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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AI 기업 앤트로픽 공급망 위험 지정 추진...앤트로픽 "법적 대응" 선언...자율무기·대규모 감시 거부가 발단
헤그세스 국방장관, 소셜미디어 통해 전격 발표…앤트로픽 "전례 없는 조치" 강력 반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AI 기업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 앤트로픽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정보기술신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026년 2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앤트로픽은 이날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가 수개월에 걸친 국방부와의 협상이 결렬된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의 사용과 관련해 요청한 두 가지 예외 조항이었다. 앤트로픽이 거부한 항목은 △미국 국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의 운용, 이 두 가지다.
앤트로픽은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합법적인 국가안보 목적의 AI 활용은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협상 과정에서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예외 조항으로 인해 현재까지 단 하나의 정부 임무도 차질을 빚은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의 입장: 기술적 신뢰성과 기본권 수호
앤트로픽이 두 가지 예외 조항을 고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재의 최첨단 AI 모델은 완전 자율 무기에 적용하기에는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앤트로픽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를 자율 무기에 활용할 경우 미군 전투원과 민간인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미국 국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앤트로픽은 이를 단순한 계약 조건의 문제가 아닌, 헌법적 가치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앤트로픽은 "국방부의 어떠한 위협이나 제재도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례 없는 조치"…법적 대응 예고
앤트로픽은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지정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가 "역사적으로 미국의 적국에게만 적용해온 조치를 미국 기업에 공개적으로 처음 적용하는 전례 없는 사태"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위험 지정 제도는 외국의 적대 세력이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돼 왔다. 이를 자국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업계와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앤트로픽은 "해당 지정이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으며, 정부와 협상하는 모든 미국 기업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급망 위험 지정이 공식화될 경우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국방부나 백악관으로부터 협상 결렬에 대한 직접적인 공식 통보는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객사 영향은 제한적…법적 권한 범위 논란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와 거래하는 기업이 앤트로픽과도 거래할 수 없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장관이 이를 뒷받침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관련 법률인 미국 연방법 10편 3252조에 따르면, 공급망 위험 지정의 효력은 국방부 계약 내에서의 클로드 사용에만 한정되며, 계약업체가 다른 고객을 위해 클로드를 사용하는 것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앤트로픽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고객별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개인 고객 또는 앤트로픽과 상업 계약을 맺은 기업의 경우, API·claude.ai·앤트로픽 제품을 통한 클로드 접근에 전혀 영향이 없다. 국방부 계약업체의 경우에도, 이번 지정이 공식화된다면 국방부 계약 업무에서의 클로드 사용에만 적용되며, 그 외 목적의 사용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앤트로픽, 미군과 협력해온 AI 기업
앤트로픽은 2024년 6월부터 미국 정부 기밀 네트워크에 AI 모델을 배포한 최초의 프론티어 AI 기업으로, 미군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미군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현재의 갈등과 무관하게 고객 보호 및 군사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국방부와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민간 AI 기업과 정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대표적 사례로, 향후 AI 안보 정책 논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정보기술신문 인공지능분과 권지현 기자 news@kitpa.org