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 '국가 원자력 전략' 공개...15년간 원전 최대 10기 짓는다...현지시간 6월 22일 발표, 2050년까지 전력망 2배 목표로 '민간 원자력 르네상스' 선언, 캔두 원전 수출 확대·우라늄 두 배 증산까지
캐나다가 첫 국가 원자력 전략으로 원전 최대 10기 건설에 나선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캐나다 연방정부가 현지시간 6월 22일 첫 국가 원자력 전략(National Nuclear Energy Strategy)을 공개하고, 앞으로 15년 동안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최대 10기 짓겠다고 밝혔다. 팀 호지슨(Tim Hodgson)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날 온타리오주 뉴마켓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를 '새로운 민간 원자력 르네상스(renaissance)'라고 표현했다. 그는 2050년까지 캐나다의 전력망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저탄소 경제를 만들려면 원자력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기저 전력 없이는 신뢰할 만한 방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저 전력이란 날씨나 시간에 관계없이 늘 일정하게 공급되는 기본 전력을 말한다.
이번 전략은 모두 23쪽 분량으로, 지난달 발표된 청정전력 전략의 후속 격이다. 캐나다는 발전 권한을 가진 각 주(州)·준주와 협력해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호지슨 장관은 38개국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최소 세 배로 늘리자는 목표에 동참했다고 언급하며, 세계 원자력 시장이 2030년까지 연간 최대 2000억 캐나다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기회로 제시했다.

2035년 대형원전 2기 착공...현재 전력의 13% 담당
전략은 구체적인 시간표를 담았다. 우선 2035년까지 대형 원전 두 기의 건설을 시작하고, 2040년까지 다섯 기를 더 계획하거나 개발 단계에 올린다는 목표다. 또한 2035년까지 원전 밀집 지역인 온타리오주 밖에서도 최소 한 기를 가동하거나 착공한다. 트럭이나 바지선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작은 초소형 원자로(마이크로원전)는 2035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30년대 후반에 외딴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마이크로원전은 전기와 열을 함께 공급하는 소형 원자로로, 송전망이 닿기 어려운 북부 지역과 군 시설에 우선 검토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는 원자력 발전소 네 곳이 있으며, 세 곳이 온타리오주에, 한 곳이 뉴브런즈윅주에 있다. 이곳에서 가동되는 캔두(CANDU) 원자로 17기가 캐나다 전력의 약 13%를 책임지고, 원자력 산업은 해마다 약 220억 캐나다달러를 경제에 보태고 있다. 캔두는 '캐나다 중수 우라늄(CANada Deuterium Uranium)'의 줄임말로, 캐나다가 자체 개발한 원자로 방식이다. 이번 전략은 새로 짓는 대형 원전과 함께, 온타리오주 다링턴에 들어설 주요 7개국(G7) 최초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도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SMR는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작은 원전을 말하며, 다링턴 시설은 한 기당 최대 300메가와트(MW)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은 또 가격 경쟁력을 갖춘 현대화 캔두 설계를 2030년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포함했다.
'원전 수출은 외교'...우라늄 강국의 지정학 카드
이번 전략은 단순한 국내 발전 계획을 넘어 외교 문서의 성격을 함께 띤다. 캐나다는 캔두 원자로를 새로운 나라에 파는 데 힘을 실어, 2040년까지 최소 네 곳의 새 수출 시장을 열고 15년 동안 6~10개의 원전 신규 도입국과 협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략은 원자로 수출이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동반 관계를 만들어 캐나다의 폭넓은 외교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적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바탕에는 캐나다의 우라늄 자원이 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라늄을 많이 캐는 나라로, 2024년 세계 생산량의 약 24%를 차지했다. 특히 캔두 원자로는 대부분의 다른 원전과 달리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그대로 연료로 쓴다. 우라늄 농축은 핵분열이 잘 일어나는 성분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가공 과정으로, 캐나다는 이 농축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캐나다 정부는 서방 동맹국들이 주요 농축 우라늄 공급국인 러시아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흐름을 짚으며, 농축이 필요 없는 캔두가 지정학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내세웠다. 전략은 우라늄 수출을 2035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담았다. 다만 캔두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의 원자로에 쓸 연료를 위해 자체 농축 능력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열어 뒀다.
우라늄 증산을 위한 실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는 올해 사스카처원주에서 새 우라늄 광산 두 곳을 승인했다. 데니슨 마인스(Denison Mines)의 휠러 리버(Wheeler River) 사업과 넥스젠 에너지(NexGen Energy)의 루크 원(Rook I) 사업이다. 캐나다의 우라늄 채굴·정련은 모두 사스카처원주에 모여 있으며, 이 지역에는 세계 최고 품질의 우라늄 광맥이 묻혀 있다. 캐나다가 캐낸 우라늄의 약 90%는 다른 나라 원전의 연료로 수출된다. 다만 전략에 담긴 영향평가 권한 이관 등 일부 제도 개편안을 두고 환경단체와 원주민 단체가 반발하면서, 관련 협의 기간이 최근 연장되기도 했다.
4대 축에 비용 100조 원 이상...재원 계획은 빠져
전략은 ▲국내 신규 건설 지원 ▲세계 시장의 공급·수출 강국 도약 ▲우라늄 생산과 핵연료 확대·폐기물 관리 ▲핵분열과 핵융합을 아우르는 차세대 기술 개발이라는 네 개의 축으로 짜였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을 합쳐 에너지를 얻는 기술로, 핵분열과 반대 원리이며 아직 상용화 전 단계다. 호지슨 장관은 이번 전략으로 약 9만 명인 원자력 분야 일자리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두 배인 18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용이다. 천연자원부 관계자는 사전 설명회에서 전략에 담긴 원전 건설에 1000억 캐나다달러(약 100조 원)가 넘게 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략은 이 막대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재원 후보로 캐나다 인프라은행과 캐나다 성장펀드 정도를 거론하는 데 그쳤다. 원전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사 지연과 비용 초과가 잦아 민간 투자가 선뜻 들어오기 어려운 분야로 꼽혀 왔고, 전략 역시 연방정부가 위험을 떠안는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해야 민간 자금이 따라온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전략에서 배제...야당은 회의적
이번 전략에는 한 가지 이례적인 대목이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가 전략 문서를 보지 못했고 작성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니 총리는 브룩필드(Brookfield) 계열사의 옵션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총리 취임 뒤 이를 백지신탁에 맡겼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지 못하도록 제3자에게 맡겨 이해충돌을 막는 제도다. 브룩필드가 캔두와 경쟁하는 원자로 사업에 지분을 두고 있어, 이해충돌을 차단하는 윤리 장치에 따라 총리가 이번 전략에서 빠진 것이다.
야당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에르 푸알리에브르(Pierre Poilievre) 보수당 대표는 발표에 앞서 밴쿠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만으로는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는다"며 약속이 성과처럼 보도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전략은 야심 찬 목표와 시간표를 제시한 출발점에 해당하며, 100조 원이 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각 주의 참여를 끌어낼지, 수출과 우라늄 증산 목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학제간융합분과 이현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