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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AI 데이터센터 '부채로 짓고 기술에 뒤처지다'...올해만 주가 23% 폭락
AI 인프라 투자 붐 속 오라클이 1000억 달러 넘는 부채를 안고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으나, GPU 기술 진화 속도가 건설 속도를 앞질러 구조적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열풍 속에서 오라클이 '어제의 기술로 짓는 데이터센터, 내일의 부채로 감당한다'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CNBC는 9일(현지시간) 오라클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주요 경쟁사 중 유일하게 부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미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차입금과 마이너스로 돌아선 잉여현금흐름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오픈AI와의 합작 형태로 텍사스 에이빌린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를 건설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다. 해당 시설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계됐지만, 전력 공급이 가동되기까지 약 1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오픈AI는 더 최신 세대의 엔비디아 GPU를 원한다는 이유로 에이빌린 시설에 대한 파트너십 확대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칩 세대교체 주기가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구글·아마존·MS와 달리 부채로 짓는 오라클
오라클의 재무구조는 경쟁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대한 현금 창출 사업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반면 오라클은 현재 100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잉여현금흐름은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9월에는 18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올해는 부채와 주식을 합산해 최대 50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CNBC는 "AI 인프라 투자 전체를 뒷받침하는 대형 딜 중 하나가 공개적으로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재무 파트너십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오라클의 주요 금융 파트너사인 블루올 캐피털은 오라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지난 2월에는 소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신용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했다. 블루올의 주가는 연초 대비 34% 하락했으며, 지난 1년간 낙폭은 47%에 달한다.
3만 명 감원·소프트웨어 매출 감소…사업 전반에 균열
재무 압박은 인력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라클은 현금 확보를 위해 최대 3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클라우드 부문의 신규 채용도 동결 또는 축소 검토 중이다. 오라클의 전 세계 임직원 수는 2025년 5월 말 기준 약 16만 2000명으로, 3만 명 감원은 전체 인력의 약 18%에 해당하는 대규모 조정이다.
핵심 소프트웨어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 3분기 소프트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58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CEO 사프라 캐츠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이 2026 회계연도 180억 달러에서 2030 회계연도 14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수익은 미이행 계약 잔고(RPO) 형태로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6 회계연도 2분기 기준 RPO는 전년 대비 438% 증가한 523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의 현금흐름 위기를 수익 실현이 본격화될 2030년까지 버텨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AI 인프라 전체에 대한 경고음
오라클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CNBC는 오라클이 "AI 인프라 투자 전반에 대한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PU 세대교체 주기가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보다 빠른 상황에서, 오늘 체결되는 모든 인프라 계약은 전력이 들어오기도 전에 구형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약속이 될 위험이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13%에 달하는 고금리 환경까지 더해져 부채 기반 인프라 투자의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오라클은 10일(한국 시간 11일 새벽)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500억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 계획,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 자금 조달 파이프라인의 지속 가능성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3% 이상 하락했으며, 지난해 9월 고점 대비로는 절반 이상 가치가 증발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클라우드분과 이준호 기자 news@kit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