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기술진흥원
한국정보기술신문
thumbnail

인공지능 ·

메타 떠난 AI 거장 르쿤, 1조 원 넘는 투자 유치…"LLM은 막다른 길"...창업 4개월 만에 유럽 최대 시드 라운드 달성, '월드 모델' AI로 승부수

발행일
읽는 시간2분 32초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이 설립한 AMI, 약 1조4천억 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공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AI) 분야의 거장 얀 르쿤(Yann LeCun)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세운 스타트업 '어드밴스드 머신 인텔리전스(AMI Labs)'가 창업 4개월 만에 10억 3천만 달러(약 1조 4천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드 라운드로 기록된다.

AMI는 2026년 3월 10일 해당 투자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투자 전 기준 35억 달러(약 4조 8천억 원)로 평가받았다. 르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이며, 유럽 기업으로는 아마도 최대일 것"이라며 채용 중임을 알렸다.

LLM은 통계적 환상…"진짜 지능은 다르다"

르쿤은 WIRED와의 인터뷰에서 LLM이 단순한 자동완성 기술 수준에 불과하며, 이 기술이 인간 수준의 지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한 헛소리"라고 직격했다. 그는 2025년 11월 마크 저커버그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12년간 몸담았던 메타를 떠났다. 메타에 합류한 2013년부터 AI 연구 조직 FAIR를 창립하고 이끌어온 그는 회사를 나온 뒤 LLM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가장 목소리 높은 인물 중 하나가 됐다.

르쿤이 주목하는 대안은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AMI의 목표는 지속적인 기억을 유지하고, 복잡한 문제를 추론·계획하며, 통제 가능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르쿤은 2022년 자신이 제안한 '결합 임베딩 예측 아키텍처(JEPA)'를 핵심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JEPA는 언어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추상적 구조를 학습하도록 설계된 아키텍처다.

엔비디아·도요타·삼성도 참여한 글로벌 투자진

이번 투자 라운드는 카타이 이노베이션, 그레이크로프트, 히로 캐피털, HV 캐피털,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 등 5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도했다.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개인 투자 기구다. 엔비디아, 도요타, 삼성,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참여했으며, 팀 버너스리 부부, 벤처 투자가 짐 브레이어, 기업인 마크 큐반, 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 등 저명 인사들도 개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르쿤은 초기에 약 5억 유로를 목표로 했으나 투자 수요가 이를 크게 초과했다고 밝혔다. 최종 유치 금액은 8억 9천만 유로(약 10억 3천만 달러)로, 르쿤은 지원 투자자들 중 일부를 선별적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파리 본사·뉴욕·몬트리올·싱가포르 거점 마련

AMI의 최고경영자(CEO)는 의료 AI 스타트업 나블라(Nabla)를 창업한 알렉상드르 르브룅이 맡았다. 르쿤은 회장직을 맡아 연구 방향을 이끈다. 르브룅은 나블라 CEO 시절 LLM의 환각 현상이 의료 현장에서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동일한 결론에 이미 도달했다고 밝혔다. 나블라는 AM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세계 모델에 조기 접근권을 확보한 첫 번째 파트너가 됐다.

AMI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뉴욕, 몬트리올, 싱가포르에 추가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창업 핵심 구성원 대부분은 메타의 AI 연구 조직 출신이다.

단기 수익 없어도…"연구에 1년 올인"

AMI는 현재 제품이나 매출이 없으며, 근시일 내 이를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르브룅은 AMI를 "3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하고 6개월 만에 수익을 내는 통상적인 AI 스타트업"과는 다른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월드 모델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베팅이 이어진 배경에는 르쿤의 연구 이력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그는 현대 컴퓨터 비전의 근간을 이루는 합성곱 신경망(CNN) 연구로 2018년 튜링상을 수상한 인물로, LLM의 구조적 한계를 오랜 기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르브룅은 "월드 모델이 6개월 안에 모든 기업이 내세우는 유행어가 될 것"이라 내다보면서도, AMI는 단순한 트렌드 편승이 아니라 실제 세계 이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르쿤은 AMI 기술의 초기 적용 분야로 제조, 자동차, 항공우주, 바이오 의료 등 복잡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를 꼽았다. 장기적으로는 가정용 로봇 등 소비자 영역으로 확장하고,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방송통신분과 홍재진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