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WMO와 '기상-AI' 국제 교육과정 첫 개최...개발도상국 조기경보 역량 키운다
기상청이 WMO와 함께 첫 국제 기상-AI 교육과정을 연다.
[한국정보기술신문]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원장 강현석)이 세계기상기구(WMO)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상 예측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국제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연다. 국립기상과학원은 8월 3일(월)부터 14일(금)까지 2주 동안 충청북도 진천군 기상기후인재개발원에서 '제5회 기상-인공지능 활용 역량 강화 과정(The 5th Weather-AI Bootcamp)'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는 각국의 기상 관측과 예보 분야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말한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이번 교육에는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네팔, 이란 등 아시아 6개국 기상청 관계자 10명이 참가한다. 세계기상기구 회원국 가운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기상과 물 관련 업무를 맡는 국가기관 관계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상업무 역량을 키우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국내 대학생 대상서 국제과정으로 확대
국립기상과학원은 2021년부터 국내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상-인공지능 활용 역량 강화 과정을 네 차례 운영해 왔다. 올해 과정은 그동안 쌓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대상을 세계기상기구 회원국으로 넓힌 첫 국제과정이다.
이번 교육이 마련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커지는 극한기상의 위험이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수 시간 안에 빠르게 발달하고 이동하는 강수 현상을 미리 내다보고 조기에 경보를 내는 일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앞으로 몇 시간 안의 날씨를 정밀하게 내다보는 것을 '초단기예측'이라고 부른다. 초단기예측은 위험기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강하게 쏟아지는 집중호우처럼 갑작스러운 위험기상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야 조짐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초단기예측이 정확할수록 대피 시간을 벌고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방대한 관측 자료의 흐름에서 규칙을 스스로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이 짧은 시간대의 예측에 효과적인 것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각국이 관련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개발도상국은 이 기술을 실제 기상업무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가 어디에 얼마나 내리는지를 관측하는 기상레이더가 부족하고, 방대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인공지능을 다룰 전문 인력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신 예측 기술이 개발돼도 정작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번 교육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인공지능 기반 초단기예측 기술을 직접 실행하고 평가해 보게 하고, 나아가 자국의 관측 환경과 업무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초단기예측 AI '나우알파'로 직접 실습
이번 교육에서는 국립기상과학원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초단기예측모델 '나우알파(NowAlpha)'가 대표적인 실습 사례로 쓰인다. 나우알파는 기상레이더가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6시간 동안 비가 어떻게 분포할지를 가로세로 1㎞ 단위의 공간 해상도와 10분 간격으로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공간 해상도란 얼마나 촘촘한 간격으로 값을 나타내는지를 뜻하는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더 세밀하게 예측한다는 의미다.
기상레이더는 전파를 쏘아 빗방울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로 비의 세기와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로, 나우알파는 이렇게 얻은 자료의 변화 흐름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가까운 미래의 강수를 그려낸다. 참가자들은 나우알파를 돌리기 위한 실행 환경을 갖추는 일부터 자료를 넣고 결과를 꺼내는 과정, 예측 결과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정확도를 평가하는 일, 기초적인 모델 조정까지 초단기예측 활용의 전 과정을 직접 실습한다.
교육에는 '디투디(D2D)'라는 기술도 함께 소개된다. 디투디는 국립기상과학원이 개발한 것으로, 인공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지상 레이더가 잡아낸 것과 비슷한 형태의 자료로 바꿔 주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지상 레이더 관측망이 부족한 지역에서 이를 대신할 자료로 쓸 수 있어, 레이더가 충분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이 초단기예측모델을 학습하고 시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값비싼 레이더를 새로 설치하지 않고도 이미 널리 활용되는 위성 자료로 초단기예측을 시도할 길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관측 기반이 취약한 나라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국립기상과학원은 보고 있다.
2주간 기초교육에서 시범과제까지
교육과정은 기초교육과 고급 실습을 결합한 2주 일정으로 운영된다. 첫째 주에는 온라인과 대면을 섞은 방식으로 기상-인공지능의 기본 개념, 파이썬 프로그래밍, 여러 층으로 이뤄진 신경망을 학습시키는 딥러닝(심층 기계 학습)의 기초, 기상자료 분석과 개발 환경 구축 등을 배운다. 첫째 주 강의는 관심 있는 세계기상기구와 해외 기상청 연구자들도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으며, 강의자료는 추후 세계기상기구의 교육 플랫폼에 올릴 예정이다.
둘째 주는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집중교육으로, 인공지능 초단기 예측모델 실행과 자료 전처리, 모델 조정과 성능 평가, 지역별 적용 사례 분석 등을 다룬다. 참가자들은 교육에서 익힌 기술을 토대로 자국이나 지역 단위의 시범 과제를 직접 설계하고, 마지막 발표를 통해 앞으로의 활용 계획을 공유하게 된다.
"누구도 위험기상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강현석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상재해는 국경을 가리지 않지만,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기회에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라며, 인공지능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신속한 경보 전달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때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이 쌓아 온 기상 인공지능 기술과 교육 경험이 세계기상기구 회원국의 조기경보 역량을 높이는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이번 교육이 세계기상기구가 추진하는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 구상의 이행을 뒷받침하고, 국가 간 기상재난 대응 역량의 격차를 좁히는 국제협력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위험기상에 대한 경보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세계기상기구의 국제 구상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유관기관분과 이준서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