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영화사 A24와 손잡고 'AI 영화 도구' 함께 만든다...구글, A24에 약 7500만 달러 투자...현지시간 6월 22일 발표, 다년간 비독점 연구 협력으로 제작 현장에 연구자 투입
구글 딥마인드와 영화사 A24가 AI 영화 도구 개발에 손잡았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구글(Google)의 인공지능(AI) 연구조직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미국 영화사 A24가 영화 제작에 쓰일 AI 도구를 함께 개발하는 연구 협력을 맺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6월 22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번 협력을 '업계 최초'라고 소개했으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구글이 협력의 일환으로 A24에 약 7500만 달러(약 1040억 원)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와 영화인 중심의 제작사가 만나, 미래의 도구를 그 도구를 실제로 쓰는 창작자들이 직접 빚어내도록 하려는 것이 협력의 취지라고 밝혔다.
A24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마티 슈프림', 최근 흥행작 '백룸스' 등으로 알려진 미국의 독립 영화·제작사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감독 중심의 영화로 명성을 쌓아 왔다.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 AI '알파고'와 대화형 AI '제미나이(Gemini)', 영상 생성 모델 '비오(Veo)' 등을 개발해 온 연구소다. 양측은 이번 협력으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새로운 작업 방식과 기술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제작 현장에 연구자 투입...영화인 피드백을 기술에 반영
이번 협력의 핵심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자들이 A24의 감독·제작진과 나란히 앉아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함께 일한다는 점이다. 영화인들은 기획부터 후반 작업, 배급에 이르는 제작 흐름 속에서 새 도구를 직접 시험하고 다듬으며 실제 현장의 의견을 연구자들에게 전달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를 통해 자사 기술을 만드는 과정 초기부터 일선 예술가들의 피드백과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실 안에서 홀로 만들기보다, 그것을 쓸 사람들과 처음부터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예술가에게 힘을 실어 주는 도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과 직접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영화인 및 A24 같은 업계 주도 기업과 협력하면, 창작자들이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돕는 새로운 AI 기능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라이 콜린스(Eli Collins) 구글 딥마인드 제품 부사장도 최고의 전문가들 손에 기술이 쥐어질 때 의미 있는 진전이 일어난다는 취지로 협력의 의의를 설명했다.
A24 영화 라이브러리·데이터는 학습 대상서 제외
다만 이번 협력에는 A24의 창작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함께 담겼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협력은 여러 해에 걸친 다년간의 협력이자 한쪽 회사하고만 일하도록 묶지 않는 '비독점' 방식이다. 비독점이란 A24가 구글 외에 다른 기술 기업과도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구글은 A24가 보유한 기존 영화·콘텐츠 라이브러리와 관련 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으며, 이를 자사 AI 모델 학습에 쓸 수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A24는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 인프라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영화사의 콘텐츠를 가져다 AI를 학습시키거나, 작품 자체를 만드는 제작 계약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러 매체는 이번 협력을 지식재산(IP) 거래나 데이터 학습 계약, 제작 계약이 아닌 '연구 협력'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 낼지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딥마인드는 초기 목표가 최첨단 기술과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기술적 성과물, 창작 단계의 이정표는 시간이 지나며 함께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과제 가운데 하나로는 A24 내부 조직 'A24 랩스(Labs)'에서 진행 중인 AI 스토리보드 작업이 거론된다. 스토리보드는 감독이 촬영에 앞서 장면을 미리 그려 두는 밑그림인데, 이 작업에 AI를 활용해 거친 시각 스케치를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부 보도는 A24 랩스가 20명 안팎의 내부 팀이라고 전했다.
개별 감독 협업서 스튜디오 차원으로...AI 기업의 새 전략
구글 딥마인드가 영화계와 손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대런 아로노프스키 등 개별 감독과 협업해 온 사례가 있었지만, 정식 영화 스튜디오와 본격적인 협력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영상 생성 모델 '비오(Veo)'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술 기업 가운데 하나다. 비오는 글이나 그림 등 간단한 지시를 받아 짧은 영상을 만들어 내는 AI로, 영화·광고 업계에서 활용 가능성을 두고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런 협력은 거대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 자체를 더 키우는 것을 넘어, 실제 사용 현장에 맞춘 도구를 만들기 위해 특정 산업과 손잡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영화처럼 전문적인 작업 방식이 자리 잡은 분야에서는, 범용으로 만든 AI를 내놓고 알아서 쓰이기를 기다리기보다 현장 전문가와 함께 도구를 설계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A24처럼 존경받는 창작자들과의 협력 자체가, 다른 영화인과 기업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신뢰의 표식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 외신은 투자사와 스튜디오 사이의 자본 관계가 창작상의 이해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협력이 풀어야 할 과제로 함께 짚었다.
구글의 첫 영화사 지분 투자...할리우드 'AI 갈등' 속 행보
이번 협력은 구글이 영화 제작사 지분에 직접 투자한 첫 사례로 꼽힌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보유하고 있지만, 영화 스튜디오에 직접 출자한 적은 없었다. 외신은 약 7500만 달러라는 투자 규모가 2024년 6월 한 투자사가 A24에 출자하며 회사 가치를 35억 달러로 평가했을 당시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투자가 A24의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행보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할리우드의 복잡한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AI가 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영화 업계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빈스 길리건 등 일부 유명 창작자는 AI 도구가 영화 제작에 끼어드는 것에 깊은 회의를 나타내 왔다. 앞서 디즈니와 오픈AI가 영상 생성 도구 '소라'를 두고 추진하던 협업이 중단됐고, 넷플릭스는 AI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등 스튜디오마다 대응 방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로서는 A24와의 협력을 통해 존경받는 감독들과 직접 일하며 도구를 다듬을 통로를 얻고, AI 도구에 대한 영화계의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력이 자사 블로그를 통한 발표인 만큼, 구글 딥마인드 측의 설명은 협력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AI 도구가 창작자를 대체하기보다 돕는 방향이라는 양사의 강조가 실제 제작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또 기술 기업과 영화사의 자본 관계가 창작의 독립성과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양측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이번 협력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나올 도구와 작업물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박연호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