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론가 에드 지트론 "AI 산업, 멈추는 순간 무너진다"...2030년까지 연 매출 2조달러 넘겨야 거액 투자 정당화되지만 '둔화 신호'
한 기술평론가가 AI 산업의 경제성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AI) 산업이 그동안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매출이 멈추지 않고 폭발적으로 늘어야 하지만, 오히려 성장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기술 분야 평론가이자 뉴스레터 발행인인 에드 지트론(Ed Zitron)은 6월 8일(현지시간) 자신의 뉴스레터 '웨어스 유어 에드 앳(Where's Your Ed At)'에 '인공지능은 둔화하고 있다(AI Is Slowing Down)'는 제목의 글을 싣고, 데이터센터 건설과 컴퓨팅 계약 규모가 이미 AI 산업이 2030년까지 해마다 2조달러(약 2천70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만 수지가 맞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지트론은 AI 산업에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인물로, 이번 글 역시 객관적 보도가 아닌 평론가 개인의 분석과 주장에 해당한다.

"천문학적 투자에 걸맞은 매출, 어디서 나오나"
지트론이 제시한 핵심 논리는 투자 규모와 매출 규모의 불균형이다. 그는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Sightline Climate)의 자료를 들어 현재 세계에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190기가와트(GW)에 이른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란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서버 등 전산 장비를 한데 모아 가동하는 대형 시설을 말한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1기가와트당 800억~1천억달러라는 건설 비용을 적용하면, 전체 비용이 9조5천억~15조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그의 추산이다. 그는 이 돈을 마련하려면 막대한 빚을 새로 일으켜야 하는데, 현재 연간 발행되는 관련 채권이 2천500억달러 안팎에 불과해 자금 조달 자체가 쉽지 않다고 봤다.
지트론은 이 설비를 빈 채로 두지 않으려면 AI 연산과 서비스가 2030년까지 해마다 2조달러가 넘는 매출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획된 데이터센터의 절반만 지어진다고 가정해도 매년 8천750억달러의 매출이 있어야 시설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엔비디아 역시 2027년 말까지 1조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나 그 매출의 54%가 단 세 곳의 고객에게서 나오는 만큼, 소수 기업이 계속 빚을 내 반도체를 사 줄 수 있느냐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앤트로픽에 쏠린 수요
지트론은 현재 AI 컴퓨팅 수요의 대부분이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 두 회사에서 나온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두 회사가 전체 AI 컴퓨팅 수요의 최소 70%, 많게는 80~90%를 차지한다고 봤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를 인용해, 두 회사가 전체 AI 스타트업 매출의 89%를 차지한다고도 했다.
그가 전한 두 회사의 계약 규모는 막대하다. 앤트로픽은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3천300억달러,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300억달러, 스페이스X와 15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반도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트론은 이를 감당하려면 앤트로픽이 2029년까지 연 매출 1천740억달러를 올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950억달러를 투자받았어도 비용을 대기에 부족해 내년 안에 최소 2천억달러를 더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I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최소 8천520억달러를 쓸 것으로 보이며, 올해 안에 2천500억달러 이상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고 봤다.
문제는 이만한 수요를 함께 책임질 다른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지트론은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예상 매출이 600억달러 안팎인데,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2029년까지 매출을 다섯 배가량 키워야 하며, 비슷한 규모의 AI 기업이 두 곳은 더 나타나 매년 2천500억달러 이상의 컴퓨팅 수요를 새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큰 과금 전환 뒤 '효과 의문' 잇따라
지트론이 둔화의 근거로 든 것은 기업들이 AI에 쓰는 돈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정황이다. 그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올해 1분기부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토큰 과금'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토큰은 AI가 글을 처리하는 기본 단위로, 보통 단어나 글자 조각 하나에 해당한다. 이전까지는 월정액으로 비용이 고정돼 있어 AI가 실수로 같은 작업을 반복해도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쓴 만큼 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실제 비용을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비용 통제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차량 호출 업체 우버(Uber)는 직원 한 명당 월 1천500달러로, 통신사 T모바일은 월 2천달러로 AI 사용액 상한을 뒀고, 핀테크 기업 브렉스(Brex)는 개발자에게 주 500달러, 비개발 직군에는 주 5달러로 한도를 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회계법인 KPMG의 미공개 설문을 인용해, AI 비용 전반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26%에 그쳤고 절반(50%)은 일부만 파악했으며, 22%는 청구서를 받은 뒤에야 알거나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비용을 미리 가늠하기 어려운 과금 구조 자체가 지속 가능한 매출원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여러 경제 매체에서 'AI에 큰돈을 쓰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분명치 않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용 낮추면 수요도 사라지는 구조"
지트론은 AI 산업이 빠지기 쉬운 딜레마도 짚었다. 비용을 낮추거나 효율을 높이면 그만큼 컴퓨팅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클라우드 업체와 엔비디아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업과 클라우드 업체, 엔비디아가 서로 돈을 주고받으며 수요를 키우는 '순환 구조' 속에 있어, 오히려 비용을 낮출 유인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람들이 기꺼이 값을 치를 만한 믿을 만한 제품과 실질적인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업계 "초기 기술, 성능 향상 가속" 반박
다만 이 같은 주장은 AI 산업에 비판적인 한 평론가의 시각으로, 업계와 낙관론자들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AI 기업과 투자자들은 모델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사무 업무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기술이 성숙하면 연산 비용도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 앤트로픽은 2029년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AI 수요가 충분히 늘어나 대규모 투자가 결국 정당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트론이 제시한 비용·매출 수치 상당수도 그 자신의 추산이거나 외부 보도를 끌어온 것이어서, 어떤 전제를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트론은 자신이 AI 관련 주식을 보유하거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지 않았다며, 단지 산업과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에서 글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가까운 시일 안에 AI 업계의 우려를 키울 만한 후속 보도를 예고하기도 했다. AI에 들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토큰 과금 전환을 계기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어, 당분간 낙관론과 비관론의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박정후 기자 news@kit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