됐다.
오늘날 747을 직접 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기 여객 노선에서 747을 가장 많이 운항하는 곳은 독일 루프트한자이며, 대한항공도 일부 국제선에 이 기종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화물기와 전세기, 일부 국가의 국내선 등으로 쓰임새가 좁아지는 가운데, 보잉 777과 에어버스 A350 같은 쌍발 대형기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보고스트는 이런 최신 기종들이 효율은 높지만 747 특유의 상징성은 갖지 못한다고 봤다.

'에어포스 원'의 747...신·구 교체는 난항

미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747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이다. 에어포스 원은 1990년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때부터 약 36년간 747을 기반으로 운용돼 왔다. 현재 임무를 나눠 맡는 두 대의 747은 모두 그 시절부터 쓰여 노후했다. 이에 2018년 1기 트럼프 행정부는 보잉과 39억 달러 규모로 747-8을 기반으로 한 새 전용기 두 대를 만드는 계약을 맺었다. 당초 2024년 인도 예정이었으나 기술 문제와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일정이 미뤄졌고, 보잉은 20억 달러가 넘는 비용 초과를 떠안았다.
지지부진한 사이, 2025년에는 카타르가 보잉 747-8 한 대를 미국에 선물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부패와 안보를 둘러싼 우려에도 미국 정부는 약 4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이 비행기를 받아들였고, 개조 비용은 기밀로 분류됐다. 미 공군은 2026년 5월 1일 이 기체를 새 도장으로 올여름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747을 둘러싼 이런 난맥은 보잉이 처한 어려움과도 맞물려 있다. 보잉은 737 맥스 8 기종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두 차례 추락 사고가 나 346명이 숨졌고, 2024년 1월에는 알래스카항공 737 맥스 9의 출입문 패널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겪었다.

사막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무엇이 남나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747을 떠나보내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은 2017년 보유한 747 기단을 모두 퇴역시켰고, 마지막 기체는 옛 거점들을 도는 작별 비행을 거쳐 파이널 에어파크로 향했다. 보관장에 들어온 기체는 엔진을 비롯한 쓸 만한 부품이 모두 떼어진 뒤, 굴착기로 해체돼 고철로 재활용된다. 보관장 관리자는 이렇게 나온 금속이 다시 항공기로 쓰이지는 않고 자동차 바퀴나 음료수 캔이 된다고 설명했다.
남은 747의 수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보도와 항공 데이터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747-8i 여객기를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이며, 다른 항공사들도 구형인 747-400을 2027년께까지 단계적으로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단체들은 엔진 4개짜리 대형기의 퇴역이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반면, 일부 화물 업계에서는 기수로 대형 화물을 싣는 747만의 강점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다.
다만 이번 기사는 디 애틀랜틱이 실은 특집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747의 퇴장을 미국적 가치의 쇠퇴와 겹쳐 보는 시각은 기고자의 해석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747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실질적 이유는 연비와 운영 비용이라는 경제성에 있으며, 그 빈자리는 보잉 777과 에어버스 A350 같은 쌍발 대형기가 채우고 있다. 한 시대를 연 점보제트기가 사막의 해체장에서 마지막을 맞는 가운데, 항공산업은 규모와 상징보다 효율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유재섭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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