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기술진흥원
한국정보기술신문
thumbnail

보도자료 · 정보기술 · 정보통신 ·

ICT 규제샌드박스 '패스트트랙' 첫 가동, 반려동물 비문 등록 등 4건 신속 처리

발행일
읽는 시간7분 14초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에 따른 신속처리 전문위 첫 회의…농어촌 빈집 숙박, 이동형 VR 버스, 무인 우편 키오스크도 실증특례 지정

[한국정보기술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8월 27일 제1차 '정보통신기술(ICT) 신기술·서비스 신속처리 전문위원회'를 열고, 4건의 혁신 서비스에 대해 규제특례(실증특례)를 신속하게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융합법에 따른 첫 행보다. 개정법은 기존에 승인된 과제와 유사한 신청 건에 대해 심의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비문(코주름) 인식 반려동물 등록 △농어촌 빈집 활용 공유숙박 △이동형 가상현실(VR) 체험 버스 △무인 우편접수 키오스크 등 기존 법규에 막혀 사업화가 어려웠던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실증 기회를 얻게 됐다.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규제 혁신 가속도

ICT 규제샌드박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기술 변화를 기존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Sandbox)'처럼,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한된 조건(기간, 장소, 규모) 하에서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더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된다.

2019년 제도 시행 이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운영 과정에서 비효율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이전에 이미 심의를 통과한 서비스와 내용, 방식, 형태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 모델이 계속해서 신청되면서 행정력 낭비와 처리 지연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이동형 VR 체험 버스'의 경우 2019년 3월 첫 실증특례가 부여된 이후 여러 기업이 유사한 내용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매번 처음부터 전체 심의위원회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러한 반복 심의는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규제샌드박스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유사한 신청이 특정 규제에 집중된다는 것은, 해당 법 조항이 혁신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병목 지점'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진단 데이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반복되는 신청 사례의 축적은 어떤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이는 보다 효율적인 제도 운영 방식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 10월 정보통신융합법을 개정했고, 2025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의 핵심은 심의위원회 산하에 '신속처리 전문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과거에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은 과제와 실질적으로 동일·유사한 과제에 대해 전체 심의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의결하여 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관계 부처의 검토 회신 기간도 기존 30일에서 15일 이내로 단축되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4개 혁신 서비스,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나

이번 제1차 신속처리 전문위원회를 통해 실증특례를 받은 4개 서비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ICT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각 서비스는 반려동물 복지, 농어촌 소멸 위기, 디지털 격차, 생활 편의성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기존 법의 장벽에 막혀있던 혁신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만 찍으면 동물등록…'AI 비문 인식' 기술과 논쟁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에 대해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이나 외장형 식별장치 부착을 통한 동물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체내에 칩을 삽입하는 방식에 대한 보호자들의 심리적 거부감과 시술의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동물 등록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국내 동물 등록률은 38.6%에 그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비문(鼻紋) 등록' 기술이 떠올랐다. 비문은 사람의 지문처럼 반려동물의 코에 있는 고유한 주름으로, 개체마다 모두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받은 ㈜유니온바이오메트릭스는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반려동물의 코를 촬영하기만 하면 간편하게 개체를 식별하고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업체 측은 자체 테스트 결과 인식 정확도가 99%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문 등록 기술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비침습적이고 간편한 비문 등록 방식이 동물 등록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나아가 세계 최초의 생체 정보 기반 동물 ID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혁신'으로 평가한다.

반면, 대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수의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문의 유일성과 불변성에 대한 학문적 검증이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질병이나 외상으로 코 주름이 변형될 경우 개체 식별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해외여행 시 동물 검역 등에서는 국제 표준인 마이크로칩으로만 개체 확인이 가능해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실증특례는 단순히 반려동물 등록 방식을 넘어, 더 큰 정책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AI 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국제 표준과 다른 독자적인 시스템을 시도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낮은 등록률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AI 산업을 육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 호환성을 유지하며 점진적 변화를 택할 것인지, 이번 실증특례의 결과는 향후 AI 기반 신원 확인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잠자는 농어촌 빈집, 공유숙박으로 깨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유출로 지방, 특히 농어촌 지역의 소멸 위기는 이제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은 전국적으로 약 38만 7천 호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방치된 빈집은 마을의 경관을 해치고 붕괴 위험 등 안전 문제를 야기하며, 지역 공동화 현상을 가속하는 원인이 된다.

농어촌 빈집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법적 제약에 부딪혔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민박 사업의 주체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농어촌 주민의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취지였으나, 결과적으로 외부 자본을 가진 기업이 빈집을 체계적으로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해 전문적인 숙박시설로 개발하는 것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했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받은 ㈜미스터멘션은 기업이 농어촌 빈집을 장기 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에게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방치된 빈집이 지역 특색을 살린 숙소로 재탄생해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객 유입과 지역 기반 체험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농어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빈집을 활용한 지역 재생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농어촌 민박 사업자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과거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가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사례처럼, 신규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과거 유사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한걸음 모델'과 같은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이번 실증특례 과정에서도 이러한 갈등 조정 노력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유숙박 모델을 넘어, 정부가 중재하는 '관리형 지역재생' 실험의 성격을 띤다. 도시의 주택난을 심화시키는 일반적인 공유숙박과 달리, 인구 소멸 지역의 '남아도는' 자원을 활용해 외부 자본과 수요를 끌어들이는 역발상이기 때문이다. 실증특례 과정에서 마을 기금 적립, 지역 주민 고용 등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면, 플랫폼 기업이 지역 소멸을 막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찾아가는 VR'과 '24시간 우체국'…생활밀착형 혁신

㈜엘콤이 신청한 '이동형 VR 체험 버스'는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내부에 24석 규모의 VR 시뮬레이터를 설치한 '움직이는 체험관'이다. 이 서비스는 그동안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규에 발이 묶여 있었다. 현행 게임산업법과 관광진흥법은 '고정된 영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버스처럼 이동하는 수단에서 영업 행위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이 버스는 학교나 공공기관,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장 등을 자유롭게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수도권에 비해 첨단 기술 체험 기회가 부족했던 정보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VR 콘텐츠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치와이(hy)가 선보이는 '무인 우편접수 키오스크'는 국가의 오랜 독점 영역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시도다. 현행 우편법은 공공성 유지를 위해 국가(우정사업본부)가 '서신 송달' 사업을 독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이 타인을 위한 서신 전달을 업으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번 실증특례는 이 독점 규정에 예외를 두어, 소비자가 키오스크를 통해 24시간 언제든 편리하게 우편물을 접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서비스는 우체국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우편 수거 및 대행 접수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서비스는 공공 서비스의 '분화(Unbundling)'라는 더 큰 흐름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우편 서비스는 접수, 분류, 운송, 배달 등 여러 기능이 묶인 종합 서비스다. 국가는 수익성이 낮은 도서·산간 지역 배송을 위해 수익성이 높은 도시 지역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교차 보조하며 보편적 서비스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무인 키오스크는 이 중 '접수'라는 특정 기능만 분리해 자동화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모델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더 많은 민간 기업이 공공 서비스의 편리하고 수익성 높은 부분을 맡으려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누가 보편적 서비스 유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정책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혁신의 놀이터' 규제샌드박스, 과제와 전망

2019년 도입된 ICT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의 '혁신 실험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총 수백 건의 과제를 승인하며 기업 매출 1,146억 원, 투자 유치 1,796억 원, 신규 고용 4,097명(2022년 말 기준)이라는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창출했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바일 전자고지, GPS 기반 택시 앱미터기,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 등 수많은 혁신 서비스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시한부 사업'의 불안감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임시적인 허가일 뿐, 특례 기간(최대 4년)이 만료되기 전까지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이번 신속처리 전문위원회 도입은 기업들이 규제의 문턱을 더 빨리 넘을 수 있도록 '진입로'를 넓혀준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샌드박스가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빠른 진입'을 넘어 '안정적 성장'을 보장할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증특례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서비스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가 신속하게 법령을 정비해 제도권에 안착시키는 절차가 체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패스트트랙 제도는 규제샌드박스의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도 한다. 더 많은 기업이 더 빠르게 '임시 허가' 상태로 진입하게 되면서, 이들을 영구적인 제도로 편입시킬 법제화의 속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가 일시적인 '놀이터'를 넘어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제 '신속 처리'만큼이나 '신속한 법제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정보통신분과 김민재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