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로 전기 만든다...에코 웨이브 파워, NVIDIA AI 인프라·디지털 트윈 활용...기존 항만 구조물에 부유체 달아 발전, 로스앤젤레스선 'AI가 전력 맞춰 일감 배분'하는 데이터센터 시범
파도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 AI로 한층 정교해졌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파도 에너지 기업 에코 웨이브 파워(Eco Wave Power)가 엔비디아(NVIDIA)의 인공지능(AI) 기반 설비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바다 파도를 청정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엔비디아가 현지시간 6월 22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에코 웨이브 파워는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신생기업 지원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Inception)'의 지속가능 미래 부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이나 환경을 컴퓨터 속에 똑같이 본떠 만든 가상 모형으로, 실제로 만들기 전에 다양한 상황을 미리 시험해 보는 데 쓰인다.
이 회사 기술의 특징은 항구의 방파제나 방조제처럼 이미 지어진 해안 구조물에 발전 장치를 붙여 쓴다는 점이다. 새 구조물을 처음부터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항만이나 산업단지,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AI 기반 설비 밀집 지역처럼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곳 가까이에 발전 설비를 둘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나 브레이버먼(Inna Braverman) 에코 웨이브 파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에서 "파도 에너지는 현존하는 가장 큰 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라며,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이 기술을 어떻게 단순하게 만들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의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AI, 산업 현장에 쓰이는 AI, 로봇과 자율주행처럼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가 늘면서 전 세계 전기 수요가 유례없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수요를 맞추려고 전력망을 새로 깔거나 넓히는 데 여러 해가 걸린다는 점이다. 각종 인허가와 송전 설비 보강, 토지 확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어진 해안 구조물을 활용해 수요지 가까이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파도 에너지는 오랜 산업으로 자리 잡은 풍력·태양광에 이어 자연의 힘을 쓰는 '세 번째 동력원'으로 거론된다.

방파제에 '부유체' 달아 발전...장비는 물 밖 육상에 둬
발전은 '부유체(floater)'에서 시작된다. 부유체는 방파제나 방조제에 붙여 물 위에 띄우는 장치로, 파도가 해안에 부딪혀 오르내리는 힘을 받아 움직인다. 이 위아래 운동을 동력으로 바꿔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블로그에 따르면 바닷물의 밀도는 공기의 약 800배에 이르기 때문에, 같은 양의 에너지를 얻는 데 풍력 발전용 거대한 날개보다 훨씬 작은 장치로도 충분하다는 강점이 있다. 밀도는 같은 부피에 담긴 물질의 양을 뜻하는 말로, 밀도가 높을수록 같은 크기로도 더 큰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에코 웨이브 파워가 앞선 업체들과 다른 점은 비싼 장비를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 기존 방식은 컴퓨터 같은 핵심 장비를 바다 위 부유체 안에 넣었는데, 거센 물살에 장비가 망가질 위험이 있었다. 반면 이 회사는 컴퓨터와 각종 감지기(센서), 파도의 힘을 전기로 바꾸는 유압·전기 장치를 모두 육상의 설비에 둔다. 값비싼 장비를 물기 없는 뭍에 두어 폭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는 것이다.
브레이버먼 CEO는 파도 에너지가 재생에너지 가운데 끊김이 가장 적은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이 훌륭하지만 밤과 겨울, 구름, 대기 오염이 모두 발전량에 영향을 준다면서, 파도 에너지는 하루 24시간 내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만 파도 에너지로 연간 전력 소비량의 60%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는 추정도 함께 소개됐다. 다만 이는 이론상의 잠재력을 가리키는 수치로, 실제 발전량과는 차이가 있다.
옴니버스로 만든 '디지털 트윈'...설치 전 가상으로 미리 시험
엔비디아 기술이 쓰이는 대표적인 영역은 디지털 트윈이다. 에코 웨이브 파워는 엔비디아의 가상공간 제작 도구 '옴니버스(Omniverse)'를 이용해 파도의 움직임과 해상 구조물을 컴퓨터 속에 그대로 본뜬 가상 모형을 만든다. 이 가상 환경에서는 실제 설치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파도 상태와 구조물의 거동, 배치 방식, 운영 시나리오 등을 미리 모의실험해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설계 판단을 다듬고, 설치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며, 기반 설비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AI가 쓰인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컴퓨팅과 AI 기술을 이용하면 예측 분석, 이상 감지, 환경 예보, 예측 정비 등을 통해 파도 발전 설비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 정비란 고장이 난 뒤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장비 상태를 미리 살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손보는 방식을 말한다. AI 모형이 바다 상태와 장비 성능, 발전량 흐름을 끊임없이 분석해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서 'AI 제어 데이터센터' 시범...전력망 없이 파도로만
에코 웨이브 파워는 이스라엘 자파(Jaffa) 항에서 프랑스 EDF 파워 솔루션, 이스라엘 에너지부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에서는 비영리기관 알타시(AltaSea), 정유사 셸(Shell)과 협력하고 있다. 이 밖에 포르투갈 레이숑이스(Leixões) 항, 대만 쑤아오(Suao) 항, 인도 뭄바이(바라트 페트롤리엄과 협력)에서도 새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항에서는 파도 에너지가 기존 전력망에 기대지 않고도 데이터센터의 유일한 전력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컴퓨터 서버를 모아 둔 시설로, 막대한 전기를 쓰는 동시에 장비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필요하다. 브레이버먼 CEO는 많은 데이터센터가 냉각과 물 때문에 해안으로 옮겨 가 항구에 자리 잡고 있다며, 파도 에너지를 AI 설비에 곧바로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시범사업에서 AI 소프트웨어는 발전 설비를 조율하는 '통제층' 역할을 한다. 쓸 수 있는 전력량에 맞춰 컴퓨터가 처리할 작업을 짜는 방식이다. 예컨대 소프트웨어가 날씨를 바탕으로 한 주 동안 언제 파도가 더 세질지를 예측하고, 그 시점에 연산 부담이 큰 작업을 몰아서 배정하는 식이다. 전기가 많이 나는 때에 일감을 맞추는 셈이다.
브레이버먼 CEO는 자사가 이미 가동되고 전력망에도 연결돼 있으며 자원도 풍부하다면서, "에너지가 지금 당장 필요한 만큼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가 혁신적이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내용은 엔비디아가 자사 AI 기술의 활용 사례로 협력 기업을 소개한 자리인 만큼, 긍정적인 서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비롯한 상당수 프로젝트가 아직 시범 단계이고, 파도 에너지가 실제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비용 면에서 다른 재생에너지와 견줘 경쟁력이 있을지는 앞으로의 운영 성과를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윤서빈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