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수출통제 틈타 아시아서 '미토스급' AI 잇따라 출시...일본 사카나·중국 360 동시 등판...사카나는 '후구'로 수출통제 없는 대안 자처, 360은 취약점 탐지 AI '툴롱펑' 공개하며 국가 안보 자산 강조
앤트로픽 수출통제 속 아시아 기업들이 미토스급 AI를 잇따라 내놨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사이버보안 특화 모델 '미토스(Mythos)'와 그 제한 버전 '페이블 5(Fable 5)'에 대한 수출통제를 이어 가는 가운데, 그 빈자리를 노린 '미토스급' AI 모델이 아시아에서 잇따라 등장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현지시간 6월 27일, 일본 도쿄의 사카나 AI(Sakana AI)와 중국의 사이버보안 기업 360이 같은 주에 각각 새 모델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수출통제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정부가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약 2주 전, 앤트로픽이 미토스와 페이블을 전 세계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명령을 내렸다. 미토스는 보안 분야에서 워낙 강력한 성능을 지닌 탓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이 아닌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현재 금지하고 있는 모델이다. 이 조치로 미국 밖 고객들이 두 모델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아시아 시장에 생긴 공백을 현지 기업들이 빠르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일본 사카나, '복어' 이름 단 후구 공개
먼저 도쿄에 있는 사카나 AI는 일본어로 복어를 뜻하는 '후구(Fugu)'라는 이름의 프런티어 AI 모델을 선보였다. 프런티어 모델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앞서가는 최첨단 AI를 가리킨다. 사카나는 후구가 앤트로픽의 페이블 5, 미토스 프리뷰(Mythos Preview)와 같은 선도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주장했다.
후구는 특히 'AI 에이전트'를 위해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이전트(agent)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만 주면 스스로 여러 단계의 일을 처리하는 AI를 말한다. 후구는 다른 AI 모델들을 그들의 API를 통해 끌어다 쓰며 작업을 지휘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API는 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기능을 가져다 쓰도록 미리 정해 둔 약속을 말한다.
사카나 측은 후구 출시가 앤트로픽 수출통제와는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테크크런치에 밝혔다. 후구는 지난해부터 만들어 온 모델이며, 그 바탕이 된 연구는 올봄 국제 학회 ICLR에서 발표됐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우리는 제품 자체의 가치에 자신이 있었고, 다만 그 시점이 예상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한 순간과 맞물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홈페이지가 "수출통제의 위험 없이 프런티어 성능을 제공한다"고 내세우는 등,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났다.
"AI는 함께 개발해야"...접근 보존 강조한 사카나
사카나 AI는 2023년 전직 구글 연구자인 렌 이토(Ren Ito)와 라이언 존스(Llion Jones), 데이비드 하(David Ha)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잘 작동하고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최적화된, 비교적 저렴한 생성형 AI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후구를 수출통제 강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는 일본 기업과 정부 기관을 겨냥해 내놨다.
다만 사카나는 아시아에서 미국 AI를 영영 밀어내는 흐름이 시작됐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회사 대변인은 "미국 모델은 아시아에 여전히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을 어느 한쪽으로의 영구적 재편이라기보다 일시적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동 창업자 렌 이토가 지난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견해와도 통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AI 접근권과 수출통제가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
렌 이토는 지난주 국제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런 입장을 더 풀어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를 향해 "첫 번째 우선순위는 가장 가까운 동맹들의 접근을 보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AI는 쌓아 두고 독점하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개발하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하는 후구가 단순히 미국 경쟁사의 취약한 틈을 노린 '땅따먹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더 큰 모델을 넘어, 오케스트레이션(조율) 모델이 다음 프런티어"라고 적었다. 국가 기반 시설을 단 하나의 공급자에 의존하는 것은 이번 수출통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만든 위험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고 수준의 모델에 대한 접근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며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야말로 이런 권력 집중에 맞서는 현실적인 대비책"이라고 밝혔다.
중국 360, 취약점 탐지 AI '툴롱펑' 공개
일본 사카나가 후구를 '접근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중국의 360은 한 발 더 나아갔다. 360은 두 가지 AI 보안 도구를 공개했다고 전해졌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허점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툴롱펑(Tulongfeng)'이고, 다른 하나는 사이버 방어와 사고 대응을 자동화하는 '이톈전(Yitianzhen)'이다. 여기서 소프트웨어의 허점, 즉 취약점이란 해킹에 악용될 수 있는 보안상의 약점을 말한다.
이번 제품 공개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겼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360의 창업자 저우훙이(Zhou Hongyi)는 취약점을 찾아내는 AI를 국가 전략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일방적 투명성(one-way transparency)'이라고 부른 위험을 경고했다. 일부 세력만 앞선 취약점 탐지 능력을 손에 넣고 다른 쪽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강력한 보안 AI가 어느 한쪽에만 쏠리면 안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앤트로픽이 떠난 자리, 현지 모델이 채운다
앤트로픽은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왔다. 이 미국 AI 기업은 2026년 5월 자사의 연환산 매출(런레이트)이 47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연환산 매출은 특정 시점의 실적을 1년 치로 환산한 값으로, 사업의 현재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다만 이 가운데 아시아 기업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수출통제가 시행된 지 몇 주 만에, 도쿄와 베이징의 두 기업이 앤트로픽이 비운 자리로 발을 들였다는 점이다. 설령 통제가 풀려 미국 기업들이 다시 신뢰를 얻는다 해도, 현지 언어와 미묘한 맥락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학습된 현지 대안들이 이미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이준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