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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국적 시위 대응 위해 스타링크까지 차단...군사급 재밍 기술 동원
8천500만 국민 대상 인터넷 완전 차단, 위성 인터넷도 80% 이상 마비시켜
[한국정보기술신문] 이란 정부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1월 9일 저녁 8시를 기점으로 인터넷과 전화선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번 조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까지 군사급 재밍 기술로 차단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방해 공작이 실행된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미안 그룹의 디지털 보안 전문가 아미르 라시디는 이란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스타링크 위성을 겨냥한 군사급 재밍 신호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업링크와 다운링크 트래픽 중 약 30%가 초기에 방해를 받았으며, 현지 시간 오후 10시경에는 80% 이상이 중단됐다. 라시디는 20년간의 연구 경력 동안 이런 종류의 간섭은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며, 관련 기술이 매우 정교하고 군사급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중국 기술 지원 가능성 제기
전문가들은 이란이 사용한 재밍 장비가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공급됐거나 자체 개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간 전쟁 당시부터 드론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GPS 신호를 방해해 왔다. 스타링크 수신기는 저궤도 위성 군집에 연결하기 위해 GPS 신호를 사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번에는 GPS 재밍을 넘어 위성 통신 주파수 자체를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밍 장비가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산 배치돼 있어 지역에 따라 스타링크 서비스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나은 연결성을 보이는 반면, 다른 지역은 훨씬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4만~5만명 추정 이란 내 스타링크 사용자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이란 내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약 4만~5만명에 달한다. 이란 정부는 스타링크 운영을 승인한 적이 없어 이 서비스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럼에도 밀수입된 단말기를 통해 많은 이란인들이 정부의 검열을 우회해 왔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인터넷 자유 운동가 메흐디 야야네자드는 많은 수신기가 비즈니스맨과 외부 세계와의 연락이 생계에 필수적인 사람들의 손에 있지만, 일부는 시위 영상과 사진, 기타 보도 자료를 공유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모든 것이 중단됐기 때문에 스타링크가 이 모든 영상을 내보내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차단에 가까운 디지털 블랙아웃
현지 시간 오후 10시경 이란 전역의 이동통신망도 차단됐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용 와이파이 연결이 잠시 유지됐지만, 더 넓은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없어 사실상 쓸모가 없었다. 은행 시스템, 스냅과 탑시 같은 차량 호출 앱, 온라인 쇼핑 플랫폼, 심지어 국내 소셜 네트워크까지 모두 오프라인 상태가 됐다. 국제 전화도 차단됐다.
인터넷 자유를 추적하는 감시 단체 넷블록스는 전국적인 차단을 확인했으며, 디지털 권리 전문가들은 이란 내에서 작동하는 스타링크 수신기로부터의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차단 이후 '화이트 리스트' 운영
차단 다음 날 아침부터 이란 당국은 선별된 계정과 기관에 제한적인 인터넷 접근을 허용하는 '화이트 리스트' 시스템을 가동했다. 점차 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국영 언론 계정, 일부 대학 네트워크가 다시 온라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이란의 인터넷이 특권 라인을 따라 점점 더 분할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라시디는 2019년 11월 유사한 차단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이란의 인터넷이 12일간 차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그 시기와 매우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국제 연결뿐만 아니라 국내 서비스와 이동통신망도 차단된 것으로 보이며, 스타링크 같은 위성 서비스마저 의도적인 방해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과거 시위와 전쟁 시 인터넷 차단이라는 플레이북을 사용해 왔다. 2019년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휘발유 가격 급등에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을 때 처음으로 외부 세계로부터 인터넷을 차단했으며,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발생했고, 한 달간의 진압으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사회 우려 속 정보 차단 지속
이란의 디지털 블랙아웃은 지정학적 무게도 지니고 있다. 이란은 오랫동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스타링크가 자국 영토 상공에서 작동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로비해 왔다. 현재의 조치는 이 규모의 신호 재밍을 금지하는 국제법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망명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 아잠 장그라비는 "스타링크 수신기를 소지한 사람을 체포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위한 스파이 행위로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사형 위험을 감수하고 있고 국가 압력 하에 통신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최신 봉기 운명은 정치적 의지뿐만 아니라 마지막 남은 디지털 신호의 강도에 달려 있을 수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통신분과 김민재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