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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교류에서 직류로 전환 가속화...800V DC 시대 열린다

2026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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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손실 줄이고 구리 사용량 45% 절감, 엔비디아·버티브·이튼 등 잇따라 솔루션 발표
AI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체계가 교류(AC)에서 800V 직류(DC)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교류(AC) 중심의 전력 체계가 직류(DC) 방식으로 대체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800볼트(V) 고전압 직류 방식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전력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콘퍼런스를 계기로 버티브(Vertiv), 이튼(Eaton), 델타(Delta) 등 주요 전력 장비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솔루션을 공개하며 전환의 흐름을 뒷받침했다.

기존 AC 방식의 한계, AI 시대에 벽에 부딪혀

기존 데이터센터는 교류 중심의 전력 체계로 설계되어 있다. 전력이 데이터센터에 유입되면 중간 전압 교류로 들어와 변압기를 거쳐 저전압 교류로 바뀌고, 무정전전원장치(UPS) 내에서 직류로 변환됐다가 다시 교류로 돌아온 뒤 서버에서 최종적으로 저전압 직류로 전환된다. 이처럼 여러 단계에 걸친 교류·직류 반복 변환은 변환 효율을 떨어뜨리고 발열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낳는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랙은 랙당 약 10킬로와트(kW) 수준의 전력을 소비했다. 그러나 AI 연산에 특화된 최신 랙은 최대 1메가와트(MW)에 육박하는 전력을 필요로 한다. 엔비디아의 분석에 따르면, 1MW 규모의 랙에는 최대 200킬로그램(kg)의 구리 모선(busbar)이 필요하며,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로 확대할 경우 구리 소요량은 20만 킬로그램에 달할 수 있다. 이는 경제성 면에서도 물리적 설계 측면에서도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800V DC, 왜 주목받나

800V 직류 방식은 중간 전압의 교류 전력을 데이터센터 외곽에서 곧바로 800V 직류로 변환해 건물 내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변환 단계가 대부분 생략된다. 버티브의 첨단기술 및 마이크로그리드 담당 부사장 크리스 톰슨은 "800V 직류 구조에서는 랙에 소형 DC-DC 변환기를 설치해 GPU와 CPU에 필요한 전압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기존 415V 교류 배전 대비 같은 굵기의 전선으로 85% 더 많은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 높은 전압은 전류량을 줄여 저항 손실을 낮추고, 전선을 가늘게 설계할 수 있게 해 구리 사용량을 45% 줄일 수 있다. 전체 효율은 5% 향상되고, 기가와트 규모 시설의 총소유비용(TCO)은 30%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튼의 엔지니어링·기술 담당 부사장 루이스 페르난도 우에트 드 바셀라르는 "전력망 또는 전원에서 서버 내 반도체까지 매 변환 과정마다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며 변환 단계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 발빠른 움직임

이미 중국에서는 고전압 직류 방식을 채택한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조사기관 옴디아(Omdi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픈컴퓨트프로젝트(Open Compute Project)가 참여하는 마운트 디아블로 이니셔티브(Mt. Diablo Initiative)를 통해 400V 직류 랙 전력 분배 실험이 진행 중이다.
장비 기업들의 대응도 빠르다. 버티브는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울트라 카이버(Vera Rubin Ultra Kyber) 플랫폼과 연동되는 800V 직류 생태계를 2026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튼은 중간 전압 고체 변압기(SST)를 핵심으로 하는 800V 직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델타는 총 480kW 배터리 백업 장치를 내장한 800V 직류 인라인 660kW 전력 랙을 이미 출시했다. 솔라엣지(SolarEdge)는 99% 효율의 고체 변압기와 직류 무정전전원장치 조합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표준화와 공급망 구축이 관건

다만 업계 전반에서의 전환 속도는 아직 더디다. 미국전기제조업협회(NEMA) 전략·기술 담당 부사장 패트릭 휴스는 현재 대부분의 혁신이 400V 직류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800V 직류 준비는 일부 기업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 전자부품, 보호 장치, 커넥터, 센서 등이 함께 확장될 수 있는 통합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 기준과 공급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명확한 표준이 마련될 때까지 제한적인 솔루션만 제시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가 이끄는 디지털 전환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흐름 속에서, 전력 방식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선택을 넘어 차세대 인프라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김성현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