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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부터 칼리까지—맞춤형 자유OS 진화의 현주소

발행일
읽는 시간3분 21초

[한국정보기술신문] 리눅스 배포판(이하 ‘배포판’)은 리눅스 커널에 각종 프로그램과 설정을 한데 묶어 완성형 운영체제처럼 배포하는 꾸러미다. 다시 말해 ‘엔진(커널)만 달린 자동차’에 바퀴‧내장재‧계기판까지 갖춰 출고하는 셈이라, USB나 ISO 한 장이면 곧바로 부팅·작업이 가능하다.

배포판은 소프트웨어 꾸러미를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용자는 커널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커널·드라이버·응용 프로그램을 패키지라는 블록 단위로 공급·업데이트해 주는 덕분이다.

커뮤니티는 이를 ‘레고 세트’에 비유한다. 사용자는 기본 세트를 설치한 뒤 원하는 블록을 더하거나 빼며 나만의 리눅스를 조립할 수 있어, 수백 종 배포판이 공존한다.

이 모든 블록을 가져오고 바꿔 끼우는 열쇠가 패키지 관리자다. 예컨대 데비안·우분투 계열의 APT는 한 줄 명령으로 의존성까지 해결하며, 초심자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배포판은 대체로 GPL·MIT 등 자유‧오픈소스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협업하고, 커널·드라이버 코드가 공개돼 다중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 신뢰로 이어진다.

공식·비공식 배포판 수는 이미 수백 종에 이르며, ‘취향과 용도만큼 배포판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데스크톱에서 인기 높은 배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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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ntu 설치 화면, ubuntu.com 제공

우분투 24.04 LTS(코드명 노블 넘뱃)는 ‘설치가 쉽고 5년 지원이 보장된다’는 장점을 앞세워 데스크톱 1순위로 꼽힌다. 2029년 4월까지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해 장기 작업에도 안심할 수 있다.

리눅스 민트는 우분투를 바탕으로 윈도우와 비슷한 Cinnamon 데스크톱을 기본 제공해 초심자에게 친숙하다. 포럼·레딧 등에서 “가장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얻는다.

페도라는 ‘최신 기술 실험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커널과 GNOME 신기능을 빠르게 수용하면서도 레드햇이 주도하는 대규모 테스트 체계를 거쳐 안정성을 유지한다.

데비안 Stable은 보수적 검증을 거친 뒤에야 패키지를 내놓아 ‘한 번 설치하면 잘 안 망가진다’는 평을 받는다. 각 안정판은 통상 5년 지원을 유지한다.

아치 리눅스는 ‘단순함’과 ‘롤링 릴리스’를 표방한다. Pacman으로 시스템 전체를 하루에도 여러 번 최신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초기 설정 난도가 높은 만큼 고급 사용자가 선호한다.

오픈수세 리프는 SUSE Linux Enterprise와 커널·도구 체계를 공유해 기업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설치 단계에서 KDE·GNOME 등 원하는 데스크톱을 고를 수 있다는 유연함도 갖췄다.

서버·기업 시장의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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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hat 사 로고, redhat.com 제공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는 2025년에도 기업 서버 시장을 주도하며 100억 달러 규모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센트OS 리눅스가 지원 종료를 선언하고 CentOS Stream으로 전환하면서 “완벽한 RHEL 복제본”을 찾는 관리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1년 3월 나온 알마리눅스는 “영원히 무료”를 내세우며 RHEL과 바이너리 호환성을 약속했다.

같은 해 등장한 록키 리눅스는 RHEL 공동 창업자 그레고리 커츠너가 이끌며 “버그까지 동일한 100 % 호환”을 목표로 삼았다.

알마리눅스는 이후에도 커뮤니티 주도로 장기 지원 로드맵을 유지해 신뢰도를 높였고, 록키 리눅스는 MSP와 하드웨어 벤더 채택이 늘며 기업 리눅스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RHEL 생태계 주변에서 ‘클론’ 배포판이 다각화되면서 기업은 사용료·지원 기간·커뮤니티 참여도를 기준으로 맞춤 조합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수 목적과 임베디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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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리눅스 로고, kali.org 제공

보안·해킹 실습용으로는 칼리 리눅스가 단골이다. 600여 개 침투 테스트 도구를 기본 탑재하고 ‘Mr. Robot’ 드라마에 등장해 대중적 인지도도 얻었다.

칼리는 매 분기 ISO를 갱신해 버그 수정과 도구 업데이트를 반영하며, 실습용 가상머신·라이브 USB 이미지를 함께 배포한다.

프라이버시가 생명이라면 테일스(Tails)가 떠오른다. USB에서 부팅해 사용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모든 트래픽을 토르 네트워크로 강제 라우팅한다.

테일스는 8GB USB만 있으면 어느 PC에서도 즉시 구동 가능해, 기자·활동가·국경 이동이 잦은 이용자에게 특히 인기다.

초소형 보드용 Raspberry Pi OS는 데비안 기반에 LXDE 파생 PIXEL 데스크톱을 얹어 가볍다. 크롬 브라우저·파이썬 IDE 등을 기본 제공해 교육·메이커 프로젝트에 최적이다.

라즈베리 파이 공식 이미지 툴인 Pi Imager로 SD카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전연령층이 리눅스·HW 코딩을 배우는 교실에서도 널리 쓰인다.

배포판을 가르는 기술적 차이

첫째 갈림길은 패키지 관리자다. APT(데비안·우분투)는 의존성을 자동 해결해 초보자에게 친숙하고, Pacman(아치)은 옵션이 단순해 속도가 빠르다.

둘째는 출시 주기다. 우분투·데비안처럼 2 년 주기로 LTS를 내는 고정형 모델은 안정적이지만 소프트웨어가 비교적 느리게 갱신된다. 반면 아치처럼 롤링 릴리스 기반 배포판은 매일 최신 기능을 누리되 스스로 문제 해결을 감수해야 한다.

셋째는 init 시스템이다. 2015년 이후 다수 배포판이 systemd를 채택했지만, 젠투·Void Linux처럼 runit·OpenRC를 유지하는 예도 있어 ‘systemd 여부’가 철학 논쟁 소재가 되곤 한다.

넷째는 보안 프레임워크다. RHEL·페도라 계열은 SELinux를 기본 활성화해 세밀한 정책 제어를 제공하며, 우분투·오픈수세는 설정이 간단한 AppArmor를 기본값으로 삼아 데스크톱 친화성을 높였다.

다섯째는 범용 패키지 포맷 경쟁이다. 우분투는 Snap 스토어를 밀지만, 페도라·아치·민트 커뮤니티 상당수는 Flatpak + Flathub 생태계를 선호한다. Snap은 중앙집중형 스토어 의존, Flatpak은 기본 샌드박스 등 장단이 뚜렷하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차별화는 불변(Immutable) 루트 파일 시스템이다. 페도라 실버블루·오픈수세 마이크로OS·니ixos 등은 루트를 읽기 전용으로 묶고 ‘스냅샷 교체’ 방식으로 업데이트해 컨테이너 워크플로·롤백 안정성을 높인다.

배포판 선택은 용도·하드웨어·커뮤니티·보안 정책·업데이트 철학 같은 다층 변수의 조합이다. 자신에게 맞는 배포판을 고르는 과정이 곧 리눅스 생태계가 제공하는 ‘맞춤형 자유’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유상헌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