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기술진흥원
한국정보기술신문
thumbnail

정보기술 · 인공지능 ·

AI 열풍에 RAM 대란...올해 64GB 메모리 가격 3배 폭등...AI 데이터센터 수요 집중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 직격탄

발행일
읽는 시간2분 29초

인공지능 붐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 2027년까지 지속 전망

[한국정보기술신문]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전례없는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RAM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제조사들이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이 크게 축소됐다.

미국의 기술 전문가 제프 걸링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올해 초 209달러에 구매한 DDR5 64GB 메모리 키트가 현재 65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몇 개월 만에 3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PC파츠피커의 통계에 따르면 DDR4 메모리는 30달러에서 120달러로, DDR5 64GB는 15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제조사들 AI용 HBM 생산 집중

이번 메모리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AI 가속기용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생산 라인을 집중 배치한 데 있다. 엔비디아의 B300 칩과 아마존 웹서비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맞춤형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반 DRAM 생산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HBM은 일반 DRAM보다 큰 다이 면적을 필요로 하며,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물량을 선예약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제조사들의 생산 여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할 RAM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PC 제조사와 중소업체 타격

메모리 부족 사태는 PC 제조사들과 중소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모듈형 노트북 제조사 프레임워크는 걸링의 글에 답글을 통해 "메모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리셀러들의 매점을 막기 위해 독립형 메모리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프레임워크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모든 DDR5 및 DDR4 SODIMM 제품이 품절 상태다.

델은 PC 가격을 15~20% 인상했으며 레노버도 내년 1월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HP는 가격 인상과 함께 일부 제품의 사양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레노버는 2020년 화장지 사재기 사태처럼 RAM을 비축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라즈베리파이 재단도 싱글 보드 컴퓨터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며, 리브레 컴퓨터와 모노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RAM 가격이 2~3배 이상 급등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리브레 컴퓨터는 트위터를 통해 LPDDR4 4GB 모듈 하나의 가격이 35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GPU 제조사에 VRAM 공급 중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엔비디아의 정책 변화다. 엔비디아는 과거와 달리 GPU 칩과 함께 메모리를 제공하지 않고 보드 제조사들에게 "이제 VRAM은 알아서 구하라"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가 AI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지속 전망

중국 메모리 대기업 팀그룹의 제리 첸 사무총장은 디지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2월 DRAM과 3D NAND의 계약 가격이 전월 대비 80~100%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1~2분기 유통 재고가 소진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첸 사무총장은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최소 3년이 걸리는 점을 들어 현재의 부족 사태가 2027년 말이나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현재 DDR5 16GB 칩 하나의 가격은 27달러에 달하며, NAND 플래시 메모리도 2026년부터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버블이 꺼지면 저렴한 하드웨어가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지만, 걸링은 AI용으로 생산되는 메모리 대부분이 특수 GPU에 통합되거나 일반 PC에서 작동하지 않는 특수 모듈 형태라 일반 소비자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은 크루셜 브랜드의 RAM과 스토리지 제품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해 소비자용 메모리 제조사가 한 곳 더 줄어들게 됐다. 업계는 이번 메모리 부족 사태가 2021~2022년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와 유사하지만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김지원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