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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된 게임큐브 '동물의 숲'에 현대 AI 기술 접목

발행일
읽는 시간2분 21초

해커, 게임 코드 수정 없이 실시간 대화 시스템 구현해 화제

[한국정보기술신문] 한 개발자가 24년 전 출시된 닌텐도 게임큐브용 '동물의 숲(Animal Crossing)'에 현대 AI 기술을 접목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조시 폰세카(Josh Fonseca)라는 개발자는 게임의 원본 코드를 전혀 수정하지 않고도 실시간 AI 대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1년 출시된 오프라인 게임기와 2025년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을 연결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메모리 해킹을 통한 기술적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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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fonseca.com 제공

폰세카는 게임큐브의 485MHz PowerPC 프로세서와 24MB RAM만을 가진 제한적 환경에서 AI와의 실시간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게임큐브의 메모리를 직접 조작하는 '메모리 메일박스'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게임큐브 RAM의 특정 영역을 '우편함' 역할로 할당하여, 외부 파이썬 스크립트가 해당 메모리 주소에 직접 데이터를 쓰고 게임이 이를 읽어들이는 방식이다.

초기에 폰세카는 게임큐브용 브로드밴드 어댑터(BBA) 사용을 고려했지만, 동물의 숲이 네트워킹 기능 없이 출시되어 이를 활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게임에 네트워크 스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돌핀 에뮬레이터의 기능을 활용하여 프로세스 간 통신(IPC)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외부 AI 시스템과 게임 간의 실시간 데이터 교환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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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fonseca.com 제공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는 대화 텍스트와 캐릭터 이름이 저장되는 정확한 메모리 주소를 찾는 것이었다. 폰세카는 자신을 '메모리 고고학자'라고 표현하며, 게임큐브의 2400만 바이트 RAM을 일일이 스캔하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릭터와 대화할 때마다 에뮬레이터를 정지시키고, 화면에 나타난 텍스트를 메모리에서 검색하는 반복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화자 이름은 0x8129A3EA, 대화 버퍼는 0x81298360 주소임을 확인했다.

단순히 텍스트를 메모리에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동물의 숲은 일반 텍스트가 아닌 자체적인 인코딩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폰세카는 이를 HTML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설명했다. 게임은 특별한 접두사 바이트인 CHAR_CONTROL_CODE를 통해 텍스트 색상, 일시정지, 음향효과, 캐릭터 감정, 대화 종료 등을 제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제어 코드들을 해독하여 파이썬으로 인코더와 디코더를 제작했다.

이중 AI 시스템의 창의적 설계

초기에는 단일 AI 모델로 모든 작업을 처리하려 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폰세카는 설명했다. 이에 그는 창의적 작업과 기술적 작업을 분리한 이중 AI 시스템을 고안했다. '작가 AI'는 캐릭터 시트를 바탕으로 재미있고 캐릭터에 맞는 대화를 작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감독 AI'는 작가 AI가 생성한 순수 텍스트를 받아 극적 효과를 위한 일시정지, 단어 강조를 위한 색상, 분위기에 맞는 표정이나 음향효과 등을 추가하는 기술적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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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fonseca.com 제공

AI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현상들이 나타났다. 폰세카가 뉴스 피드를 연결하자, 마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헤드라인을 일상 대화에 엮어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 간의 작은 공유 메모리를 통해 서로 대화한 내용과 감정을 기억하게 했더니, 예측 가능하게도 톰 눅(Tom Nook) 반대 운동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폰세카는 뉴스 소스로 폭스 뉴스를 사용했다는 점도 언급하며, 이로 인한 예상치 못한 대화 내용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레트로 게임 모딩과 AI 기술 융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폰세카는 모든 코드를 GitHub에 공개했으며, 메모리 인터페이스, 대화 인코더, AI 프롬프팅 로직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는 역공학, AI, 그리고 클래식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결합한 가장 도전적이고 보람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고 그는 평가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은 YouTube에서 "Modern AI in a 24-Year-Old Game"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어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보안분과 이승기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