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멕시코 법원, 메타에 5억6700만 달러 추가 부담 명령...아동 정신건강 기금 조성하고 미성년자 이용 시간도 월 90시간으로 제한
법원은 메타 플랫폼을 오염물질 배출 공장에 빗대 공적 불법방해로 규정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미국 뉴멕시코주 법원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5억6700만 달러를 아동 정신건강 기금으로 내라고 명령했다. 지난 3월 배심원단이 부과한 민사 제재금 3억7500만 달러를 더하면 이번 소송에서 메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모두 9억4200만 달러로 늘어난다. 법원은 돈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성년자가 쓰는 서비스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라고 함께 주문했다.
산타페 지방법원 브라이언 비드샤이드 수석판사는 현지시간 6일 68쪽 분량의 판결문을 냈다. 판결문에는 메타가 이용 시간을 최대한 늘리도록 설계한 기능을 도입했고, 그 기능이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점을 이용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담겼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메타 플랫폼이 뉴멕시코주에서 공적 불법방해를 일으켰고, 회사가 그 피해를 줄일 책임을 진다고 결론 내렸다. 공적 불법방해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누리는 공통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뜻하는 영미법상 개념이다.

2023년 제소에서 2단계 재판까지
이 소송은 라울 토레즈 뉴멕시코주 법무장관이 2023년 메타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제기했다. 주정부는 메타가 아동을 성적 착취와 온라인 유인, 인신매매 위험에서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 법무부는 미성년자로 위장한 계정을 만들어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1단계 배심 재판은 산타페에서 약 6주간 열렸고, 내부 고발자가 된 전현직 직원을 포함해 증인 40명이 법정에 섰다. 배심원단은 지난 3월 메타가 주 불공정거래관행법을 7만5000건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반 1건당 최대 5000달러가 적용돼 제재금은 3억7500만 달러로 정해졌다. 주정부가 요구한 금액은 22억 달러였으나 배심원단은 그보다 적은 액수를 택했다.
배심원단은 손해배상액만 정할 수 있었다. 메타 플랫폼이 공적 불법방해에 해당하는지, 회사가 공공 프로그램 비용을 대야 하는지는 판사가 판단하도록 절차가 설계됐다. 이번 판결이 그 2단계 심리의 결론이다.
"오염물질처럼 사회 전반으로 번진다"
비드샤이드 판사는 판결문에서 메타를 오염물질을 내뿜는 공장에 비유했다. 공장이 내뿜는 유해 물질이 깨끗한 공기를 누릴 공동의 권리를 해치는 것처럼, 메타 플랫폼이 아동에게 미치는 해악도 플랫폼 안에 머무르지 않고 인터넷 전체와 현실 세계로 옮겨간다는 취지다. 판결문은 그 부담이 피해 아동과 가족은 물론 학교와 병원, 법 집행기관에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뉴멕시코 청소년이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으며 메타 플랫폼이 여기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다만 판결문은 메타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도 명시했다. 비드샤이드 판사는 메타가 유일한 책임자는 아니지만, 재판에서 확인된 증거를 보면 이 사건 플랫폼이 현재의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에 상당히 기여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 성적 착취 위험과 학업 방해, 정신건강 악화로 뉴멕시코주에서 상당한 수의 이용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적었다.
좋아요 수 숨기고 월 90시간 상한
법원은 금전 부담과 별도로 뉴멕시코주 안에서 메타 서비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명령했다. 주요 내용은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좋아요 수를 기본으로 숨기고 부모나 보호자가 승인해야만 표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쳐 월 90시간으로 이용 시간 제한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학기 중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푸시 알림 차단 등이다. 월 90시간은 하루 약 3시간에 해당한다. 푸시 알림 차단에는 이미 연결된 이용자가 보낸 메시지와 긴급 안전 경고 등 예외가 인정된다.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함께 명령됐다. 메타는 18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을 다른 이용자에게 추천할 수 없고, 연결되지 않은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미성년자 계정은 기본 설정이 비공개로 유지되며, 나체 이미지를 주고받는 기능도 차단된다. 메타는 하루에 한 번 안전 이용 방법과 신고 도구를 안내하는 배너를 미성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미성년자 계정을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절차와, 나이를 잘못 추정당한 이용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판결에는 성착취 협박 의심 상황 경고, 아동 성착취물 신고 처리, 메타 인공지능 챗봇과의 성적 대화 차단에 관한 조항도 포함됐다.
주정부가 요구한 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법원은 추천 알고리즘 자체를 바꾸라는 주정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정부는 알고리즘이 해로운 반복 노출 구조를 만든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부분을 명령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금 5년간 집행...치료에 4억2000만 달러
5억6700만 달러 기금은 5년에 걸쳐 집행된다. 사용처는 인식 개선과 예방, 선별과 평가, 연계와 조정, 치료와 사후 평가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몫인 4억2000만 달러가 치료에 배정됐다. 메타는 별도로 플랫폼 위험과 안전 도구, 자녀 보호 기능, 신고 방법을 알리는 뉴멕시코주 내 교육 캠페인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토레즈 법무장관은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이 사건은 언제나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족을 대변하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을 위험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메타는 수년간 자사 플랫폼이 뉴멕시코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 대신 참여와 이익을 택했다"며 "이번 판결은 메타가 뉴멕시코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실제로 바꾸도록 강제한다"고 말했다.
메타 "판결에 동의 못해...항소할 것"
메타는 판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엑스(X)를 통해 회사가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회사 대변인은 언론에 "우리는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악의적 행위자와 유해 콘텐츠를 찾아내 제거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도 투명하게 밝혀 왔다"고 말했다. 메타는 지난 3월 배심원 평결 직후에도 같은 취지로 항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메타 측 변호인은 회사가 위험을 고지하고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려 노력해 왔으며, 일부 유해물이 걸러지지 않고 남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플랫폼 아동 보호 소송
뉴멕시코 사건은 소셜미디어와 아동 안전을 다룬 소송 가운데 배심원 평결까지 이른 첫 사례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40개가 넘는 주의 법무장관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사건 가운데 33개 주가 함께 낸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병합돼 있다. 테네시주 등은 개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른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법원이 중독성 있는 서비스 설계를 문제 삼아 메타에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 5월에는 메타와 유튜브, 스냅, 틱톡이 켄터키주의 한 학군이 제기한 중독 관련 소송에서 합의했다. 이 사건은 유사 소송 수백 건 가운데 첫 재판이 될 예정이었으나 합의로 종결됐고,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각국 규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플랫폼에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과 알림 방식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기능 설계 자체를 법원이 직접 규율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논의에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명령은 뉴멕시코주 안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메타가 항소하면 명령의 효력 발생 시점과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특정 주에 한정된 조치라 하더라도 전 세계 단일 서비스를 운영해 온 플랫폼 기업이 지역별로 다른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방송통신분과 진서윤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