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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새로운 지평, AI가 여는 전시·공연 기획의 혁신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 기술로 무대와 전시장에 혁명을 일으키는 기획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관객과 AI의 실시간 상호작용부터 데이터 기반 맞춤형 콘텐츠까지, 전통적인 공연과 전시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문화 경험이 탄생하고 있다.
AI와 예술의 만남, 새로운 창작 패러다임 등장
인공지능이 공연예술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획 및 연출 단계에서는 방대한 관객 데이터를 분석해 관람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하고, 극본 작성에도 영감을 준다. OpenAI의 GPT 계열 모델은 공연 대사 생성, 플롯 구성, 대안적 결말 설계 등에 사용되고 있어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무대 연출 및 기술 분야에서도 조명, 영상, 음향의 실시간 제어에 AI가 개입하면서 무대의 '실시간 반응성'이 강화되고 있다. 관객의 움직임이나 배우의 표정에 따라 무대 시각이 달라지는 프로그래밍도 가능해져, 매 공연마다 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레벨나인, 인터랙티브 전시로 AI와 인간의 협업 제시
창작그룹 레벨나인의 김선혁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전시 기획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벨나인은 지난해 서울 마포 연남동 '엘리펀트스페이스'에서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전시 '괴물정원'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관람객이 AI를 이용해 창조한 식물이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를 이루며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김선혁 레벨나인 대표는 "AI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의 만남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기술이 인간의 창조성을 확장하는 도구로 작용할 때 우리는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레벨나인은 오픈AI의 '챗GPT'의 자연어처리와 유니티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접목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공연계의 AI 활용, 지휘자부터 안무가까지
공연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클래식이나 무용 등에서 AI를 활용한 실험적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국립관현악단의 공연에 AI 로봇(에버6)이 지휘자로 나서는가 하면, 인간과 AI가 함께 안무와 이야기를 만들어낸 발레극 '피지컬 싱킹+AI'가 공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뮤지컬이나 연극 속에 본격적으로 AI를 등장시키면서 인간과 로봇의 공생을 무대에 올리는 식의 변화를 맞고 있다. 국립극단은 로봇 배우를 직접 무대에 올리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인 강아지 로봇 등 완성도 높은 로봇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국내외 AI 아트의 성공 사례들
터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로 추상적 이미지를 생성해 공연장 전체를 몰입형 영상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뉴욕 카네기홀, 로스앤젤레스 디즈니홀 등에서 선보인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기억의 형상화'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AI 작곡가 '이야무스'의 곡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해가 2012년이다. 2015년에는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쿨리타'가 바흐의 전곡을 학습해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가속화되는 전시 산업
국내 AI 생태계 조성과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 2025)'은 매년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고 가장 화두가 되는 AI 기술과 실제 비즈니스 적용 사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7회 행사에는 11개국 250여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3만 2천여 명 이상의 참관객과 바이어가 방문하며 뜨거운 열기 속에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미래의 문화 경험을 디자인하는 창작자들
레벨나인은 기획자, 독립큐레이터, 예술가, 프로그래머, UXUI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공간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 아카이브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창작 그룹이다. 이들은 내일의 문화 경험을 고민하며 경험으로 다시 태어나는 물리적 공간과 온라인 공간, 그 어떤 곳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AI가 자료와 자료를 읽는 독자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레벨나인은 현재 모 박물관과 이 부분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공연 기획 분야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전시와 공연 기획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하는 협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카메라가 발명되었던 그때처럼,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AI를 학습시켜 예술의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이용하는 감독자로서의 예술가가 될 것인가, AI는 불가능한 인간만의 영역을 찾아내는 예술가가 될 것인가의 선택이다.
앞으로 전시·공연 기획자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 역시 단순히 감상하는 수동적 존재에서 작품 창작에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자로 역할이 변화하고 있어, 문화예술계 전반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유관기관분과 김류빈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