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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불편신고 잦았던’ IRIS…연구자 아이디어로 직접 개선 나선다
9월 1일부터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잦은 오류와 불편 해소 위한 현장 소통 강화의 일환
[한국정보기술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잦은 시스템 오류와 사용 불편으로 연구 현장의 불만이 높았던 '범부처 통합연구지원 시스템(IRIS)'의 대대적인 개선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해결책은 외부가 아닌 시스템의 실제 주인인 연구자들에게서 직접 찾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약 40일간 연구자와 연구지원인력을 대상으로 'IRIS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연구자들이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을 직접 바꾼다!"는 구호 아래, 현장의 목소리를 시스템 개선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2022년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불안정한 성능으로 비판을 받아온 IRIS가 이번 기회를 통해 '연구자 중심'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RIS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이번 공모전은 IRIS를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현장의 단편적인 의견 수렴을 넘어, 연구자가 제안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시스템에 직접 반영하여 사용자 중심의 체계로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공모는 IRIS를 현재 사용 중이거나 앞으로 사용할 예정인 모든 연구자와 연구지원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참가자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는 '신규기능' 부문과, 현재의 기능을 보완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는 '기능개선' 부문 중 하나를 선택해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다.
접수된 아이디어는 1차 서류 심사와 2차 발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된다. 심사 과정에서는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할 예정이다. 주요 심사 기준은 △주제 적합성 △논리적 체계성 △차별적 창의성 △실제 구현 가능성 등 네 가지다. 특히 '실제 구현 가능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포함한 것은 이번 공모전이 단순한 여론 수렴이나 홍보성 이벤트가 아님을 시사한다. 정부가 공허한 구호가 아닌, 당장 개발에 착수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수상자에게는 장관상을 포함한 상장과 상금이 수여된다. 금상 2명에게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만 원이 각각 주어지며, 은상 2명(각 70만 원), 동상 4명(각 30만 원), 장려상 4명(각 10만 원) 등 총 12명을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선정된 우수 아이디어를 내부 검토 후 실제 IRIS 시스템 개선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향후 IRIS 서비스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IRIS가 연구자의 편의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시스템 운영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자 중심’ 내세웠지만…끊이지 않았던 시스템 논란
이번 공모전의 배경에는 '연구자 중심'이라는 화려한 구호와는 달랐던 IRIS의 지난 3년간의 험난한 여정이 자리 잡고 있다. IRIS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구자 중심의 R&D 관리시스템 혁신'의 핵심 사업으로, 2022년 1월 27일 공식 개통되었다. 당시 정부는 부처별로 286개에 달하는 상이한 연구과제 관리 규정과 제각각 운영되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연구자들이 불필요한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IRIS는 국가연구개발 과제 지원(PMS), 연구자 정보 관리(NRI), 연구비 집행 관리(통합Ezbaro/RCMS) 등 연구 행정의 전 주기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 7월 말 기준으로 35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이 시스템을 통해 약 24만 2천 개의 연구과제를 관리하고 있으며, 등록된 연구자 수는 108만 명, 평가위원은 5만 7천 명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국가 R&D 생태계의 중추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인 셈이다.
하지만 원대한 비전과 달리, 개통 직후부터 IRIS는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며 연구 현장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의 불안정성이었다. 특히 연구과제 신청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접속 장애나 서버 다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연구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일례로, 개인기초연구 사업 접수 마감일에 접속 장애가 발생해 과제 제출을 시도하던 수많은 연구자가 발을 동동 굴렀고, 결국 접수 기간이 사흘이나 연장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연구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던 시스템이 오히려 연구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을 안겨준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기관 시스템과의 연동이 원활하지 않아 이미 제출한 정보를 여러 번 중복해서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또한, 직관적이지 않은 인터페이스와 복잡한 절차는 연구 행정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결국 IRIS는 거대한 공공 IT 시스템 통합 사업이 최종 사용자의 업무 흐름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기술적 통합은 이루었으나 실용적으로는 실패한 시스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비전과 현실의 괴리'는 연구 커뮤니티 내에 IRIS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반복된 문제에…정부, ‘현장 소통’으로 해결책 모색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과기정통부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거 시스템 안정화와 성능 개선 등 기술적 문제 해결에 급급했던 수동적,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연구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능동적, 개방적 자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회의 정점은 지난 8월 7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연구자 중심의 IRIS 개선을 위한 현장 간담회'였다. 이 행사는 이전의 형식적인 온라인 간담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직접 주재하며 연구자, 연구행정 담당자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박 본부장 자신이 연구자 출신이라는 점이 간담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연구자들의 불만과 고충에 깊이 공감하며, "구축 초기,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를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정작 이용자 관점의 편의성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는 정부가 처음으로 IRIS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사용자 중심의 개선을 약속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IRIS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은 바로 이 간담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간담회를 통해 확인된 현장의 뜨거운 개선 요구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아이디어 수렴 채널로 제도화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는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 '하향식 통보'에서 '상향식 참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담회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면, 공모전은 연구자들을 단순한 불평가에서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개발자'로 격상시키려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다. 이러한 일련의 소통 강화 행보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정부와 연구 커뮤니티 간의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려는 고도의 거버넌스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가 R&D의 핵심 기반, IRIS의 역할과 미래
IRIS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신청하고 연구비를 정산하는 행정 시스템을 넘어선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의 흐름을 관리하고, 100만 명이 넘는 연구 인력의 데이터를 품고 있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연구의 '중앙 데이터 허브'다. 이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국가 전체의 연구 생산성 및 과학기술 경쟁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IRIS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통 강화와 사용자 참여 유도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의 척도는 공모전에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접수되느냐가 아니다. 연구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신속하고 충실하게 실제 시스템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연구 현장은 이제 정부의 '실행력'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이 또 하나의 요식행위로 끝나고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어렵게 싹튼 신뢰의 불씨는 냉소주의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IRIS가 눈에 띄게 편리해지고 안정화된다면, 이는 정부와 연구 현장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결국 IRIS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 디지털 전환 사업에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막대한 예산과 기술력, 법적 근거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종 사용자인 국민,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겸손하고 지속적인 대화,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만이 성공적인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는 유일한 길임을 IRIS의 사례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기술분과 유상헌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