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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워해머 산업 파괴 예측 빗나가..."사용자 경험 본질 간과"

발행일
읽는 시간3분 51초

기술 커뮤니티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게임즈 워크숍 매출 꾸준히 증가...시간 투자가 진짜 병목

3D 프린팅이 미니어처 게임 산업을 뒤흔들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다. 핵심은 제품 구매가 아닌 경험이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실리콘밸리의 기술 예측이 또 한 번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았다. 3D 프린팅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기술 전문가들이 테이블탑 게임 산업, 특히 워해머 40K를 제작하는 영국의 게임즈 워크숍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게임 블로거 맷 더건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장문의 에세이를 통해 기술 커뮤니티가 워해머 산업에 대해 왜 잘못된 예측을 했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그는 2018년 VR 헤드셋이 현실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나, 2012년부터 5년마다 반복되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예측처럼, 이번 3D 프린팅 예측도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게임즈 워크숍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

워해머 40K는 플레이어들이 약 1000달러를 투자해 작은 플라스틱 피규어로 군대를 구성하고, 이를 몇 달에 걸쳐 조립하고 도색한 후 게임샵에서 대결을 벌이는 테이블탑 전략 게임이다. 게임즈 워크숍은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무 데이터를 보면 회사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 커뮤니티는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면 게이머들이 비싼 공식 제품 대신 직접 미니어처를 출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커뉴스 같은 기술 포럼에서는 새로운 3D 프린터 스타트업이 등장할 때마다 이것이 게임즈 워크숍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초기 FDM 방식 3D 프린터로 출력한 미니어처는 품질이 떨어졌지만, 레진 3D 프린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는 3000달러 상당의 구하기 힘든 미니어처를 집에서 출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게임샵에서는 3D 프린터 뱅크를 갖춰 원하는 미니어처를 즉석에서 출력해주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3D 프린팅의 숨겨진 비용

그러나 현실은 예측과 크게 달랐다. 더건은 레진 3D 프린터로 미니어처를 출력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이 과정이 마치 메스암페타민 제조 시설을 연상시킨다고 표현했다. 화학물질, 환기 장치, 고무장갑, 안전 고글이 필요하고, 피부에 닿으면 안 되는 물질을 다뤄야 한다.

출력 과정 자체도 복잡하다. STL 파일을 구하고, 서포트를 추가하고, 출력이 완료되면 이소프로필 알코올로 세척하고, 서포트를 제거하고, UV 라이트로 경화시켜야 한다. 더건은 개별 미니어처의 눈동자까지 도색할 정도로 인내심이 강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레진 3D 프린터와 모든 소모품을 구매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STL 파일을 찾거나 구매해야 한다. 원자재 비용만 고려하면 보병 50~75개와 몇 개의 대형 모델을 출력할 때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만, 공간 비용과 학습 곡선, 시간 투자를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훨씬 높다.

진짜 병목은 시간과 경험

더건은 핵심 문제를 명확히 지적했다. 플라스틱 미니어처를 구하는 것은 병목이 아니다. 진짜 병목은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이다.

표준 군대를 완성하려면 약 150시간의 도색 작업이 필요하다. 더건은 모델 하나당 2시간, 대형 차량의 경우 10~20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38세에 자녀와 정규직 직장을 가진 그에게 150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업무, 육아, 수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도색이 끝나도 끝이 아니다. 각 군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칙을 완벽히 숙지해야 한다. 워해머 40K의 규칙서는 성경만큼 두껍고 해석의 여지가 많다. 게임에 참여할 때는 자신의 군대 규칙을 완벽히 알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커뮤니티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더건은 3D 프린팅 커뮤니티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그는 이들이 소규모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취미 안의 취미를 찾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들이 이것이 미래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가치와 정체성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미니어처는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게임샵들은 일반적으로 3D 프린팅 미니어처를 진열장에 전시하지 않는다. 모델 하나에 10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도색가들에게 공식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정체성의 표현이다. 베이스에 새겨진 게임즈 워크숍 로고는 자신의 작품이 진품임을 증명한다.

더건은 이것이 페라리를 모방한 킷카를 카쇼에 가져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 자체로는 인상적일 수 있지만, 모두가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서로 모르는 척하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된다.

게임샵이 STL 파일을 판매하고 현장에서 출력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제안에 대해서도 더건은 회의적이다. 게임샵들은 항상 대량의 재고를 보유해야 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충동구매에서 나온다. 또한 이들 매장의 주요 수익원은 워해머가 아니라 포켓몬이나 매직 더 개더링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다. 지하실의 워게이머들은 보너스일 뿐 주력 고객이 아니다.

기술 예측의 근본적 한계

더건의 분석은 기술 산업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를 조명한다. 기술 전문가들은 미니어처의 가격과 희소성을 보고 비효율과 기회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지 못한 것은 가격과 희소성이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취미의 본질은 플라스틱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한 후에 하는 모든 일이다.

150시간의 도색 작업, 규칙 해석을 둘러싼 논쟁, 세 개의 나체 전구로 조명된 지하실에 내려가 자신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이런 것들은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없다.

더건은 자신이 수백 시간을 들여 도색한 작은 플라스틱 병사들에 둘러싸여 지하실에서 계속 패배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효율적이지 않고, 최적화되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요점이다.

게임즈 워크숍은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고 있기에 가격 인상과 재고 문제, 자주 바뀌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훌륭한 기술이지만, 커뮤니티와 경험, 정체성이라는 인간적 요소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이번 사례는 기술 업계가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예상했던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지 못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통신분과 송유찬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