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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저작권청 개편 법안 전격 통과...의회도서관 감독 떼어내고 청장을 대통령 지명직으로, EFF 등 시민단체 "공청회도 없이 졸속 처리" 반발

미국 하원이 저작권청을 대통령 지명직으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 하원이 저작권 정책을 총괄하는 저작권청(Copyright Office)의 구조를 크게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6월 10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하원이 이번 주 초 '입법부 기관 명확화법(Legislative Branch Agencies Clarification Act, H.R. 6028)'을 음성 표결로 가결했다고 전하며, 이 법안이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저작권청을 한층 정치적인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음성 표결이란 의원들이 기록을 남기는 개별 투표 대신 찬반을 소리로 표시해 의장이 가결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EFF는 상원이 이 법안을 신속히 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청은 미국에서 저작물을 등록하고 기록을 관리하며 의회에 저작권 관련 전문 의견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EFF에 따르면 H.R. 6028은 그동안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이 저작권청을 감독해 온 관계를 끊고, 도서관장이 가지고 있던 여러 권한을 저작권청장(Register of Copyrights)에게 직접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도서관은 미국 의회에 소속된 국립 도서관으로, 방대한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시민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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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제공

청장을 대통령 지명직으로...상원 인준 거치게

이번 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저작권청장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자리로 바꾼다는 점이다. EFF는 이 변화가 저작권청장 자리를 정치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우려했다. EFF는 청장이 대통령 지명직이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정책 선호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는 압력이 커지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저작권 보유 산업계가 인선에 영향을 미치려 로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는 로비나 정치가 아니라 행정 능력과 실제 전문성을 중심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FF는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처음이 아니라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거의 10년 전에도 등장했을 때 같은 이유로 반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EFF는 저작권청이 본래 행정과 자문이 주된 임무인 기관이지만, 지난 20년 사이 표현의 자유와 도서관, 교육자, 경쟁, 일반 인터넷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저작권 정책 논쟁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작권청이 그 과정에서 중립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EFF는 저작권청이 최근 인공지능(AI)에 관해 내놓은 보고서가 '공정 이용(fair use)' 문제를 그르쳤으며, 이용자의 권리보다 민간 라이선스 시장을 통한 해법을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공정 이용이란 비평이나 교육, 연구 등 일정한 목적에 한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쓸 수 있도록 한 미국 저작권법상의 원칙이다.

SOPA 지지 전력과 DMCA 권한 집중 우려

EFF는 저작권청의 과거 행적도 문제 삼았다. 저작권청이 한때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법(SOPA)'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SOPA는 저작권 침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을 검열할 수 있게 하려던 법안으로, 거센 반대에 부딪혀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온라인 시위를 불러일으킨 끝에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주요 웹사이트들이 항의의 표시로 하루 동안 서비스를 멈추는 등 인터넷 업계와 이용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에 나섰고, 결국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EFF는 저작권청이 그동안 공공의 이익보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를 거듭 앞세워 왔다고 봤다.
저작권청의 기본 업무는 본래 행정과 자문에 가깝다. 저작권을 등록받아 기록으로 남기고, 의회도서관의 소장 자료를 늘리며, 의회가 저작권법을 만들 때 전문 의견을 보태는 일이 중심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무엇을 어디까지 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다툼이 늘었고,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저작권청의 무게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 EFF의 시각이다.
특히 EFF는 이 법안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1201조 규칙 제정 권한을 의회도서관장에게서 저작권청장에게로 옮기는 점을 경계했다. DMCA 1201조는 보안 연구나 기기 수리, 자료 보존, 장애인 접근성 확보 같은 목적을 위해 디지털 잠금장치를 합법적으로 풀 수 있는 경우를 정하는 규정이다. 디지털 잠금장치란 콘텐츠나 기기를 함부로 복제하거나 손대지 못하도록 걸어 둔 기술적 보호 수단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임의로 우회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규칙 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EFF는 그동안 이 절차를 활용해 DMCA의 부작용을 줄여 왔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이 권한마저 저작권청 한곳에 몰아주는 셈이라는 것이 EFF의 설명이다.

"의회도서관과의 연결 끊는 것은 위험"

EFF는 저작권청이 의회도서관의 감독 아래 있어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도서관계가 오랫동안 지적해 왔듯, 의회도서관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식을 보존하고 그 접근을 보장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있어 저작권 논쟁에서 공익을 대변하는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FF는 의회가 도서관과 저작권청의 연결을 약화하는 것이 어떻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설명하지도, 진지하게 따져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EFF는 지난 3월 퍼블릭놀리지, 민주주의·기술센터(CDT)를 비롯한 도서관·기술 단체들과 함께 의회에 이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청에 관한 변화가 모든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와 교육 기회, 창작의 자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EFF에 따르면 의회는 별도의 공청회나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을 밀어붙였다. 저작권청을 의회도서관에서 떼어내고 상당한 법적 권한을 옮기며 최고위 저작권 책임자의 임명 방식까지 바꾸는 변화인 만큼 공청회와 토론, 공개적 검증이 필요한데도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글은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인 EFF의 분석과 주장을 담은 것으로, 객관적 보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법안 자체는 일부 정부 기관의 구조를 정비하는 기술적 개편으로 제안됐으며, 추진 측의 구체적인 설명이나 찬성 논거는 이번 글에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법안의 실제 영향이나 타당성을 가늠하려면 추진 측의 입장과 의회 안팎의 다른 의견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간 상태로, 향후 상원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FF는 저작권법이 본래 공공을 위해, 그리고 과학과 학문의 진보를 위해 존재한다며, 저작권을 다루는 기관 역시 특정 행정부나 산업계의 로비가 아니라 공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디지털인문학분과 이지원 기자 news@kit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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