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과학 연구 가속 AI 소프트웨어 공개...우주 관측 데이터 처리 최대 1만4900배 빨라져...현지시간 6월 22일 ISC 콘퍼런스서 '쿠다-X' 신규 라이브러리·서비스 발표, 화학·신소재부터 암흑물질 탐색까지 적용
엔비디아가 과학 연구를 가속하는 새 AI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엔비디아(NVIDIA)가 화학과 신소재 발견부터 우주의 암흑물질 탐색에 이르는 과학 연구를 빠르게 돕는 새로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6월 22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고성능 컴퓨팅 학술행사 'ISC 콘퍼런스'에서 이 소프트웨어들을 선보였다. 고성능 컴퓨팅이란 여러 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묶어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데이터 수집 라이브러리 'DAQIRI(다키리)'와 화학·신소재 연구용 서비스 'ALCHEMI(알케미)', 그리고 곧 제공될 예정인 천문·실험 데이터 처리용 참조 코드 'cuPhoton(큐포톤)'이다. 라이브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둔 기능 묶음을, 참조 코드는 연구자가 자신의 작업에 맞게 고쳐 쓸 수 있도록 본보기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이 소프트웨어들이 과거 일반 중앙처리장치(CPU)로는 몇 시간에서 며칠씩 걸리던 작업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하도록 바꿔 준다고 설명했다.
세 소프트웨어는 모두 엔비디아의 'CUDA-X(쿠다-X)'에 속한다. 쿠다-X는 AI와 고성능 컴퓨팅 등 여러 분야에서 계산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도록 모아 놓은 도구·라이브러리 묶음이다. GPU는 본래 화면을 그리는 데 쓰이던 장치이지만, 수많은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어 오늘날 AI와 과학 계산의 핵심 장치로 쓰이고 있다.

우주 관측 데이터 처리 1만4900배...큐포톤
가장 두드러진 성능 향상은 천문 데이터 처리용 큐포톤에서 나왔다. 큐포톤은 망원경과 엑스선, 레이저 실험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읽어 들이고 분석·시각화하도록 만든 참조 코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큐포톤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시스템 'GB200 NVL72'에서 천문학 표준 파일 형식인 'FITS(피츠)' 데이터를 불러오고 읽고 처리하는 속도를 크게 높인다.
특히 사전 시험 단계에서 큐포톤은 루빈 천문대의 우주 대규모 관측 사업(LSST)이 모은 FITS 이미지를 불러오고 읽는 작업을 종전보다 1만4900배 빠르게 처리했다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또 엔비디아의 첨단 칩 '그레이스 블랙웰' 32개를 써서 신호 처리와 분석을 최대 8400배까지 빠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루빈 천문대의 LSST 카메라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디지털카메라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수십억 개의 먼 은하는 물론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가까운 희미한 천체까지 촬영한다. 큐포톤은 이런 카메라가 쏟아 내는 막대한 자료에서 더 빠르게 분석 결과를 얻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큐포톤은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했으며, 하버드대와 함께 천문대와 암흑 에너지 관측 사업에서 모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데 쓸 예정이다.
버려지던 입자 충돌 데이터 살린다...다키리
데이터 수집 라이브러리 다키리는 빠르게 작동하는 검출기와 감지기(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엔비디아 소프트웨어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기존 장비는 정해진 하드웨어에 묶여 있어, 측정 장치가 데이터를 저장 속도보다 빠르게 만들어 내면 일부를 놓치는 문제가 있었다. 다키리는 데이터가 들어오는 즉시 처리해 이런 손실을 막는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대표 적용 사례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미국 시카고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진행 중인 'A-GHOST' 연구가 소개됐다. 이 연구는 다키리를 활용해, CERN의 거대 입자 실험 장치 '아틀라스(ATLAS)'가 기록한 충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AI가 분석하도록 한다. 아틀라스는 저장 공간의 한계 때문에 측정한 데이터의 99% 이상을 평소 버리는데, A-GHOST는 이렇게 버려질 데이터를 분석해 자칫 놓칠 수 있는 의미 있는 신호를 잡아낸다.
신소재·배터리 연구 가속...알케미
알케미는 화학과 신소재 발견을 빠르게 돕는 분야별 서비스와 도구 묶음이다. 배터리 소재와 촉매, OLED 화면, 화장품 등 폭넓은 분야에 쓸 수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알케미에 두 가지 'NIM 마이크로서비스'를 내놓았다. 마이크로서비스는 특정 기능을 하나씩 떼어 손쉽게 가져다 쓰도록 만든 소프트웨어 단위를 말한다.
두 서비스는 각각 수많은 분자와 물질의 가장 안정된 구조를 찾는 기능과, 시간에 따라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의실험하는 기능을 맡는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한 번에 수백만 개의 분자·물질을 동시에 시험해 볼 수 있다.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이란 실제로 만들어 보기 전에 컴퓨터로 결과를 미리 따져 보는 것을 말한다. 알케미는 머지않아 널리 쓰이는 신소재 계산 프로그램 'VASP(바스프)'를 위한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며, GPU 한 대에서 여러 계산을 함께 돌려 물질 구조 최적화 속도를 3배 높였다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아울러 연구자와 개발자는 '알케미 툴킷'을 써서 물질의 성질을 빠르게 예측하는 AI 대체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대체모델이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밀 계산을 일일이 하는 대신, 그 결과를 미리 학습해 비슷한 답을 빠르게 내놓도록 만든 AI를 말한다. 정밀하지만 느린 계산을 AI가 어림잡아 대신함으로써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실제 활용 사례로는 생명과학·화학·신소재용 자율 실험실을 만드는 기업 라일라 사이언시스(Lila Sciences)가 소개됐다. 자율 실험실은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AI와 로봇이 실험을 스스로 설계하고 수행하는 연구 시설을 뜻한다. 이 회사는 알케미를 써서 신소재 후보를 걸러 내는 작업을 50배 빠르게 했고, 그 덕분에 실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안정된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추려 낸 후보의 자기적 성질 계산도 30% 빠르게 했다. 회사 측은 또 알케미의 전용 계산 기법을 활용해 학습과 추론 속도를 6배 높이고 메모리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였으며, 그 결과 종전에는 몇 주가 걸리던 모의실험을 며칠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은 신소재 발굴과 에너지용 촉매 탐색, 자성 물질 연구 등 여러 분야로 넓혀 쓸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앤디 빔(Andy Beam) 라일라 사이언시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 명의 과학자가 혼자서는 이를 수 없는 규모로 연구를 가속하기 위해 강력한 컴퓨팅 묶음을 짜 맞춘 작업"이라고 말했다.
깃허브 등에서 순차 제공
엔비디아에 따르면 알케미 도구는 코드 공유 사이트 깃허브(GitHub)와 파이썬 패키지 저장소(PyPI)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엔비디아 NGC 카탈로그에서 받을 수 있다. VASP용 서비스는 올여름 안에 제공될 예정이다. 다키리는 현재 깃허브에서 받을 수 있으며, 큐포톤도 올여름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성능 수치는 모두 제품을 만든 엔비디아가 자사 시스템에서 직접 측정해 발표한 값으로, 제3자의 독립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실제 다양한 연구 현장에서의 효과와 안정성은 사용 사례가 쌓이면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김현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